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자 트위터가 선택한 280자 실험은 ‘양날의 검’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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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용자 유입 위해 글자수 제한 정책 포기한 트위터

 

140자의 신화는 이대로 사라지는 것일까. 9월26일, 트위터는 글자 수를 140자가 아닌 280자까지 허용하는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트위터는 왜 이런 테스트를 시작하게 됐을까. 앨리자 로젠 트위터 제품 매니저는 공식 블로그에서 “세계 시장을 고려할 때 140자로 생각을 말해야한다는 제한을 벗어나면 트윗이 더 늘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트위터 이용자 중 5%를 대상으로 4주~6주의 기간 동안 트윗의 문자 제한을 최대 280자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여기에 한국어는 해당하지 않는다. 영어 트윗만 해당된다. 로젠의 글에 따르면 영어로 작성된 트윗의 경우 전체 9%가 140자를 꽉 채우기 때문에 실험 대상으로 더 적합하다. 

 

이제 막 시작된 280자 실험은 트위터의 핵심 정책을 바꾸는 시도다. 그리고 뭔가 하지 않는다면 성장은커녕 오히려 퇴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잠재돼 있다는 방증이다. © 사진=AP연합

 

사용자들의 저항 거셌던 트위터의 1만자 프로젝트

 

140자라는 글자 수 제한은 오로지 트위터만 갖고 있는 규칙이고 그들의 특징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시태그나 이미지 첨부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하고 진화했지만 140자 규칙은 트위터에서 ‘불변의 법칙’이었다. 그게 트위터만의 개성이었고 그 제한 속에서 규칙을 어기지 않는 압축적인 표현 능력이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매력적으로 만든 무기였다. 그런데도 트위터는 계속 고민했다. 스스로 정한 불변의 법칙이 자신들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지 염려했다.

 

트위터가 글자수 제한 정책을 고민한 건 꽤 오래된 이슈다. 2015년 10월에는 트위터가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지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140자의 제한을 풀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있었다. 트위터가 140자 밖으로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좀 더 구체적인 보도가 뒤따랐다. 2016년 1월 미국 IT매체 ‘리코드’는 “트위터가 새로운 버전을 개발 중인데 최대 글자수 1만자를 검토하고 있다. 트위터는 이 프로젝트를 '비욘드 140(Beyond 140)'이라고 부른다”고 전했다. 

 

리코드 보도가 나온 날,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자수 제한이 풀린 트윗의 스크린샷을 캡처해 올렸다. 그는 “우리는 트위터를 채우고 있는 빠르고 생생한 대화를 강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우리의 생각이 일치한다면 유용한 기능을 추가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고 글을 올렸고 이런 전망은 더욱 힘을 받았다. 

 

결국 도시의 스크린샷은 실현되지 못했고 루머처럼 끝났다. 트위터가 변신을 시도한다는 얘기는 트위터를 오랫동안 사용해 온 유저들의 저항을 불러왔다. 그 저항이 너무 컸기에 1만자 프로젝트는 없던 일이 됐다. 

 

대신 트위터는 작은 변화를 꾀했다. 2016년 5월, 무한하게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게 된 건 아니었지만 사용자 이름 등을 글자수 카운트에서 제외하는 등 그동안의 엄격함을 풀고 규칙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었다. 트위터는 스스로 부드러워진 이유를 “트위터 내 커뮤니케이션을 좀 더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때의 조치 중 글자수와 관련된 건 크게 세 가지였다. △ 리플을 달 때 사용자 이름이 글자수에 포함되지 않고  △ 사진이나 GIF 이미지등 첨부 트윗도 카운트에 포함되지 않으며 △인용 트윗도 글자수에 포함되지 않도록 변경했다. 

 

이제 막 시작된 280자 실험은 트위터의 핵심 정책을 바꾸는 시도다. 그리고 뭔가 하지 않는다면 성장은커녕 오히려 퇴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잠재돼 있다는 방증이다. 2017년 7월26일, 트위터가 공개한 2분기 실적 결과 발표되자 회사의 주가는 12%나 폭락했다. 사용자 수가 한계점에 도달했고 광고 매출이 부진하다는 트위터의 고질병이 드러났고 시장은 회사의 미래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이미 1만자 확대 시도를 접은 바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실험을 중단했지만 이제는 그럴 틈이 없다는 걸 2분기 실적이 보여줬다. © 사진=DPA연합

 

“새로운 사용자 획득하면서 이전 사용자 만족시켜야 한다”

 

그동안 트위터의 주가는 MAU(Monthly Active Users, 한 달 동안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와 맞물려 오르고 내렸다. 트위터는 주요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특히 라이브 비디오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MAU 숫자를 측정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트위터는 이런 이유로 MAU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대신 그들이 밀었던 건 DAU(Monthly Active Users)였다. MAU보다 DAU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SNS에서 광고의 주요 기준이 됐던 MAU를 멀리했던 이유 중에는 페이스북의 숫자와 비교되는 걸 피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었을 거다. 

 

트위터가 DAU를 내세우며 내세운 이유는 논리적이었다. 트위터 사용자는 매일 여러 번 트위터를 열기 때문에 광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며 그래서 DAU가 더욱 중요하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사용자의 참여 빈도가 잦다는 건 광고플랫폼으로 매력적이며 따라서 광고비도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MAU 만능주의에 대항해 주식시장의 눈을 DAU로 돌리기 위해 설득에 나선 트위터의 시도. 이게 성공하려면 DAU가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트위터는 아직 DAU가 얼마나 되는지 그 실제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위터는 스스로 광고 플랫폼으로 가능성이 큰 매체라는 걸 내세우고 있지만 그들의 비밀주의는 설득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트위터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90% 정도다.

 

2분기 실적 발표가 난지 두 달 뒤 실시한 280자 시도는 더 이상 트위터에 여유가 없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 사용자들의 저항 탓에 잭 도시 CEO는 과거 새로운 실험을 중단한 전례가 있지만 이제는 그럴 틈이 없다. 7월의 주가 폭락은 SNS의 주류 세대를 트위터로 끌어오라는 시장의 요구로 해석한다. 다만 그들의 핵심 정책 변화는 양날의 검이다. “트위터가 꽤 오랫동안 새로운 사용자를 흡수하지 않은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트위터와 같은 기업에 요구되는 건 점점 성장할 때 새로운 사용자를 획득하면서 이전부터 함께해 온 사용자를 만족시키는 일이다.” (브라이언 블라우 가트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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