이제 박 전 대통령도 구속 못 피할 듯… “징역 10년 예상”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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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을 바라보는 세 가지 시선

 

‘세기의 재판’이 일단 징역형으로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8월2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삼성그룹의 총수가 감옥살이를 하게 된 것은 창업 79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 부회장의 승마 지원 액수 72억원을 뇌물로 판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64억원에 대해선 업무상 횡령죄와 범죄수익은닉죄가 인정됐다. 또 승마 지원을 위해 최씨의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보낸 36억원 상당에 대해선 재산국외도피죄가 인정됐다고 봤다. 그 밖에 국회 위증혐의도 받아들여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월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이 부회장 징역 5년… 혐의 5가지 모두 인정돼

 

이로써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했던 5가지 혐의가 모두 인정됐다. 재판부는 “본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유죄로 판단된 뇌물의 액수는 대폭 줄었다. 애초 특검은 이 부회장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승마 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433억원의 뇌물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뇌물공여죄는 이 부회장의 혐의 가운데 핵심으로 꼽혀왔다. 형량이 무거운 업무상 횡령죄와 재산국외도피죄가 뇌물죄와 밀접히 얽혀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뇌물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413억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 시선① “대통령도 징역형 못 피하게 됐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공학박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민사든 형사든 법원이 일단 판결을 내린 내용은 다른 재판에서 유력하게 작용한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로 박 전 대통령 재판부는 구속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강민구 변호사(법무법인 유한)는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인정된 이상 박 전 대통령은 10년 정도의 징역형을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0월로 예정돼있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인정된 이번 재판은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사진=연합뉴스

 

# 시선②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직위는 유지된다

 

이 부회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일단 징역형이 나왔어도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내 직위는 유지된다. 과거 삼성전자의 비등기이사에 머물렀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상법 제382조는 일반 주식회사의 등기이사 선임 방법과 의무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격제한 요건은 없다. 삼성전자 정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위는 유명무실하게 됐다. 올 6월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만료일은 2019년 10월27일이다. 이번에 결정된 5년의 징역형이 항소심에서 줄어들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은 이사 임기가 끝날 때까지 회사로 돌아갈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삼성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삼성재단은 문화·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공익법인이다. 공익법인법 제5조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3년이 넘지 않은 사람은 임원을 맡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혜선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연구위원은 “공익법인법의 임원 결격사유는 최종판결을 기준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즉 1심 선고가 항소 없이 최종 판결로 굳어지면, 이 부회장이 삼성재단 이사장 자리를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지만 아직 먼 얘기다.

 

이 부회장측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나섰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 송우철 변호사는 1심 선고가 끝난 뒤 취재진에게 “유죄 선고 부분에 대해 모두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미 이번 판결 전부터 2심을 준비해 왔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특검팀도 항소 의사를 내비쳤다.

 

 

# 시선 ③ “새로운 희망 제시” “부끄러운 목록에 이름 올려”

 

항소심까지 이 부회장은 구치소 신세를 져야 한다. 지난 2월16일 2차 구속영장이 발부된 뒤 190일째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미국의 CNBC는 8월25일(현지시각) “(이 부회장에 대한) 유죄 선고는 오랫동안 한국의 정치권과 결탁해왔던 재벌의 미래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이번 판결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외신도 있다. BBC는 같은 날 “징역형이 확정돼도 형기가 끝나기 전에 출소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재용의 아버지(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를 포함해 한국 대기업의 고위 임원들 상당수가 유죄판결을 받고도 사면됐다”고 꼬집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이 부회장을 두고 “감옥에 가기엔 너무 거물(TOO BIG TO JAIL)”이라고 표현했다. 블룸버그는 “뇌물로 인해 재벌가의 부끄러운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고 했다. 

 

‘옥중 경영’ 가능성도 지적됐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는 8월24일 “이재용의 징역형이 그가 삼성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최태원 SK 회장도 횡령죄로 징역형을 받았지만 감옥 안에서 회사 경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 시사저널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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