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진짜 목적은 ‘일자리 창출’
  • 김세용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손상혁 한국도시설계학회 도시개발위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1 15:07
  • 호수 1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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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뉴욕과 도쿄의 도시 재개발 전략을 배워야

 

얼마 전 미국 코넬텍(Cornell Tech·코넬대 공과대학)이 뉴욕 맨해튼 옆의 조그만 섬, 루스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에 문을 열었다. 몇 년 전, 뉴욕시가 땅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걸고서,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을 공모한 결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 뉴욕시가 금싸라기 땅을 제공한 이유는 고급 두뇌 유치와 번듯한 일자리 창출이다. 한마디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이유였다.

 

어디 이것뿐이랴. 뉴욕 맨해튼 북쪽의 대표적 슬럼가인 할렘(Harlem)과 인접한 컬럼비아대학은 뉴욕시가 발동한 토지수용권(Eminent Domain)을 활용해 거대한 규모의 ‘맨해튼 빌(Manhattan Ville)’ 프로젝트를 거의 완공해 가고 있다. 할렘가 몇 블록을 쓸어버린 이곳에는 첨단연구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뉴욕은 할렘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섰다. 사진은 맨해튼 전경 © AP 연합


 

뉴욕 할렘가, 최첨단 연구단지로 대변신

 

국내에서도 요즘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화두다. 서울시도 도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 정책을 적극 활용하고자 한다고 들었다. 기존 여러 유형의 도시재생사업이 ‘뉴딜’이란 이름하에 더 깊숙하게 진행될 것 같다. 그런데 뉴딜(New Deal)은 말 그대로 ‘새로운 거래’라는 의미다. 카드 게임에서는 카드를 바꾸어 새로 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다시 말해 기존의 방식을 뒤엎는 새로운 판짜기가 뉴딜의 본래 뜻이다. 그런 면에서 1933년 3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가 대공황 문제 해결책으로 그동안 미국이 견지했던 자유방임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경제 문제 해결에 나섰던 일련의 정책과 법제정은 새로운 시도, 즉 ‘뉴딜’이었음이 분명하다.

 

뉴딜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테네시강 유역 개발 등 거대한 인프라 구축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루스벨트는 뉴딜정책의 추진으로 대공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경제가 회복되는 기미가 보이자 실업수당 등을 보장하는 사회보장법을 제정했고,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와그너법(Wagner Act)도 제정했다. 정부 재정지출을 확대해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로 인해 경제가 나아지자 실업자와 노동자를 보호하는 입법을 추진,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의 판을 새로 짰던 것이다.

 

그 뜻을 정확히 알고 있다면, 도시재생도 바뀌어야 한다. 인프라 구축이나 주거지 정비는 도시재생의 주요 방법일 뿐, 재생의 주요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시스템의 정비여야 한다. 우선 시급한 것은 일자리일 것이다. 삼포세대·오포세대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젊은 청춘들이 좌절하고 있는 이때, 도시재생의 방점은 일자리 창출에 찍혀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는 작년부터 몇 개 대학과 함께 캠퍼스타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대학 등이 손잡고, 청년 일자리 창출과 주거 안정 등을 위해 새로운 유형의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고, 많은 기대를 가져보게 만든다. 도시재생은 일자리 창출이 안 되면 성공이라 할 수 없다.

 

 

도쿄, 대대적 규제 완화로 도심 재정비 성공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으로 낙담하던 2000년대 초, 고이즈미 총리는 ‘도쿄(東京) 도심 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도시재생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 배경은 과거 국토종합개발계획하의 물류수송을 위해 도쿄와 각 지방을 연결했던 철도와 도로를 원래 취지인 ‘지방으로의 분산’ 대신 ‘도쿄로의 흡수’로 가속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수도권 규제 완화와 도쿄 도심 재개발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세계 도시론에 근거한 도쿄 도심 재개발은 도쿄에 모든 물자를 집중 투자해 이 도시를 뉴욕·런던 같은 국제도시로 키워 일본 전체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었다.

 

이후 2012년 아베 총리 취임으로 도쿄 도시재생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아베 정권은 ‘도쿄 대개조’라는 슬로건 아래 2014년 국가전략특구 제도를 만들어 도쿄를 포함해 수도권인 가나가와(神奈川)·지바(千葉)현, 지바시를 ‘국제 비즈니스 혁신거점’으로 지정했다. 동시에 공공은 도시재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것과 동시에, 민간 자본을 적극 유치해 재개발사업의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라는 호재는 도쿄의 발전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완화 정책이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일본 경제는 공공에서 도심재생을 위해 투입할 재정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자발적인 규제 철폐와 완화를 통해 적극적인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을 수행할 수 있었다. 민간 디벨로퍼(개발사)들은 완화된 용적률 등으로 확보된 사업성을 보행로 확장, 광장, 야외공연장 등 적극적인 공공기여로 시민들에게 환원시켰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민간 주도의 개발은 무조건 공공성이 결여된다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 모리타워에 들어선 거대한 조형물 © TASS


 

이런 정책의 결과물인 여러 대규모 복합용도 시설물들은 여러 다국적기업과 대기업 유치로 일자리 창출의 원동력이 돼 현재 ‘아베노믹스’를 실현해 가는 근간이 되고 있다. 최근 서울의 도심에 개발된 복합용도 시설물들이 사업의 안정성이란 핑계로 주거시설 위주로 개발되고 있는 점은 공공과 민간 부문 모두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도시의 경쟁력은 일자리지 주거시설일 수 없기 때문이다. 도쿄의 ‘세계도시론’과 서울의 ‘동북아 중심도시론’은 어딘지 닮은 듯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로 가고 있지 않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50조원 예산의 ‘도시재생뉴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긴밀한 협조와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 적절한 도시계획 없이 급속히 개발된 수도 서울의 도시재생방향을 ‘보존 중심’으로 정한 서울시의 정책도 융통성 있게 적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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