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式 도시재생사업은 정답이 아니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0 12:42
  • 호수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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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한국도시설계학회 공동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 조사

메가시티(Mega City)는 ‘도시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단어다. 지난해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열린 ‘제3회 해비타트(Habitat) 대회’에서 유엔은 현재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에 살고 있고 2050년까지 70%가 도시로 몰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혹자는 금세기 말이면 도시 인구가 인류의 80%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메가시티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스마트시티(Smart City)’다.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된 미래도시의 전형이다. 두 단어는 도시의 발전이 단순히 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적·내적 성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 도시재생사업인 서울 중구의 서울로 7017 © 시사저널 고성준


 

반면 서울은 어떤가? 서울은 국내에선 비교불가한 도시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산다. 수도권에는 국내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위권 대학 80%, 의료기관 51%, 예금액 70%가 모여 있다. 그런데도 서울 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하는 시·도별 인구수를 보면, 9월말 서울시 인구는 989만1448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의 시·도별 인구동향에 따르면, 9월에만 서울에서 1만3331명이 순유출됐다. 통계청은 9월 통계를 발표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서울이 8년7개월째 인구가 계속 줄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시민들이 서울을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주택 문제(49%)가 꼽혔다. 이는 결혼·독립 등 가족 문제(23%), 일자리 문제(17%) 등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서울 주택 구입능력 189위, 주거불안 우려 

 

그렇다고 서울 인구 감소 현상을 무작정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1000만 명이 모여 살면서 생긴 과밀화 문제가 점차 해소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면서 일부 연구기관은 오는 2045년엔 서울 인구가 800만 명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과밀 해소로 서울의 도시 환경이 좋아진다는 점에서는 인구 감소가 긍정적이지만, 경쟁력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다.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는 굳이 비유하자면, 바람이 빠져 시들해지는 풍선과 같다. 단적으로 급격한 인구 감소는 삶의 질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최근 《지방도시 살생부》를 쓴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 유출은 생활 만족감뿐 아니라 가족의 수입, 주거 환경 만족감마저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은 도시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일본 도쿄는 2020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에 나서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각오다. 서울은 어떨까? 창간 28주년을 맞아 시사저널은 한국도시설계학회와 공동으로 ‘서울의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조사했다. 도시 경쟁력을 나타내는 주택·문화·녹지·환경·일자리·물가 등 6가지 지표를 통해 서울이 세계 도시들 중에서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살펴봤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설문조사는 도시계획, 건축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이상 한국도시설계학회 회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그중 20명을 추려 2차 심층 조사를 벌였다.

 

부문별로 보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2014년 현재 97.9%를 기록했다. 순수 보급률만 놓고 보면 아시아권에서는 싱가포르(75%)와 도쿄(130%)의 중간 수준이다. 하지만 자가(自家)보유율은 2014년 현재 45.9%를 기록, 싱가포르(90%)·도쿄(62%)보다 낮았다. 자가보유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내 집 마련이 힘들다는 것을 뜻한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20일 현재 서울 지역 3.3㎡당 아파트 매매 값은 2095만원을 기록해 연초보다 9.2%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4.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1인당 공원 면적은 서울이 16.37㎡를 기록, 싱가포르(66.7㎡)와 도쿄(3.0㎡)의 중간에 있다. 다만 문화예술부문은 아시아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인구 10만 명당 공공도서관은 6곳으로 싱가포르(0.5곳)·도쿄(2.9곳)를 앞섰고, 국립박물관 수도 15곳으로 도쿄(8곳)와 싱가포르(6곳)보다 많았다. 미술관·전시장·영화관 수는 아시아 최상위권이었다.

 

경제력을 평가하는 생활비 지출 수준은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6위로 뛰었다. 우리보다 앞선 아시아권 도시는 홍콩(2위)·도쿄(3위)·싱가포르(5위) 정도다. 중국 상하이(8위)·미국 뉴욕(9위)보다 생활비가 많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6년 6월2일 서울 만리동 도시재생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 © 서울시 제공


 

다국적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매년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하는데, 서울은 지난해 종합 순위 11위를 차지했다. 올해 일본 모리기념재단이 발표하는 세계 도시경쟁력 평가순위는 이보다 높은 6위였다. 반면 안전성, 건강·보건, 문화·환경, 교육, 인프라 등 5개 지표를 토대로 세계 140개 도시를 평가하는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니트’(EIU) 조사에선 서울이 58위를 차지했다. 같은 조사에서 도쿄는 13위, 싱가포르는 35위였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엄격히 말해 서울은 질적인 면에서 미국·유럽 대도시들과의 격차가 아직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보건·복지 등 서구사회가 강조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은 여전히 뒤처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거비 부담이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에반스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16년 가구소득대비 주택가격(PIR)이 서울은 21.16년으로세계 19위지만, 주택구입능력지수는 189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시민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도시들, ‘재생’ 아닌 ‘일자리’ 만들기 중

