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묻지마 특허 공세 막기 위해 한방 특허 선점"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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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 음료 특허 낸 김철수 원장 “자연 그대로 섭취해 병 나았다면 그것 또한 약”

 

오전 내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젯밤 음주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콩나물국밥집에 들어가 게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오후부턴 두통이 조금씩 가시는 것 같다. ‘역시 해장엔 콩나물국밥이지….’ 여기서 콩나물국밥은 약(藥)일까, 음식일까. 

 

“두말할 것 없이 약”이라고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이 말했다. 그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즉 약과 음식 모두 근원은 하나라고 주장했다. “정제된 약만 약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섭취해 병이 나았다면 그것 또한 약”이라는 것이다.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 시사저널 박정훈

 

우리는 매일매일 ‘약’을 먹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 자연 속 한약재만 써서 만든 음료 두 종류를 개발했다. 숙취해소음료 ‘전투’와 체온상승음료 ‘훈훈’이다. 두 제품 모두 8월 초에 건강기능식품으로 특허를 받았다. 숙취해소음료 전투는 ‘전투와 같은 술자리에 대비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간에 좋은 벌나무(단풍나무과의 활엽수)와 지구자(헛개나무) 등이 주재료다. 그 외에 오미자와 삽주(국화과의 풀), 작약(작약과의 풀) 등이 들어갔다. 모두 옛날부터 한약재로 사용돼온 식물이다. 

 

체온상승음료 훈훈은 말 그대로 몸을 훈훈하게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면 무슨 이득이 있을까. 김 원장에 따르면 추위로 체온이 떨어질 경우 위급한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해주는 교감신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때 체온을 높여주면 교감신경이 제대로 반응하는데, 그러면 감기에 걸리지 않게 된다고 한다. 

 

훈훈의 모든 성분은 계피, 생강, 인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약재다. 김 원장은 “감기의 초기증상인 오한이 올 때도 도움이 된다”면서 “에너지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피로나 우울증에도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원장은 ‘쾌통’이란 변비약도 개발했다. 역시 차전자피와 알로에, 다시마 등 모두 한약재로만 만들어졌다. 현재 특허 심사 중이다. 앞으로 김 원장은 건강기능식품성 한약에 대해 꾸준히 특허를 낼 계획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이렇다. 

 

“전통적으로 한약에는 여러 가지 처방전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쓰는 용량도, 필요한 공법도 비슷하죠. 그런데 일본에서는 많은 처방전에 특허를 내고 있습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십전대보탕의 재료 중 몇 가지를 빼고 ‘육전대보탕’을 만들어 특허를 받는 식입니다. 사람을 치료하는 약에 대해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일본에 맞서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특허신청을 할 겁니다.”

김철수 킴스패밀리의원·한의원 원장 © 시사저널 박정훈

 

“일본에 맞서 지적재산권 지키려 특허신청”

 

연세대 의대(가정의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군대를 갔다와서 경희대 한의학과에 편입했다. 동서양의 의학을 모두 전공한 셈이다. 김 원장은 “한의학과 양학 중 어느 것이 낫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서로 다른 두 세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차이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병(未病)’이란 것이 있습니다. 병은 병인데 진단이 안 되는 병이죠. 양학은 근거를 중심으로 명확한 진단을 내립니다. 미병처럼 근거가 없는 경우엔 ‘모르겠다’가 아니라 ‘병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어 버립니다. 반대로 한의학은 근거가 아닌 추정적이고 직관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합니다. 한의학에선 미병도 ‘병이 맞다’라고 추정하고 거기에 대비하죠.”

김 원장은 스스로에 대해 “양학과 한의학의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병을 보는 관점이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관점에 따라 치료도 다르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도중 갑자기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당황해하는 기자에게 “찬물로 식도를 자극하면 딸꾹질을 멈출 수 있다지만, 따뜻한 물이 더 효과적”이라며 온수를 권했다. 천천히 마시자 딸꾹질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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