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 해결책 없나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7.10.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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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성 무시된 채 연간 4만명 이용…장애인 사고 위험 노출

 

마산장애인복지관 부설 작업장에 근무하는 김아무개(58·여)씨가 출근하기 위해 마산중부경찰서 버스 정류소에 내렸다. 단순 업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 지적장애 2급인 그는 경찰서 출구 오른쪽으로 돌아 산복도로 옆 고지대에 있는 마산장애인복지관까지 경사로를 걷기 시작했다. 

 

취재진이 이런 김씨를 뒤따라가다보니, 경사로에서 승합차 한대가 경적도 울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김씨 옆을 휙 지나쳐 하마터면 왼쪽 팔을 칠 뻔 했다. 김 씨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부딪힐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500여m 이상 걸어 신월경남아파트 사거리 앞에 다다랐을 때 김 씨는 갑자기 발길을 멈췄다. 사거리에 나오니 지나가는 차들이 많아 더욱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기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주변만 둘러보는 김씨의 손을 이끌고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넜다. 

 

이어 또 다시 20도 이상의 가파른 경사로를 걷은 김 씨의 발걸음은 급격히 더뎌졌다. 중간에 한번 멈춰서 숨을 돌린 김 씨는 400여m를 더 걸어 25분 만에 마침내 자신의 목적지인 마산장애인복지관에 도착했다. 김 씨의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복지관 부설 작업장에 출근하는 31명의 장애인 중 29명이 매일 아침 김 씨처럼 힘겨운 출근길을 반복하고 있다.

 

교통사고 위험을 무릅쓴 채 900여m를 걸어서 마산장애인복지관으로 출근하고 있는 2급 지적장애인 김아무개씨. ⓒ 이상욱 기자

  

 

“어쩔 수 없이 온다. 선택하라면 오지 않는다”

 

장애인의 접근성이 무시된 채 지어진 마산장애인복지관 건물은 지난 2003년 6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월동의 옛 노인회관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장소에 있음에도 마산장애인복지관을 찾는 이용객 수는 연간 4만 명 이상이다.

 

마산장애인복지관은 비장애인도 오르기 힘든 경사 30도의 산 중턱에 위치해 있다. 262번 시내버스를 제외한 대중교통 이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급경사로 인해 차량 진입도 불편하다. 특히 차량들이 평균 시속 70㎞ 이상으로 다니는 산복도로 경계와 맞닿아 있어 재활치료를 위해 출입하는 발달장애 아동과 성인의 돌발적인 행동에 사고 위험마저 높은 형편이다. 한마디로 장애인 시설이 있어서는 안 되는 곳에 들어서 있다.

 

이와 관련, 마산장애인복지관에 발달장애 아동을 자신의 차로 태워왔다는 박아무개(42·여)씨는 “어쩔 수 없이 온다. 선택하라면 이곳에 오지 않는다”며 접근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정태 마산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은 “마산장애인복지관과 같이 접근성이 취약한 장애인 시설은 전국에 단 한군데도 없다”며 “구 마산지역은 창원시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아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이전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접근성 자체가 문제가 되자 마산장애인복지관 측은 지난 2012년 8월부터 공식적으로 창원시에 이전을 요구해 오고 있다. 2015년 3월 마산장애인복지관 측은 옛 마산지방해양항만청 등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재활용하거나, 장애인 시설이 없는 마산회원구 내 유휴부지 등에 신축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이전 가능한 시 보유 유휴부지가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2015년 7월 마산장애인복지관 측과 면담한 안상수 창원시장은 동사무소 통폐합 시 유휴건물 활용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2016년 11월 창원시는 접근성과 규모 문제를 들어 이전 불가 결론을 내렸다. 

 

계속되는 이전 요구에 최근 창원시는 2023년 준공 예정인 창원 자족형 복합행정타운 내 문화복지시설 조성지(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성동 396번지)에 마산장애인복지관을 옮길 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착공 예정 시기는 2021년이다. 이를 두고 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착공 계획 자체에 대해 “과연 할까?”라며 의구심을 갖고 있다. 

 

가파른 산 중턱에 위치한 마산장애인복지관을 마산중부경찰서 도로변에서 본 모습. ⓒ 이상욱 기자

  

 

시민단체 “마산교육지원센터가 대안이다”

 

이처럼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 문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수년간 장기 표류하자 장애인 관련 시민단체가 나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은 창원시 봉암동의 창원교육지원청 마산교육지원센터 부지와 건물을 창원시가 매입해 마산장애인복지관을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촉구했다. 이들은 창원시가 마산교육지원센터를 매입해 봉암동 주민 센터로 활용하고 인접한 봉암동 주민 센터를 마산장애인복지관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봉암동 주민 센터는 버스 등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어 접근성이 좋고 인근 주택가와 떨어져 있어 마산장애인복지관을 이전하더라도 민원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마산교육지원센터는 창원교육지원청의 특수지원센터와 WEE지원센터, 대회의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마산교육지원센터의 소유권자인 창원교육지원청이 매각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2월 창원시가 마산교육지원센터 매입 의사를 한차례 타진했지만 창원교육지원청은 교직원 연수센터 구축 활용 계획 등을 이유로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창원시는 복합행정타운 내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 예산을 80억 원 가량으로 잡고 있다. 반면 마산교육지원센터의 부지와 건물 등 자산 가치는 31억 원 안팎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교육 시설로서 입지 여건이 뛰어나지 않는 마산교육지원센터를 창원교육지원청이 매각한다면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사정이 이러하자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마산교육지원센터 매각과 관련해 박종훈 경남교육감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 윤 회장은 “박종훈 교육감이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의사를 보인다면 오랫동안 끌었던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며 “박종훈 교육감과 안상수 시장을 만나 마산교육지원센터 매각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태 마산장애인복지관 사무국장도 “봉암동 주민 센터라면 마산장애인복지관 이전지로 적절해 보인다”고 환영했다. ​  

산복도로 경계와 맞닿아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마산장애인복지관 주차장 진입로. ⓒ 이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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