 

최근 서울시는 별다른 변화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임 시장들과 달리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운영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도시개발 정책인 ‘도시재생’도 적잖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박 시장은 2012년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출구전략’을 발표하면서 서울 시내 361곳의 정비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들고나온 것이 소개발 위주의 ‘도시재생’이다. 올해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예산은 2300억원으로, 정부가 한 해 도시재생사업에 투입하는 예산(15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비판론자들은 무엇보다 도시재생으로 인한 효과를 지적한다. 하권찬 한국도시개발연구원 원장은 “지금처럼 단기간 내 프로젝트를 만들어 ‘재정을 따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도시재생은 보여주기식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대표주자 격인 종로구 창신·숭인 구역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2007년 뉴타운 지구로 선정됐지만, 재건축·재개발을 둘러싸고 주민 갈등이 이어지면서 도시재생으로 개발 방식을 바꾼 상태다. 도시재생 선도지역 지정 3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지역 주민들의 반응도 전문가 의견과 다르지 않다. 숭인동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도로, 주차 공간조차 새로 내지 못하다 보니 주거환경이 도시재생사업 전보다 별반 달라진 게 없다”며 “실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전면 재개발 방식을 일부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도시 관련 학과 교수도 “박 시장의 도시재생 사업은 20~30년간 꾸준히 예산을 투입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하겠느냐”며 “동네 몇 집 고치는 식의 보존형 재생정책은 도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갈수록 주거환경이 노후화되고 있는 강북 도심권을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서울시도 세운상가 등 도심권 정비에 대한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서울시가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대대적 개발보다는 보존에 기반을 둔 ‘재생’이다. 이러자 최근 학계에서는 민간 자본을 활용한 도심지 복합 개발이 대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본사 땅을 거래하면서 발생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으로 송파구 잠실운동장과 강남구 삼성역 주변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것이 좋은 예다. 이정형 중앙대 건축학과 교수는 “보존을 위한 재생은 ‘선’이고, 개발을 통한 재생은 ‘악’이라는 사고는 최근 도시개발 흐름과는 동떨어진 것”이라면서 “도쿄·런던·뉴욕은 도심지 내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메가시티와 함께 콤팩트시티(Compact City)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 시사저널 고성준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선진국 도시들의 공통적 문제다. 더군다나 이들 도시들은 저금리로 유동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도심부 집값이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젊은 층의 도심 거주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비싼 집값 문제로 서울 변두리에 살 집을 구하는 우리 2030세대 모습과 같다. 사회문제가 되자 뉴욕·도쿄시 당국은 도심지를 개발하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젊은 세대들을 위한 주택 공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이 문제에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도 ‘청년2030주택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청년2030주택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고가월세’라는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백성준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생에 투입될 예산의 일부를 역세권 등 교통요지에 공공주택 형식으로 공급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강북 도심에 민간 복합 개발방식 도입해야

 

통계청은 2045년 서울의 생산가능인구가 508만 명으로 2015년 대비 32.6%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주거부담을 느낀 젊은 층이 수도권으로 주거지를 옮기는 것은 서울의 생산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시개발연구원이 통계청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지역총소득은 지난해 384조6000억원으로 전국 24.5%를 차지했지만, 민간소비지출(0.2%)·건설투자(8.0%)·개인소득 증감률(2.8%) 모두 전국 평균보다 1.4~2.1%포인트 낮았다. 결국 서울이 지금과 같은 도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업시설 유치가 절실하다. 하권찬 원장은 “세종시로 공공기관이 내려간 마당에 옛 제조업 시설은 아파트로 개발되면서 서울의 산업생산력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는 ‘2030 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서울을 3도심, 7광역, 12지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다.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비전도 마련했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방안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창신동 벽화마을 © 시사저널 박정훈


 

그러는 사이 산업시설은 계속 지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예전처럼 굴뚝산업형 생산시설을 유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영국 런던의 테크시티(Tech City)는 그런 면에서 서울시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런던 금융권의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테크시티는 원래 제조업 중심지였지만, 관련 시설이 빠져나간 후 공동화(空洞化)가 심해졌다. 이에 런던시는 버려진 제조업 시설에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이후 구글·애플 등 IT(정보기술) 기업을 대거 유치하면서 현재는 거대한 산업혁신센터로 변신했다. 조한필 에반스톤 대표는 “최근 중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로 스웨덴 스톡홀름·캐나다 토론토·호주 시드니·독일 함부르크·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등 6곳을 뽑았는데, 그 기준으로 치안·의료·환경·음식·교육이 꼽힌 것은 서울의 향후 도시개발 목표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 탓도 있지만, 최근 서울을 찾는 중국인 등 외국인 수가 줄어든 것은 서울이 한 번은 찾지만 두 번, 세 번 올 만한 매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해외 인구 유입을 위해 의료·교육 기관을 대거 서울 강북 도심에 들어서게 해 강남·북 균형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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