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가 기사 방향 바꿨다
  • 강서영(경희대)·박지은(이화여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6 15:04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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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

 

어릴 적 살던 아파트단지를 우연히 다시 찾았다. 한때 즐겁게 뛰놀던 놀이터가 시소 두어 개만 남긴 채 공터로 전락해 있었다. 유년 시절의 추억이 사라졌다는 충격도 잠시, ‘지금 살고 있는 아이들은?’이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취재에 들어갔다. 부실한 놀이터는 철산 8단지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8단지 근처 재건축 예정 단지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핵심은 2014년 시행된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이었다. 워낙 낡은 단지였기에 해당 법에 따른 안전등급 기준을 맞추지 못해 철거됐고, 재건축사업이 승인돼 공통적으로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부실한 놀이터는 이러한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려는 아파트 측의 구색 맞추기식 대책이었다. 심지어 공터에 목마 한두 개가 설치된 그런 놀이터가 ‘합법’이라는 건 더 놀라웠다.

 

© 시사저널 임준선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은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의 상징성과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취재 범위는 ‘서울’로 잡았다. 문제 현상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전수조사를 택했다. 하필 전수조사를 시작한 주는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렸던 8월 첫째 주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결은 약간 달랐지만,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속사정도 알게 됐다. 아파트 측 또한 어찌 보면 불합리한 기준의 피해자였다. 기사가 짚는 방향성이 ‘어른들의 아동 인권 의식 부재와 도덕성의 결여’가 아닌 ‘허술한 법’이 돼야 한다는 것을 환기한 계기였다. 기사가 짚은 문제점이 ‘어린이놀이시설법’의 허술함이기에 대안 부분은 ‘법’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결국 인식 문제도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 마지막 문단에 교수님의 멘트를 추가했다. 영국의 아동놀이법은 사정이 다른 우리나라와 대칭적으로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결국 장기적 방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문에 추가했다.
 

올 들어서만 여러 차례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했다. 취재 과정에서 재건축 놀이터 현상을 “아동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 표현하신 장 교수님의 의견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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