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물림 사고 견주가 기본 에티켓 안지킨 인재(人災)”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0.27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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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의 괴발개발] 1000만 반려인구 시대, 펫티켓은 이제 시작이다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며 일각에서 ‘펫포비아’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개물린 사고에 대한 두려움은, 올해 들어 방송가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 불어온 ‘반려견 신드롬’의 반작용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습니다. 한일관 대표를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연예인 최시원씨의 반려견을 두고는 ‘안락사를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그 가부를 두고 온라인상에 투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맹견관리법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며, 아예 모든 공공장소에 반려견의 출입을 금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시점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보다 성숙한 반려견 문화가 안착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 Pixabay

 

개가 문제? 기본기 지키지 못한 반려인들의 책임도 크다

 

일련의 개물림 사고 후 일어난 사회적 논의들의 줄기는 크게 두 가지로 귀결되는 듯해 보입니다. 하나는 사람을 공격할 가능성이 큰 개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자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개, 특히 맹견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자격 요건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개물림 사고가 미연에 방지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사고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견주가 기본적인 펫티켓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지적입니다. 동물행동 교정으로 ‘갓형욱’으로 불리는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는 “반려인구가 먼저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고 실천해나갔더라면 이렇게까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산책시 줄을 매고 산책을 하고, 배변을 치우고 위협적인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과 같이 기본적인 교육들 말이죠.

 

그는 10월16일 보듬컴퍼니 블로그에 올린 반려견 교육칼럼 ‘누구도 물리면 안 됩니다’에서 사람을 무는 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위협적인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착용하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여 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하자는 건 아닙니다. 어느 개든 위협을 느낄 시 사람을 물 수는 있지만, 전문가에 의해 충분한 훈련으로 공격적 성향이 교정될 수 있습니다. 강 대표는 또다른 칼럼 ‘모든 개가 무조건 입마개를 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10월23일 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모든 개는 입마개를 하고 외출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반려견을 접하는 전문가들의 안전과 교육, 미용, 치료를 받는 반려견의 안전을 위해 평소 입마개 연습이 필요합니다.”

 

강형욱 훈련사가 보듬컴퍼니 블로그에 올린 칼럼 @보듬컴퍼니 블로그 화면 캡처

 

지나친 펫포비아는 경계해야

 

일단은 견주의 펫티켓 교육이 확실히 돼야 합니다. 같은 개를 보고도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누구는 두려워하고, 누구는 귀여워합니다. ‘네’가 ‘나’와 같지 않음을 안다느 것이 펫티켓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솔루션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됩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데 있어서 오해와 갈등은 필요충분 조건입니다. 어느 한쪽의 이해와 양보만 구할 게 아닙니다. 서로 노력이 필요한 셈이죠.

 

견주는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한 맹목적 신뢰를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우리 개가 누군가를, 혹은 다른 개를 공격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변해야 합니다. 보듬컴퍼니는 다음과 같은 반려견의 경우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1. 보호자 스스로가 내 개을 무서워한다.

2. 가끔 나의 행동을 개가 몸으로 막으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린다.

3. 개가 경고 없이 위협한다.

4. 자고 있을 때 만지면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5. 내가 먹고 있는 식탁에 올라오거나, 손에 들려있는 음식을 낚아채간다.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다면,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죠. 어쨌든 반려가구 1000만 시대란 사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몇몇 개물림 사고는 견주의 과실의 탓이 크지만 때론 피해자의 서툰 접근법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1. 보호자의 허락 없이 먹이를 주지 않는다.

2. 낯선 개에게 함부로 말을 걸지 않는다. 

3. 충분한 교감 없이 개를 만지지 않는다.

4. 개에게 크게 소리치지 않는다.

5.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간다.

‘우리는 반려견과 함께 살면서 정말 이웃을 배려했을까?’ 한국 사회는 반려견 문화라는 외형적 틀은 갖춰졌는데 그 안을 알차게 채울 펫티켓은 아직 무르익지 못한 듯합니다. 인류사는 종종 이런 괴리를 목도해왔습니다. 지나치게 빠른 변화는 늘 문화적 딜레마를 그 부작용으로 달고 왔습니다. 물질세계의 변화 속도와 정신․문화적 차원 속도 차에서 나오는 괴리입니다. 민주주의 과정도 그랬고 경제성장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 

 

여느 생명체가 그러하듯, 인간과 개는 공존하는 방법을 습득해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사실 개라는 동물은 오랜 시간의 인간의 친구로서의 지위를 지켜왔지만, 지금처럼 인간과 (거의) 동등한 위치에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지금이, 앞으로 발전적인 ‘人-犬’ 관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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