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보다 심각한 게 외래종 교란”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3 18:54
  • 호수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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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창석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11일간의 숨바꼭질 끝에 정부는 붉은불개미가 모두 사멸한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붉은불개미 유입으로 검역 체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창석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은 "새로운 생물종의 침입 또는 도입은 시간이 흐르면서 연쇄작용이 일어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진다. 환경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붉은불개미 확산 사태는 막은 것 같다.

 

“다행히 확산 전에 파악했다. 예방은 못했지만 대응은 철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립생태원 담당자들은 연휴 내내 항만에서 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물리적·화학적 제거에 집중한 것에 대한 부작용도 생각해야 한다. 외래종이 들어왔을 때 임시적인 제거 방식보다는 상시적인 방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붉은불개미 사태로 외래종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자연이 결정한 범위를 넘어선 생물을 외래종이라고 부른다. 생물이 사는 곳은 기후 등 환경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생물종을 옮겨 나른 결과, 분포 범위가 흐트러지면서 발생한다. 외래종은 빠르게 확산하며 생태계를 크게 해친다. 환경이 오염되는 문제는 공장을 멈추거나 오염원을 줄일 수 있지만, 외래종 문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하나의 새로운 생물종의 침입 또는 도입은 시간이 흐르면서 연쇄작용이 일어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진다. 환경 문제 가운데 가장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뉴트리아 등 외래종 침입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가 심각하다. 사진은 발목트랩에 포획된 뉴트리아 © 사진=연합뉴스


 

환경오염 문제보다 심각하다는 말은 쉽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럴 수 있다. 외래종 문제를 주로 생태계 교란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외래종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다양하고 심각하다. 나무를 벌목한 장소에 볏과식물이 다량 침입했는데, 그 결과 산불 주기가 단축됐다. 외래종은 질병을 확산시켜 인구를 절멸시키기도 한다. 유럽에서 전파된 질병(천연두, 홍역, 발진티푸스)으로 1518년 2000만 명이던 멕시코 인구는 50년 후 300만 명, 100년 후 160만 명으로 감소했다.”

 

 

무엇이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가.

 

“일단 외래종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예를 들어 거리에 외래 식물을 갖다 심을 때 학자들이 교란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자 환경부에서조차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 아무거나 살면 되는 게 아니냐’고 했다. 상당히 모르는 얘기다. 외래종의 도입·침입 단계부터 임시 정착, 귀화 단계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외래종 연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나마 국립생태원이 생겨서 이제 연구가 시작되는 단계다. 외래종 문제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연구를 지원해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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