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려드는 삼성
  • 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mw@sisajournal-e.com)
  • 승인 2017.10.23 16:30
  • 호수 1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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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식 삼성 사장단 인사 초읽기…60대 지고 50대 젊은 피 뜬다

 

“이번 결정은 발표 직전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시기적인 상황과 그의 역할을 고려해 볼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 삼성그룹 관계자가 10월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격 사퇴 소식을 듣고 보인 첫 반응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그의 사퇴 발표에 대부분의 삼성 직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권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까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한 후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된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는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없는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나온 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해 온 권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사장단 인사 조기단행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조직시스템 재정비 차원에서라도 더 이상 사장단 인사를 미룰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시기는 11월초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0월말 열리는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 인사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월13일 전격 사퇴를 발표하며 이재용식 삼성의 인사태풍을 예고했다. 아래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치소로 이동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최준필

 

1960년대생 약진, 세대교체 바람 거세질 듯

 

이번 삼성 사장단 인사는 지난 2008년 이른바 ‘삼성 특검’ 사태 당시와 유사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혀 경영공백 상황이 됐을 때 윤종용 부회장 역시 사퇴를 선언했다. 그 이듬해 단행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는 만 60세 이상 경영진이 모두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부터 삼성그룹 내부에선 60세가 사실상 사장단의 정년처럼 여겨졌지만, 지난해 삼성그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사가 미뤄지거나 소폭에 그치다 보니 전체 사장단 연령대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2017년 현재 상황을 감안해 보면 최고경영자(CEO)는 안정적으로 가겠지만, 각 부문 경영을 주도하는 리더들은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인사는 철저히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과 코드에 맞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이건희 회장 시절 삼성전자를 이끌었던 60대 인물들은 뒤로 물러서고 상대적으로 젊은 50대, 즉 1960년대 생의 약진을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권 부회장 역시 사퇴의 변을 통해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급격히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세대교체를 염두에 둔 용퇴라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다만 세대교체 현상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기보다는 역할에 따라 강도가 다를 것으로 점쳐진다. 우선 가장 중요한 CEO 역할은 안정적인 인물이 맡을 것이란 게 업계 공통된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인물의 약진을 전망한다. 대표적 인물이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이다. 조직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알려진 그는 구조조정본부와 미래전략실을 거친 만큼 그룹 사정에 밝아 차기 CEO로 거론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부회장과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CEO 낙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과거 이학수 부회장의 경우에서 보듯 삼성 CEO는 늘 재무통이 아니라 엔지니어 출신이 맡아왔다”며 “특히 현재와 같은 시기에 이재용 부회장과 가까운 인물들이 CEO를 맡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회장이 아직 재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 전면에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 이상훈 사장은 현재 미등기임원 상태다.

 

 

실리콘밸리 출신 등 외부수혈 가능성도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권오현 부회장의 빈자리를 윤부근 CE(소비자가전) 부문장(사장)이 맡을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윤 사장은 등기이사면서 권 부회장 다음가는 연장자다. 또 삼성전자의 CEO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사장이 사령탑을 맡게 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안정적인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 시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라도 당분간 윤 사장이 삼성전자의 간판 역할은 물론, 권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담당하던 총수 대행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윤 사장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 글로벌 AI 포럼’에 참석했을 때 조직을 대표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가 현재 가장 유력한 ‘포스트 권오현’이지만, 조직의 꽃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부문에서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나이가 많은 편이란 점은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부회장 감으로 거론되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이다. 과거 몸담았던 삼성전자로 다시 돌아와 승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사장은 예전부터 이 부회장 시대에 맞춰 삼성전자 차기 컨트롤타워 후보 중 한 명으로 파악되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경영성과도 좋은 데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왼쪽부터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윤부근 CE 부문장(사장) © 시사저널 포토

이 같은 특수한 몇몇 인물을 제외하면 60세 이상 인물들은 뒤로 물러나고 비교적 젊은 인물들이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권 부회장이 물러난 반도체 부문은 김기남 반도체총괄 사장의 수장 발탁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반도체 부문은 삼성전자의 호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삼성전자 3분기 전체 영업이익(14조5000억원) 가운데 반도체에서만 10조원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문 수장은 사실상 삼성전자의 핵심 인사로 여겨진다.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벌써부터 김 사장이 권 부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삼성 반도체 부문에서 김 사장은 권 부회장 못지않게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1981년 삼성에 입사해 반도체연구소 D램 팀장, 차세대 메모리와 이미지센서 개발 담당 임원, D램 개발실장 등 반도체 핵심 부서를 거쳤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그와 함께 D램 및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20년 넘게 경험을 쌓아온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부사장)도 깜짝 발탁 후보군 중 하나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 사장도 향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인물로 꼽힌다. 삼성SDS 사장 등을 거친 후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를 맡고 있으며, 이재용 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거쳐 온 곳들의 실적이 좋고, 특히 반도체 연구원으로 입사해 주요 직책 중 하나인 메모리사업부장까지 역임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아예 사장단 인사 일부를 외부에서 수혈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재용 부회장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사장단 인사 대상을 정통 삼성맨들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에서 데려올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실리콘밸리 출신이나 삼성이 인수한 미국 하만 인사들을 데려와 조직에 변화 및 긴장감을 불어넣으려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를 이끌어온 주역들은 대부분 제조업에 밝은 인물들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소프트웨어에 밝은 외부인사를 사령탑으로 끌어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하위직급에선 해외 소프트웨어 인재를 영입해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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