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한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의 행보가 더 주목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0.31 17: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의 파격 사장단 세대교체 단행에 따른 ‘삼성호’ 향배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이고, 권오현 부회장이 사퇴를 표명하는 등 경영공백의 우려가 예상되는 삼성전자가 파격적인 사장단 세대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DS(디바이스 솔루션), CE(소비자 가전), IM(IT&모바일)의 3대 부문장을 모두 교체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0월31일 인사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김기남 반도체 총괄(사장)을, CE부문장에 김현석 VD(영상 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을, IM부문장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밝혔다. 신임 부문장들은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담당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 후임에 김기남 사장(왼쪽)이 임명됐다고 10월31일 밝혔다. 소비자가전(CE) 부문장에는 김현석 사장(가운데), 인터넷·모바일(IM) 부문장에는 고동진 사장(오른쪽)이 각각 임명됐다. © 연합뉴스


 

실제, 김기남 신임 DS부문장은 삼성 종합기술원장과 메모리 사업부장, 시스템 LSI 사업부장,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DS 부문 반도체 총괄 사장 등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김현석 CE 부문장도 삼성전자가 11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유지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인이다. 고동진 IM 부문장은 무선사업부 개발실 팀장과 실장을 역임하면서 ‘갤럭시 신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이재용식 세대교체' 단행하면서 조직에 주는 충격 최소화 꾀한 듯

 

이번 부문장 인사는 권오현 부회장에 이어 대표이사였던 윤부근·신종균 사장도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더 이상 후임 선정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일각에서는 대규모 조직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삼성전자는 기존의 ‘3인 CEO 체제’를 유지하면서 기존 사장들을 사실상 승진시켰다. 조직에 주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윤부근·신종균 사장과 함께 2012년부터 경영지원실장(CFO)직을 맡아온 이상훈 사장도 이날 3분기 실적 발표를 마지막으로 사퇴했다. 그러나 이 사장은 이 날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에 의해 권오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이사회 의장 후임으로 내정됐다. 권 부회장의 의장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다.

 

세간의 시선은 오히려 이상훈 사장에게 더 쏠리고 있다. 그는 이재용 부회장을 상무시절부터 최측근에서 보좌한 실세로 꼽힌다. 이제까지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금흐름을 총괄해 왔던 인물이다. 소위 말하는 ‘재무통’인 셈이다. 미래전략실 전략1팀 사장을 거쳐 삼성전자 경영지원실 사장을 맡는 등 삼성그룹의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일각에서는 그가 새롭게 맡을 이사회 의장에 대해 “그냥 상징적인 자리”라는 평가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공석이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 사장의 향후 행보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