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는 ‘원투 펀치’ 하기 나름
  • 손윤 야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 09:06
  • 호수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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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포스트 시즌, 1·2 선발투수 전력 분석

 

10월5일부터 2017년 포스트 시즌이 시작된다. 우천 순연된 경기가 10월3일까지 치러진다. 아직 가을야구에 턱걸이로 참가할 5위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1위부터 4위까지의 순위 다툼도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잔여 경기 일정도 띄엄띄엄 있는 만큼, 가을야구에 나설 팀에는 포스트 시즌처럼 단기전인 것은 마찬가지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단기전은 더더욱 그렇다. 특히, 팀의 간판인 ‘원투 펀치’(1·2 선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치열한 순위 싸움은 물론, 가을야구를 예측할 수 있는 각 팀의 원투 펀치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이하 성적은 9월20일까지).

 

KIA 원투 펀치는 헥터와 양현종이다. 두 선수 모두 시즌 18승과 180.2이닝을 던지며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인 것을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두 선수 다 2승씩만 추가하면, 1985년 삼성 김일융과 김시진에 이어 단일팀 동반 20승을 달성하게 된다. 다만 최근 투구 내용은 썩 좋지는 않다.

 

© 사진=연합뉴스

 

KIA 헥터·양현종 최강 펀치, 두산 니퍼트 부활 관건

 

헥터는 8월 이후 크게 무너지는 경기가 눈에 띈다. 그 결과, 평균자책점도 크게 올라갔다(7월까지 3.13, 8월 이후 4.40). 쉼 없이 달려온 결과, 체력적인 부담이 부진한 투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양현종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8을 기록할 정도로 부진한 투구가 눈에 띈다. 게다가 헥터와 달리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상대가 유력한 두산과 궁합이 썩 좋지는 않다. 2경기에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6.17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두산전 평균자책점이 6.50이다. 결국, 원투 펀치가 다소 지친 기미를 보이는 만큼,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KIA를 1.5경기 차이로 추격하고 있는 두산. 남은 경기 수가 6경기에 불과해 1.5경기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진다. 다만 9월22일 광주에서 펼쳐지는 맞대결 결과에 따라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으로 1위에 오른 1995년을 재현할 수도 있다. 두산 마운드 역시 KIA와 비슷하다. 선발보다 뒷문이 불안하다. 물론 뒷문이 강한 팀이 올해 KBO리그에서는 드물기는 하다. 여기에다 지난해와 달리 ‘판타스틱 4’(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4선발 체제)가 흔들리는 만큼,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느냐는 꽤 중요한 문제다.

 

지난 7월부터 한국시리즈 매치업으로 KIA와 두산을 예상하는 야구 전문가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다수가 두산보다는 KIA의 손을 들었다. 그 이유는 니퍼트가 예년과 같은 강력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4경기에서는 2차례만 5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평균자책점은 믿기지 않게도 12.63이다. 특히 KIA전에 4차례 나와 1승3패, 평균자책점 9.00에 머물렀다. 남은 경기에서 니퍼트가 얼마만큼 몸 상태를 회복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니퍼트와 함께 원투 펀치를 이루는 장원준은 9월 들어 다소 부진하지만, 꾸준한 투수니만큼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KIA전에 3차례 나와 모두 승리(평균자책점 3.93)를 거두고 있다.

 

결국 두산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은 니퍼트의 어깨에 달려 있다. 감독 출신 한 야구인은 “니퍼트만 지난해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경기 감각이라는 측면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NC·롯데 ‘PK 혈전’ 승자는

 

한국시리즈 직행 이상으로 치열한 다툼이 펼쳐지는 게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다. 3위 NC와 4위 롯데의 승차는 0.5경기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3위에 오르면 여러모로 유리하다. 체력적인 부담이 적어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5위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더 바랄 게 없다. 게다가 5위를 다투는 SK나 LG 모두 원투 펀치가 강한 팀이라, 단기 결전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NC는 3위를 지키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9월 들어 마운드가 완전히 무너지며 6승1무8패에 그치고 있다. 믿었던 뒷문도 과부하가 걸린 모습이며, 선발진에서는 중심을 잡아줄 원투 펀치가 실종 상태다. 특히 에이스 해커의 부상이 뼈아프다. 지난 9월12일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맨쉽도 최근 2경기에서 부진한 투구를 보였다. 하위권 삼성과 한화를 상대로 평균자책점 10.80을 거뒀다. 또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으로 뛴 관계로 이닝 소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쉽다.

