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걸린 ‘백남기 사망사건’ 수사…구은수 기소·강신명은 무혐의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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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故 백남기 사망은 직사살수 때문”

 

검찰이 고(故) 백남기씨 사망사건과 관련,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불기소하고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백씨가 사망하고 고발장이 접수된 지 1년11개월 만에 나온 수사결과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진동)는 구 전 청장과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단장 신윤근 총경, 살수차를 실제 운용했던 경찰직원 2명 등 총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백씨는 지난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과정에서 살수차의 직사살수에 맞아 두개골 골절 등을 입고 쓰러졌다. 백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결국 지난해 9월25일 사망했다. 백씨의 유족은 2015년 11월18일 강 전 청장 등 책임자 7명을 살인미수·경찰관직무집행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월 백씨의 유족이 사망진단서 수정 요구와 함께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검토를 거쳐, 사망진단서를 기존 ‘병사’에서 ‘외인사’로, 사인을 기존 ‘심폐정지’에서 ‘급성신부전’으로 변경한 바 있다. 검찰은 서울대병원 측의 변경된 판단과 마찬가지로 백씨의 사인을 직사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판단했다. 직사살수로 인한 두개골 골절과 이후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 급성신부전(합병증), 심폐정지(사망)까지 단계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10월1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구 전 청장과 신 총경에게 지휘·감독이 소홀했던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집회 관리에 대한 총 책임자여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있지만, 머리를 겨냥한 직사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이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신 총경은 검찰조사에서 구 전 청장의 지휘에 대해 “머리 겨냥 살수 금지 등에 대한 주의 촉구를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살수요원 최아무개 경장, 한아무개 경장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살수차 점검을 소홀히 하고, 운용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최 경장의 경우, 살수차의 조이스틱 및 수압제어장치 고장을 숨긴 안전검사 결과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시위대와 떨어져 혼자 밧줄을 당기고 있는 백씨의 머리에 약 2800rpm의 고압으로 약 13초 가량 직접 물을 뿌렸으며, 백씨가 넘어진 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살수했다. 이들은 살수차 점검정비를 소홀히 해 조이스틱 좌우 조작기능과 수압제어 장치가 고장난 상태로 살수차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살수차는 살수압 3000rpm 제어 장치 고장으로 그 이상도 살수가 가능한 상태였다.  

 

2015년 11월14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백남기 농민이 종로1가 인근에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모습. ©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반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집회 현장지휘관과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주의의무 자체가 없기 때문에 과실도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 전 청장에 대한 검찰조사는 민중총궐기 집회 약 13개월 후인 지난해 12월14일, 단 한 차례의 서면조사만 이뤄진 바 있어 무혐의 처분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이보다 앞서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1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서야 경찰 고위급 관계자로는 처음으로 구 전 청장 등을 소환 조사해 늑장수사라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 등을 고려해 14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 심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위해성 장비인 살수차의 운용 지침 위반과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 남용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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