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이벤트’될까 ‘법정화’될까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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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통행료 무료’ 공약으로 삼은 문재인 정부, 유료도로법 개정할지 주목

 

추석 황금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정부는 10월3일부터 10월5일 자정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전국 모든 고속도로 통행료 100% 무료화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고에 따르면 10월3일 0시 이전에 진입 요금소를 통과해 10월3일 진출요금소를 통과하는 차량, 10월5일에 진입요금소를 통과해 10월5일 24시 이후(6일) 진출요금소를 통과하는 차량도 통행료가 면제된다.

명절 연휴에 고속도로 통행료가 면제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민족 대이동이라는 수식어만큼이나 매년 명절 연휴 기간 동안 수천만명이 이동하면서, 고속도로는 저속(低速)도로로 변했다. 매년 연휴 때 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귀성과 귀경 과정에서 허비하는 시민들의 시간이나, 차량 정체로 인한 연료비 증가와 에너지낭비‧환경파괴, 장시간 운전으로부터 안전운행 보장,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명절 휴무 보장 등을 생각하면, 명절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함으로써 얻는 사회적‧경제적 효과는 엄청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고속의 왕래를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한 통행료 납부가 고속도로 통행료를 징수하는 근거인데, 명절마다 '거북이 도로'가 되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평소와 같이 받아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시 공휴일이었던 2016년 5월6일 강원 홍천군 서울~동홍천 고속도로 동홍천IC에서 차량들이 통행료가 면제된 요금소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임시공휴일 통행료 면제…“생색내기” 비판

 

지난 정부에서 고속도로 통행료는 2번 면제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한 8월14일, 역시 임시 공휴일이었던 2016년 5월6일에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를 시행했다. 당시 시민단체들은 “8월14일이나 5월6일 통행료 면제는 사람들이 반드시 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꼭 고향에 가야 하는 명절 연휴 때 통행료 면제를 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심 달래기용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이었던 강동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광복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국민 사기진작과 내수 활성화를 그럴듯한 명분으로 8월 14일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는 구시대적 발상이자 추락한 민심달래기 차원으로,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급조한 생색내기 조치“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무료 통행이 실시되면서 불필요한 차량들이 증가해 정체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2015년 8월14일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의 수는 역대 두 번째로 많았지만 전국 어디서도 극심한 정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통행료 납부를 위한 불필요한 정체를 없애 소통 상황이 원활해졌다”고 반박했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통행료를 면제했다고 해서 통행량이 아주 크게 늘어난다는 것은 지나친 억측”이라며 “당시 통행료 면제로 143억 정도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하지만, 당시 정부는 국민사기 진작과 내수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고, 전경련 경제연구원에서도 ‘내수진작 효과가 1조4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손해가 아니고 투자에 따른 경제효과가 있었다고 봐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016년 9월13일 오후 경기도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IC 부근 부산방향(왼쪽)이 귀성길에 오른 차량이 늘어나며 정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행령 개정해 명절 하계 휴가 기간 통행료 면제해야”


명절 통행료 무료방안은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서민 교통정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고속도로 '프리웨이' 시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와 국토부가 회의를 한 결과 프리웨이 고속도로는 도로공사 부채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즉각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명절에 한해서라도 무료화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명절 연휴 중 통행료 무료 방안을 지속적인 정책으로 안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자체가 관리하는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면제는 의무가 아닌 자율이다. 이 때문에 명절 통행료 면제를 전체적으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유료도로법’을 신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인권연대,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9월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절 및 하계휴가 기간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는 법안인 ‘유료도로법 개정안(대표 발의 윤관석 민주당 의원)’을 처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박근혜 정부 때 시행된 통행료 면제는 많은 국민들이 필요로 해서 시행된 것이 아니었다. 자의적으로 임시 공휴일에 시행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국민들이 필요한 시기인 명절 연휴에, 시행령 개정에 따라 시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긴 황금연휴를 감안하면 통행료를 면제하는 3일의 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시 공휴일을 포함한 10일의 연휴동안 통행료를 면제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 추석 명절 공휴일로 지정된 4일 간은 통행료 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동안만 통행료를 면제할 경우 그 날들만 차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차량 분산을 위해서라도 4일 간 적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이번 추석부터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좀 더 실질적으로 돼야 하고, 통행료 면제 기간에만 차량이 몰릴 우려도 있기 때문에 명절 연휴 전 기간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10월3일부터 6일까지 4일 동안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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