 

마운드에서 약점이 드러난 만큼 적어도 준플레이오프에는 직행해야 한다. 복귀하는 해커가 어떤 투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다만 해커는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에도 썩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다. 후반기 들어 평균자책점 5.57에 그쳤다(전반기는 2.93). NC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야구인은 이런 지적을 했다. “해커의 부상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그 전부터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제대로 관리해 줬으면 지금처럼 전력에서 이탈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10여 일의 휴식으로 해커가 전반기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순위뿐만 아니라 NC의 가을 성적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8월 이후로 KBO리그에서 가장 놀라운 팀은 ‘진격의 롯데’다. 42경기에서 28승14패, 승률 0.667의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다만 최근에는 마운드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위 자리를 놓고 NC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만큼, 원투 펀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올해 레일리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전반기 때는 평균자책점 4.67에 그치며 시즌 도중 퇴출을 걱정했지만, 후반기에는 6월24일부터 9연승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고 있다. 6이닝은 기본이고, 7이닝도 곧잘 던지는 등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것도 장점이다. 다만 두산을 상대로는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 ‘옥에 티’다(4경기 평균자책점 6.43).

 

시즌 도중에 대체 외국인 투수로 복귀한 린드블럼 역시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나다. 본격적으로 선발로 던지기 시작한 8월 10일 이후, 7경기 가운데 6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 가운데 4경기는 7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또 KIA와 두산, 그리고 NC를 상대로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인 것도 긍정적이다. ‘안경 낀 에이스’ 박세웅이 최근 다소 지친 모습을 보이는 만큼, 남은 경기에서 ‘린동원’ 린드블럼의 어깨가 무겁다.

 

QS는 퀄리티 스타트로,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을 3자책점 이하로 막아내는 경기. FIP는 수비와 구장 크기 등 외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투수의 순수한 능력을 평가하는 스탯이다. 평균자책점과 비교해 FIP가 낮으면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했거나 운이 나빴던 것이며, 거꾸로 FIP가 높으면 수비나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삼진/9는 9이닝당 탈삼진 숫자이며, 볼넷/9는 9이닝당 볼넷 숫자.

 

SK 강세 속 LG·넥센 막판 뒤집기 노려

 

가을야구의 마지막 한 자리, 5위를 놓고서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는 5위 SK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SK의 원투 펀치 자체는 어느 팀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켈리는 KBO리그 최고 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탈삼진 능력이 뛰어나면서 제구도 좋아 볼넷도 잘 내주지 않는다. 그런 만큼 투구수 관리도 잘해 항상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진다. 어느 팀이라도 단기전에서 그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켈리와 함께 원투 펀치를 이루는 투수는 왼손 다이아몬드다. 부상 등이 있어 성적 자체는 아쉬움이 남지만, 최근 투구 내용은 ‘엄지 척’이다. 8월 이후 평균자책점은 3.46이다. 여기에 지난 9월15일 두산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도 거뒀다. 최근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좋은 투구 내용을 보이는 것도 긍정적이다. 다만 지금의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가을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LG. 그래도 믿는 구석은 리그 최강의 원투 펀치다. 에이스 허프는 지난해에 이어 후반기에 ‘극강의 포스’를 보이고 있다. 전반기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38에 그쳤지만, 후반기 7경기에서는 1.05다. 구원으로 나온 1경기를 제외한 선발로 나선 6경기 중 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최근 3경기에서는 모두 7이닝 투구. 어느 팀을 상대로도 짠물 투구를 이어가지만 득점 지원이 문제다. 후반기 7경기에서 승수는 고작 3승. 잘 던져도 불펜과 타선이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원투 펀치를 이루는 소사도 후반기에 좋은 투구를 기록 중이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4.22다. 그런데 후반기에는 2.75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는 모두 7이닝 이상을 던지는 가운데 31이닝 동안 내준 실점은 단 3점에 그쳤다. 강력한 원투 펀치에 차우찬 등이 뒤를 받치는 선발진만 생각하면, 가을야구에만 진출하면 더 높은 순위로 치고 올라갈 힘을 갖추고 있다. 남은 10경기에서 원투 펀치를 어떻게 운영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만큼 강력한 원투 펀치를 갖추고도 7위에 머문 현실이 이래저래 아쉽다. 정말 LG 팬은 KBO리그에서 극한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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