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세상의 남자는 딱 두 종류라고 합니다
  • 노혜경 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1 09:05
  • 호수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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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예방 교육은 가해자만이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대응 요령을 알려줌으로써 평등한 인간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사진은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의 한 장면 © tvN

 

“남자는 두 종류가 있어요. 제대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은 분과 받지 않은 놈은 나이 불문, 학력 불문, 계급 불문 완전히 다른 종류예요.” 전직 언론사 사장 한 분이 내게 칼럼 주제로 쓰라고 권하며 한 얘기다.

 

나는 이 말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용자가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사장과 하지 않는 사장”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다. 성희롱은 자칫하면 회사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는 중대한 범죄다. 이미 호식이치킨 회장의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교훈적으로 보여주듯이, 사회는 성희롱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직장 다니면서 성희롱 조심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싶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성희롱이 범죄라는 사실은 알아도 어떤 언행이 성희롱인지는 모른다. 일반적으로 성범죄라 부르는 일들 중에 성희롱은 얼핏 경미한 범죄 같아 보인다. 심지어, 성희롱할 의도만 없으면 성희롱이 아니다는 오해도 많이들 한다. 따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많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자꾸 촉구해야 할 일에 속한다.

 

 


 

최근 드라마들은 다양한 에피소드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의 고단함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중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 등장하는 직장여성 우수지의 회사 생활이 대표적 사례다. 우수지는 똑똑한 여성동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동료 남성 직원들의 언어 성폭력에 적나라하게 노출돼 있다. 오직 여성이라는 것 말고는 자신들에게 꿀릴 것 없는 여성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집단 성희롱이 자행되지만, 직장을 계속 다니려면 이를 문제 삼기 어렵다. 그 직장동료들에게 누군가가 그런 언행은 성희롱이라고 지적한다면, 또는 우수지 당사자가 그렇게 지적한다면, 그 남자들은 뭐라고 말할까. 아마 열에 아홉은 이 여자가 멀쩡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몰고 있다느니, 사람 잡는다느니 할 것이다. 심지어 “우수지가 여자였어?”라든가 “이래서 여자는 시끄럽다”는 식의 또 다른 성희롱을 가할지도 모른다. 우수지는 그런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래서 ‘쿨’한 방식으로 위태로운 상황을 넘긴다.

 

드라마라서 우수지는 곧 그런 위기를 탈출하게 되겠지만, 현실세계라면 어떨까. 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성희롱 예방 교육을 도입하고 바로 그러한 상황이 성희롱이므로 처벌될 수 있음을 명확히 하지 않는 한, 조직 내 모든 단위에서 위계를 타고 벌어지는 이런 성적 공격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우수한 여성 직원을 잃거나 징벌적 손해배상을 당할 수도 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은, 어떤 것이 성희롱인가를 인지하게 함으로써 성희롱 상황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피해자가 성희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법도 가르쳐준다. 평등한 인간관계를 맺는 법을 배움으로써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 내 의도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상대의 반응을 중요시하는 훈련을 통해 타자와 공존하는 법도 배운다.

 

이미 1999년부터 공공기관이나 단체에선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공공단체뿐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이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예방은 수습보다 비용이 덜 든다고 말하면 자본주의적 호소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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