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무죄 나온대?” “북핵은?” “집값은?”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 10:51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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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밥상에 오를 만한 4대 이슈

 

2017년 추석 밥상에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정치·사회 관련 이야기들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그리고 이어진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같은 정치·사회적 이슈들이 지난 설 이후 계속해서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로 인한 한반도의 초긴장 상태도 이번 추석에서만큼은 가족들의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식들의 취업, 결혼, 출산과 직결되는 경제 이야기는 명절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다. 이번 추석에 온 가족이 모인 밥상에서 빠지지 않고 나올 만한 주제 네 가지를 꼽아봤다.

 

 

박근혜 前 대통령은 유죄?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후 사람들의 관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선고로 옮겨갔다. 상당수 언론이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전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무죄 가능성을 점쳤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부회장의 유죄 선고 이후 특검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언론을 통한 여론을 조성해 법원을 압박하려는 삼성 측의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도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는 빠르면 10월말, 늦으면 11월 중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선고를 앞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돈을 수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정말 그럴까.

 

박근혜 전 대통령이 5월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참석해 법정에 앉아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적시한 혐의는 직권남용·강요, 뇌물, 공무상비밀누설, 강요미수 등 총 18개다. 가장 큰 혐의는 뇌물이다. 검찰과 특검은 삼성 관련 뇌물 433억원 외에도 롯데 70억원, SK 89억원 등 592억원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행 양형기준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 있는 액수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은 K스포츠·미르 재단 등에 774억원을 강제 모금하도록 하거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한 직권남용·강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최순실씨에게 국가기밀을 유출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공판 과정에서 사적으로 받거나 사용한 돈이 한 푼도 없고, 최씨와 공모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대다수 법조인들은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중 상당수는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일단 가장 핵심 쟁점인 뇌물수수 여부는 이재용 전 부회장 선고 당시 재판부의 판단을 미뤄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중 89억여원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판결문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의 증거로 채택됐다. 각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 부회장 사건의 판결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직접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이를 크게 벗어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작다. 다만 법원이 뇌물수수 액수를 검찰의 판단과 다르게 볼 수는 있다. 이외에 공무상비밀누설 역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직권남용·강요도 일부 유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미경 CJ 부회장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한 혐의(강요미수)는 무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락하는 文 지지율 반등할까

 

5월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초반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편이다. 별도의 인수위 없이 대통령에 취임했기 때문에, 인수위를 거치며 국민이 느끼는 피로감이 적은 탓이 크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취임 초반 지지율 80%를 상회한 역대 대통령은 거의 없었다.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시점을 기준으로 살펴보면(한국갤럽 조사 기준),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57%(1988년 6월), 제14대 김영삼 대통령 83%(1993년 6월),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62%(1998년 6월),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40%(2003년 5월31일),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21%(2008년 6월),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53%(2013년 6월)를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지지율은 78%였다.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5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하지만 정권 초반 인사검증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고,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인 하락세가 시작됐다. 5월말 80% 중반까지 육박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석을 앞두고 60% 중후반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9월18일부터 22일까지 25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65.6%를 기록했다. 이는 8월말 같은 조사에서 기록했던 73.9%보다 8.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반도 긴장국면이 이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문제는 추석 이후다. 정치 전문가들은 취임 몇 달 동안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른바 ‘허니문 효과’는 길어야 6개월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취임 6개월은 11월10일이다. 추석 후 한 달간 다시 지지율을 높일 만한 동력을 찾지 못하면, 한번 시작된 지지율 하락을 막긴 어렵다. 특히 불가항력적 측면이 있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문 대통령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정책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에 따른 반사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북·미 관계, ‘말폭탄’으로만 끝날까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두 국가 모두 말로는 이미 전쟁을 여러 번 치른 것 같은 거친 언사를 주고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둘 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은 캐릭터여서, 만에 하나 있을 전쟁 가능성 때문에 우리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은 정부 기관이나 관료들을 통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 명의의 성명 내지 트위터를 통해 직접 거친 독설을 내뱉고 있는데, 그 안에는 상대를 향한 적대심이 가득 담겨 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은 9월25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인해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날 유엔총회 일정을 마친 리 외무상은 뉴욕 숙소 앞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이 선전포고한 이상 미국 전략폭격기들이 설사 우리 영공 계선을 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해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떨굴 권리를 포함해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9월23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F-15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북한 동해의 최북단 국제공역을 비행하는 독자 ‘무력시위’를 펼친 데 대한 강력한 반발로 풀이된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9월25일(현지 시각) 숙소인 뉴욕 유엔본부 앞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AP연합

미 정부는 리 외무상의 ‘트럼프 선전포고’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정면 반박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에 대해 선전포고한 바 없다. 솔직히 말해 그러한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 역시 B-1B 랜서의 무력시위에 대해 “비행할 권리가 있는 국제공역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이 도발 행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말로만 보면 이미 양국이 서로를 향한 전면전 준비를 끝낸 것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서로를 향한 이런 거친 독설은 과연 말로만 끝날 것인가. 미국 언론이나 국내 전문가들은 말폭탄을 주고받는 것과 달리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특히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의 거친 발언이 그가 주로 사용하는 ‘미치광이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상대방에게 공포를 유발해 이것을 무기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전략이라는 것. 북한 역시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각오해야 하는 만큼 실제로 도발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집값 어떻게 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8월2일과 9월5일, 두 번에 걸쳐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두 차례의 정책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면전에 나설 것임을 공표한 셈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인해 10년 만에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9월말부터 서울 잠실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하반기부터 쏟아져 나오는 강남 재건축 물량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다시 시작될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국제적 흐름과 다르게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서민들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면서 집값이 폭등했다”며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한 집값 상승세는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남 재건축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을 포함해 서울 전체 하반기 재건축 및 재개발 이주 수요는 4만8000가구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가 공급을 무작정 늘릴 수만은 없다. 수도권 일부에는 미분양이 존재하고, 3년간의 이주 수요를 위해 공급을 늘렸다가 이들이 재건축이 끝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면 반대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기세력은 물론이고 실수요자들 역시 잠시 정부의 대책을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를 위해 보유세 카드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보유세 카드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뜻 꺼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고강도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후인 8월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밀집상가에 급매물 정보가 적힌 알림판이 걸려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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