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바꾼 뒤 일어난 어느 주유소 업주의 한탄과 눈물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7.09.2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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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5일 부산 부산진구 거제대로에 있는 작은 규모의 한 주유소에 법원의 압류집행 요원들이 들이닥쳤다. 이 주유소가 현대오일뱅크에서 에쓰오일(S-Oil)로 기름 공급 거래처를 바꾼 지 1년여 만에 일어난 일이다. 

 

결국 ‘신거제주유소’는 1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금 가운데 8000만원을 일시불로 현대오일에 지급하고, 2000여만원을 1년에 걸쳐 분납하기로 약속한 뒤에야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런 뒤 신거제주유소 업주는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겼던 에쓰오일을 등지고 또다른 기름 공급사로 거래처를 바꿨다. 그리고 에쓰오일과 법적 싸움을 준비 중이다.

 

30여년을 주유소서 살아온 임춘길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에쓰오일 마스코트 모습. ⓒ S-Oil 제공 자료 사진


계약 만료 전 공급처 변경 '계약 위반'으로 1억원 배상

 

그는 셀프 주유소가 유행처럼 생기던 2013년말 셀프 주유기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당시 6년 동안 거래해 왔던 현대오일뱅크와 갈등을 빚었다. 이런 상황에서 에쓰오일 부산지사 영업 담당자로부터 에쓰오일로 거래처를 바꿀 것을 권유받게 된다.

 

현대오일뱅크와 계약기간이 3개월 가량 남아있던 시점이었다. 종전보다 더 나은 조건에 마음을 뺏긴 해당 주유소 업주는 에쓰오일 담당자의 말만 믿고 현대오일뱅크에 계약해지 내용증명서를 보냈다.

 

새 거래처와 계약을 맺고 새로운 꿈을 키워가던 그는 몇 달 뒤 감당하기 힘든 멍에를 메게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처음에는 상표가 노출되는 캐노피 시설물을 임의로 변경했다는 이유로 신거제주유소에 계약위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가, 나중에는 ‘전량 거래’ 위반으로 소송 가액을 1억여원으로 높였다.

 

결국 이 주유소는 현대오일뱅크에 모든 기름을 공급받는다는 ‘전량 거래’ 계약과 달리 다른 회사로부터 틈틈이 등유를 공급받았다는 일이 발각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1억원 가까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공급처 변경과 관련한 법적 문제 검토 여부를 둘러싸고 해당 업주와 에쓰오일 부산지사의 주장은 엇갈린다.

 

 

'끼워먹기' 관행에 손해배상 소송 "이례적"

 

해당 업주는 에쓰오일 법무팀이 지난 2016년 3월 계약 당시 현대오일뱅크와 유류공급 계약서를 검토한 뒤 ‘이상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에쓰오일 부산지사 담당 직원의 말을 믿고 공급처를 바꿨다는 입장이다. 그는 양 모 차장과 당시 전화로 나눈 녹음 내용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은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주유소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는 얘기다.

 

신거제주유소와 관련한 ‘전량 거래’ 위반 손해배상 소송이 이례적이었다는 점은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주유소들이 일부 저렴한 기름을 계약자와 다른 공급처로부터 제공받는 일명 ‘끼워먹기’가 몇 년 전만하더라도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소송에서 패소한 신거제주유소 업주는 기름을 조금 더 추가적으로 넣어주겠다는 에쓰오일 측 제안에도 지난 7월 말, 공급처를 바꿨다. 그리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목 뒤에 생긴 큰 부종으로 병원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에쓰오일 홍보실 관계자는 신거제주유소의 거래 변경과 관련한 송사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해당 주유소에) 도와줄 일은 전혀 없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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