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영혼 없는 입맞춤’ 했나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15 16:44
  • 호수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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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통합파·자강파 갈등 격화…추가 탈당 가능성 있어

 

‘새로운 보수’의 기치를 내걸고 올해 1월 창당했던 바른정당이 창당 8개월여 만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갑작스럽게 불거진 금품수수 의혹으로 이혜훈 전 대표가 9월7일 중도 낙마한 이후 총체적 위기에 놓인 당의 진로를 놓고 당내 통합파와 자강파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친박근혜) 핵심 인사들의 출당을 추진하면서 ‘보수통합론’에 기름을 끼얹어 바른정당 내 갈등의 불씨가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당을 이끌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바른정당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자강파와 김무성 의원을 앞세운 통합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당내 주도권 싸움에 돌입한 것이다. 당내 통합파의 김 의원은 8월30일 정진석 한국당 의원과 함께 ‘열린토론, 미래’라는 의원모임을 출범시킨 이후 9월12일 세 번째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이에 맞서 중심축 중 한 명이었던 이 전 대표의 낙마로 타격을 받은 자강파는 당이 존폐위기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유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돌파해야 한다며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주장했다.

 

당내 여론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지난 대선 당시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인사들 모두가 정치의 전면에 포진해 있는 상황과 맞물려 새 지도부 구성은 ‘유승민 비대위’ 체제에 힘이 실리는 흐름이었다. 여기에 그간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한발 떨어져 있던 유 의원이 9월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허허벌판에 나와 지도에도 없는 길을 개척해 보자고 했던 우리가 죽는 길로 돌아갈 수는 없다”며 “저는 동지들과 함께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사실상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내비치면서 새 지도부 구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같은 날 저녁 유 의원과 김 의원이 당내 의원들과 함께 가진 술자리에서 뽀뽀하는 모습까지 연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됐다.

 

9월10일 바른정당 김무성(왼쪽)·유승민 의원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당의 화합 차원에서 열린 의원단 만찬에서 서로 술을 주고받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입맞춤까지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1월 이전 조기 전대, 당내 갈등 일시 봉합

 

그러나 통합파는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의원 등 통합파는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할 경우 당이 사당화(私黨化)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권한대행 체제로 당을 운영해야 한다며 ‘유승민 비대위’ 체제에 급제동을 걸었다. 김 의원은 9월10일 만찬에서 “‘박근혜 사당’이 싫어서 나왔는데 ‘유승민 사당’으로 비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9월13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와 원외위원장 회의 등에서 대다수가 ‘유승민 비대위’를 주장했지만, “다수결이 꼭 옳다고 볼 수 없다”며 재차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부 통합파들은 유승민 비대위 출범 시 2차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로 인해 같은 날 오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4시간여 동안 열린 의원총회에선 ‘유승민 비대위’ 체제 대신 당헌·당규에 따라 오는 11월 이전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결론이 통합파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여 당내 갈등은 일단 봉합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당 안팎에선 통합파의 반발에는 자강파의 핵심인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된다면 이른바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 “심각한 안보 위기 속에 보수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파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9월1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선거연대가 불가피한데, 유 의원이 과연 그것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 “지난 대선 당시 유 의원은 스스로 ‘보수후보 단일화’를 얘기했다가 결국 막판에 가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처럼 통합파가 반발하는 내면에는 유 의원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통합파 성향 당직자는 “지난 대선 당시 탈당 사태 때도 드러났지만 유 의원의 리더십에 문제가 적지 않다. 힘든 상황에서 함께하는 동료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전혀 없이 오로지 개인의 입장과 미래에만 집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있었다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에 의원들을 만나 의사를 전달하거나 설득하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없이 통합파들만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웠다”고 비판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지금 유 의원 주변에 의원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해 보면 유 의원의 리더십이 어떤지 알 수 있다”면서 “유 의원과 가까웠던 의원들조차 통합파로 돌아선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자강파에선 김 의원 등 통합파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자강파의 한 핵심인사는 “김 의원 등 세(勢) 위주의 정치만 해 온 인사들이 과연 올바른 가치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보수’라는 이념을 내세워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자강파 일각에선 유 의원이 “죽음의 계곡을 건너겠다”고 한 만큼 통합파의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9월7일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 전체회의에서 당 대표 사퇴를 밝힌 뒤 대표실을 나서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유승민 등판론’, 통합파·자강파 일전

 

일단 조기 전대 개최를 통해 통합파와 자강파 간 갈등이 일시적으로 봉합 국면을 맞긴 했지만, 양측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조기 전대가 열린다면 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유승민 등판론’을 놓고 통합파와 자강파 간 또 한 번의 일전이 전망되는 데다 한국당이 이미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의 출당 카드로 보수통합을 위한 명분을 던진 상황에서 조기 전대까지 통합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통합파에선 김용태 의원 등의 출전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인지도 등에서 유 의원을 꺾기엔 부족하다는 점에서 김 의원이 직접 전대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아직 전대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유 의원이 출마할 경우 자강파가 유리한 양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따라 바른정당 안팎에선 전대에서 어떤 식의 결론이 나더라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론을 두고 갈등이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당이 쪼개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바른정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유 의원과 김 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조정을 해서 갈등을 푸는 방법밖에 없다”며 “특히 유 의원이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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