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출마설’ 황교안 “머잖아 출마 관련 입장 밝힐 것”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0 08:47
  • 호수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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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SNS 통해 사드·원전 등 현안 관련 입장 밝혀…교회 관련 일정도 소화

퇴임 후 한동안 뜸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장소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창대교회. 10월22일 오전 예배에 간증을 하기 위해서였다. 황 전 총리 등장 소식에 예배 시작 훨씬 전부터 각지에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차량 행렬이 교회 앞으로 끊임없이 이어졌다. 교회 100여m 앞부터 길가에 황 전 총리의 얼굴이 새겨진 홍보 입간판들도 줄줄이 세워졌다. 예배 안내를 돕던 한 성도는 “황교안 전도사님 오신다는 소식에 평소보다 배는 더 사람들이 모였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이날 창대교회 담임목사는 직접 그를 부른 계기에 대해 “성경 속 총리 요셉과 관련한 구절을 보고 ‘우리에게 요셉같이 좋은 총리가 누가 있었나’ 생각하다 황 전 총리를 떠올렸다”며 “그와 평소 인연이 있던 친구 목사에게 부탁해 초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소개를 받고 강단에 오른 황 전 총리는 해당 교회가 다름 아닌 자신이 속한 침례교이며, 또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들면서 바쁜 일정 가운데 초청에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5월11일 퇴임한 황교안 전 총리(오른쪽 두 번째)는 이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왔다. © 시사저널 임준선



“통진당 해산, 내 최고 성과 중 하나”

 

5월 총리 퇴임 후 바깥 걸음을 최소화하던 그가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곳은 모두 교회와 관련된 자리였다. 퇴임 후 첫 공식 행보 역시 지난 9월 대구의 한 교회 특강 자리였다. 그다음이 바로 이날 예배였다. 황 전 총리는 진작부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졌다. 1980년대 초 사법연수원을 다니며 야간 신학교 생활을 병행하기도 했다. 2012년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라는 책도 출간했다. 그는 이날 간증에서 공직생활을 하며 거의 한주도 빠짐없이 교회에 출석했다고 자부했으며, “내가 못하면 사람들이 곧 교회를 공격할 거라고 생각해 공직생활 중 늘 최선을 다했다”고 말해 성도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설교 내내 최대한 정치적인 메시지를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은연중에 재직 당시 야당에 대한 비판과 진보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임명 당시 청문회에서 받은 당시 야당 측의 공격을 자신이 겪었던 고난으로 꼽았다. 그는 “나를 두고 왜 그들이 그렇게도 공격했는지 여러분들도 다 알 거다. 그들이 나 개인만을 두고 공격한 건 아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총 693일을 총리로 근무하며 매일매일이 간증거리로 넘쳐났다”면서 “지금 얘기하면 괜히 정쟁거리만 될 것 같아 더 하지 않겠다”고 급히 말을 정리하기도 했다.

 

황 전 총리는 설교 중간 예배당 화면에 ‘젊어진 검찰…전 정권 ‘미운털’ 복귀’라는 제목의 2009년 8월11일자 조선일보 기사 하나를 띄웠다. 그는 “기사에서 말한 ‘전 정권 미운털’이 바로 나였다”며, 노무현 정권 시절 인사로 받은 고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고난이 끝난 후 더 나은 보직을 받게 됐다”고 덧붙였다. 황 전 총리는 2011년 부산의 한 교회 강연에서도 이와 똑같은 발언을 해 법무부 장관이었던 2015년 한 차례 논란을 겪기도 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국민 모독 발언’이라며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과거에 이미 문제를 일으켰던 발언을 이날 황 전 총리는 또 다시 그대로 반복한 것이다.

 

공직생활 중 자신이 겪은 고난에 대해 얘기하던 황 전 총리는 그 어려움을 뚫고 자신이 가장 크게 이룬 성과 중 하나로 주저 없이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을 꼽았다. 통진당이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당이라 판단해 헌법재판소에 직접 정당해산 신청을 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자신의 재직 중 큰 성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년 가까이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황 전 총리는 자신의 SNS를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로 삼았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각종 현안에 대한 생각을 SNS에 써 올렸다. 대부분의 글 속엔 공직생활의 회상 혹은 현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 등이 담겼다. 때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적극 부인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10월22일 황교안 전 총리가 남양주 창대교회에서 오전 간증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시사저널 구민주
 

 

개인 사무실 마련…선거 준비 본격화?

 

지난 5월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 세월호 수사 과정에 자신이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참으로 안타깝다”며 보도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7월엔 장관 시절이던 2012년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자료를 청와대에 넘겼다는 보도에 대해 “황망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써 사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땐 정부에 대한 비판도 한마디씩 언급했다.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그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사드 반대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드 반대하는 이들의 의도가 의심스럽고 개탄스럽다”고 표현했다. 가장 최근 게재한 10월21일 글에선 원전 건설 재개에 대해 다행이라며, 원전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이번 공론화로 3개월간 1000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사실을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황 전 총리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진영 서울시장 후보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최근 ‘친박 청산’ 문제로 자유한국당 내홍이 커지면서 당의 비상대책위원장 자리에도 이름이 거론된다.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붓듯, 황 전 총리는 최근 서울 서초동에 개인 사무실을 내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그는 현재 변호사로서 ‘휴업’ 상태다. 따라서 새 사무실은 변호사 업무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며, 이는 곧 선거 준비를 위한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황 전 총리의 한 지인은 “그가 최근 사무실을 냈다고는 들었는데, 아마 서울시장 출마 준비를 하려는 게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계속되는 출마설에 대해 그는 아직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조만간 출마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10월22일 예배가 끝난 후 그는 향후 행보에 대해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그저 예배에 온 것”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머지않아 출마와 관련해 이야기할 자리가 생기겠느냐’는 질문엔 “뭐 그렇게 안 되겠느냐”며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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