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과 뇌손상 후유증
  • 김철수 가정의학과 전문의·한의사·치매전문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06 15:10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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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의 진료 톡톡] “물리적 충격으로 치매 증상 보이는 경우도 뇌세포 재활 가능하다”

 

S대표는 3주일 동안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했다. 1년 전인 61세 때의 일이다. 그는 골프장 설계의 1인자였다. 골프장 건설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뇌손상을 당했다. 범발성 뇌타박과 지주막하 출혈로 정신을 잃었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의식을 회복하면서 열심히 재활치료도 받았다.

 

의식은 많이 돌아왔으나 예전보다 말이 많아졌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거나 망상도 있었다. 감정의 동요도 심해 아침에는 기분이 올라가고 저녁에는 가라앉았다. 화도 잘 냈다. 항상 앞머리가 아프며 속이 니글거릴 때도 있고 어지러울 때도 있었다. 움직임도 둔하고 느릿느릿했다. 발을 바닥에서 제대로 떼지 못해 보폭이 짧고 보행이 불안해 부축을 받아야 했다. 혼자서 옷을 입을 수는 있지만 옷 입는 동작이 아직 어설펐다. 최근 기억이 나빠지고 가구 사용이나 집안 수리 등 난이도가 있는 일은 하지 못했다. 대소변은 혼자서도 가능했다.

 

머리를 다친 후 30분 이내에 깨어나는 경우를 경증, 하루를 넘기고 깨어나는 경우를 중증 뇌손상이라 한다. 경증은 뇌손상이 당장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중증 뇌손상이 생긴 경우에는 나이가 들면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률이 뇌를 다치지 않은 경우보다 약 4~5배 증가한다.

 

© 시사저널 이종현

 

뇌손상 큰 환자도 한약으로 치료

 

S대표는 무려 3주간이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정도로 뇌손상이 심해 이미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간 정도의 치매 상태와 같다. 재활치료로 많이 회복됐지만 더 이상 회복되지 않고 있다. 뇌손상 후유증이 심했다. 후유증을 치료하고 치매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가 필요해 보였다. 지금의 상태를 치매 증상까지 보이는 중증 뇌손상 후유증으로만 이해하면 더 이상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앞으로 뇌가 빨리 노화되는 것을 늦출 방법이 별로 없다. 현 시점에서 S대표의 뇌 상태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주관적인 이해며 한의학적 사고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S대표는 여기저기 많은 뇌세포가 소실돼 있다. 특히 전두엽의 뇌세포가 많이 소실됐다. 아직 뇌 속에는 죽은피, 즉 어혈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또한 상처 난 조직과 출혈된 혈액이 녹으면서 담이 생겨 있다. 무엇보다 물리적으로 충격을 받았거나 혈액순환장애 등으로 충격을 받은 뇌세포의 재활이 필요해 보였다. 이를 위해 당귀, 반하, 숙지황 등 여러 가지 약재를 이용해 치료를 시작했다. 다행히 증상 호전을 보였다.

 

치료 시작 6개월이 지난 지금 부축을 받지 않고도 걸을 수 있으며, 보폭도 커져 비교적 걷는 모양새가 좋아졌다. 두통도 없어지고 어지럽지도 니글거리지도 않는다. 비현실적인 말도 줄고 대화도 이전보다 훨씬 원만해졌다. 골프장을 건설해 주겠다며 돈을 많이 벌라는 농담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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