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도 전에 잡음 시달린 KB금융 회장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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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조 “날치기 회장 선임 중단” vs KB금융지주 “관련 절차 공시했다”

 

5월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고 가장 주목받은 CEO 중 한 명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이다. ‘대통령이 업어줄 일자리 기업인 1호’라는 칭호까지 받았을 정도다. 

 

KB국민은행은 6월2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17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를 개최했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구직자와 구직기업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단일 규모 국내 최대 취업박람회로 평가되고 있다. 

 

때문에 개막식에는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서주석 국방부 차관,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 문재인 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용섭 부위원장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인이 최고의 애국자”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 기업인을 업어드리겠다고 했다. 그 1호가 윤종규 회장”이라고 말했다. 

 

6월22일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국민은행이 실시하는 취업 면접 상황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바라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이 업어줄 일자리 기업인 1호’ 평가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두고 회장과 은행장의 반목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였다. 취임 초기 윤 회장은 이른바 ‘KB 사태’로 흐트러진 조직을 정비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데 최선을 다했다. 

 

조직이 안정되자 굵직한 M&A(인수․합병)에 나섰다. KB증권(옛 현대증권)과 KB손해보험(옛 LIG손해보험)을 잇달아 인수하며 그룹의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덕분에 KB금융의 비은행 부문 순익 비중은 37%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그렇다고 은행 부문의 실적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1조2092억원으로 신한은행(1조1043억원)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최근 1년간 국민은행의 주가는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4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은행업계 안팎에서 윤 회장이 올해 11월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동안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그가, 본격 연임 절차에 나서기도 전에 잡음에 휩싸여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경영 승계를 위한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9월1일 첫 번째 확대 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를 열었고, 윤 회장을 포함한 23인 후보(Long List) 선정을 마쳤다. KB금융은 9월8일까지 3명 내외(Short List)로 최종 후보자군을 압축한 뒤, 심층 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날치기 선임’이나 ‘짜고치는 고스톱’ 등 거친 말까지 내부에서 들려올 정도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도 9월4일 성명서를 내고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주말에 기습적으로 확대위원회를 개최하고, 1주일 새에 사실상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며 “이번 확대위가 윤 회장의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윤회장이 취임한 2014년 9월 IR 자료에 따르면 회장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본인 동의 하에 압축후보군의 명단을 공개하고, 주주나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회추위 간담회 등을 통해 수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회장 선임절차는 투명성과 공개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몇 십 명의 신입 행원을 뽑기 위해 뉴욕과 런던 홍콩을 돌아다녔던 게 그 동안의 인사”라며 “하지만 회장 후보는 사무실에 앉아 헤드헌터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이렇게 선정된 외부 후보군 역시 퇴직 임원 5명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윤 회장의 업적에 대해서도 평가절하 했다. 노조 관계자는 “주가 회복이나 수익성 개선, 비은행부문 포트폴리오 강화 등의 공은 직원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윤 회장은 취임 후 임금피크직원 창구 배치와 원격지 발령, 동기부여프로그램 부활, 성과열위 지점장에 대한 강제퇴직 종용 등 부당노동 행위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노조는 7월 초 8768명의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과반을 넘는 직원들이 윤 회장의 자격(능력)과 경영지속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한 바 있다. 

 

때문에 노조는 날치기 회장 선임 중단과 함께 윤 회장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 측은 “어제(4일) 청와대 앞에서 KB금융지주의 수상한 회장 선임 절차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오늘은 국회에서 ‘날치기 회장 선임절차 중단 및 지배구조 개선 주주제안 추진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윤 회장의 ‘리더십 손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날치기’ 논란까지 

 

이와 관련해 KB금융지주 측은 “반기보고서 등에 Long List 결정 사실을 공시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밎 시행령은 각 금융사가 최고 경영자의 자격 등 경영승계에 관한 사항을 각사의 지배구조 모범규범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며 “KB의 경우 지배구조위원회 규정과 경영승계규정에 경영 승계에 관한 사항을 반영하고 있다. Long List 결정 사실도 2017년 KB금융지주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는 만큼 ‘날치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KB의 경영승계규정에는 회장 임기만료 최소 2개월전에 승계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는 주총 개최 등 절차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명시한 것으로,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내외부 후보자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외부후보자군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고 있으며, 후보자군 확정시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내부 이사진은 배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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