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랜드마크, 마천루만이 전부는 아니다
  • 하권찬 한국도시개발연구원장 (chanchan@dreramwiz.com)
  • 승인 2017.09.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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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찬의 무한도시] 독특한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한해 2500만명 명소로 변신

시사저널은 앞으로 하권찬 한국도시개발연구원장이 쓰는 ‘하권찬의 무한도시’를 연재합니다. 하 원장은 그동안 민관학분야에서 도시개발과 재생업무를 직접 경험한 이력을 가진 부동산과 도시개발 전문가입니다. 이 연재를 통해 하 원장은 전 세계 도시간 무한 경쟁을 벌이는 현재 다양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

미국의 대도시인 시카고는 대화재(Great Chicago Fire)로 온 도시가 불타오른 적이 있다. 화재는 1871년 10월8일 토요일부터 10월10일 화요일까지 발생해 300명 가까이 사망하고, 10만명 이상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돼 시카고 도심 지역은 완전히 파괴됐다.  이후 초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초고층 건물로 이루어진 시카고의 스카이라인(왼쪽)과 밀레니엄파크의 전경. © 사진=하권찬 제공

하지만 시카고의 최근 랜드마크는 초고층건물이 아닌 밀레니엄파크다. 융합형 문화공간으로 실내외 콘서트홀 및 공연장, 식음료시설, 미술전시관 등으로 이뤄졌다. 원래 서기 2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계획했던 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공사가 지연돼 2004년에 문을 열었다. 공사 지연과 막대한 지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개장 6개월만에 150만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등 시카고 최고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곳은 원래 철도부지로 일부는 공원, 일부는 주차공간으로 사용됐다. 이후 공간정비를 위한 다양한 시도 속에서 1997년 시카고 시장인 리차드 데일리가 새로운 공원과 음악 공간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공원 내 가장 큰 특징은 전시물들이 단순히 볼거리를 넘어 상호작용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흔히 볼 수 있는 위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 방문객들이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형 전시 형태로 운영함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클라우드 게이트’가 눈에 띈다. 모양이 땅콩과 같아서 ‘빈(Bean)’이라는 애칭을 지닌 높이 10m, 너비 13m, 무게 100톤의 초대형 스테인레스 작품이다.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주변에는 두드리고, 비춰보고, 사진을 찍는 등 다양한 행동을 취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즉, 작품에 대한 접근의 허용성과 두드리고 비춰보는 참여행위가 가능한 공공미술인 것이다. 

 

다음은 ‘크라운분수’(Crown Fountains)다. 5분마다 바뀌는 1000명의 다양한 시카고시민들의 얼굴 모습에, 그리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스크린에서는 노즐을 통해 물줄기가 시원하게 뿜어져 나온다. 물을 맞는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자유가 느껴진다. 그리고 구경하거나 같이 놀고 있는 시민들은 남들에게는 작품의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도시개발차원에서 이 작품은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물론 여기에 댄스축제와 클래식과 팝 콘서트 등 많은 무료 문화프로그램은 덤이다. 그 결과, 밀레니엄파크는 올해 2500만명 이상의 방문이 예상되는 미국의 대표적 관광명소가 됐다. 

 

크라운분수(왼쪽)와 클라우드 게이트. © 사진=하권찬 제공

 

사람과 사람의 마음 잇는 감동을 건물로 표현

 

최근 도시들은 무한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그 중 랜드마크는 각 도시들이 가장 애용하는 요소다. 그러나 도시의 랜드마크는 철저히 제일 크고 높은 건물이었다. 파리의 에펠탑부터 대만 타이페이의 101타워,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 이르기까지 높이로서 경쟁 중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과거의 랜드마크가 높이를 통해 20세기의 자본력을 보여주었다면, 현대 도시에서는 높이가 아닌,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높이를 앞세워 경쟁력을 갖기에는 이미 도시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상태다. 따라서 현대 도시에서는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시카고 밀레니엄파크 사례처럼 ‘사람과 상호작용 할 수 있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좋은 요소일 것이다. 

 

필자는 이 같은 사례를 통해 눈에 보이는 프로젝트를 보자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그저 시민들이 스스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여러 지자체에서 시카고의 밀레니엄파크와 같은 공원을 만든다고 발표를 하고 있다. 제발 부탁은 겉만 따라가지 말고, 속에 깔린 의미를 잘 찾아 시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곳으로 만들어주기 바란다.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 상황도 고려하자는 바램이다.

 

필자 소개

1987년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 2008년 건국대 부동산학 박사, 2010년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 민자유치센터장, 2012년 코레일 사업기획처장 역임, 건국대·강남대·한양대·서강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현 한국도시개발연구원장, ㈜한국융복합산업센터 대표.

저서 – 《상업용부동산개발론》(2008, 다산출판사) 《문화가부동산을 살린다》(2012, 교육과학사) 《부동산개발론》(2014, 무역경영사) 《도시의 재탄생: 도시공간문화》(2017, 나무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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