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암 발생' 왜 많나했더니…석유화학업체 '벤젠' 마구 배출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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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벤젠 전국 배출량 33% 차지 대형사업장 선별조사해 9곳 적발

 

울산 국가 산업단지 주변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다른 지역보다 뚜렷이 높은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 10월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 산단 지역은 남자의 경우 10만명당 연간 876명(95% 신뢰수준, 842~911명)으로 나타나, 대조지역 622명(595~650명)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다. 여자의 경우도 10만명당 606명(585~627명)으로, 대조지역 426명(409~444명)의 1.4배 수준이었다. 

 

울산지역 전체의 평균 암 발생률을 전국과 비교했을 때도 남자의 경우 비율이 1.66, 여자는 1.33으로 1보다 높았다. 다른 지역보다 암 발생률이 남자는 66%, 여자는 33% 높다는 의미다, 이 자료는 환경과학원이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와 대진대 글로벌경제학과 신영철 등에 의뢰해 작성된 ‘2011~2015년 국가 산단 지역 주민 환경오염 노출 및 건강영향 감시사업 종합평가 ’보고서다.

 

왜 이처럼 울산 산단 주변 암 발생률이 시화·반월·포항·여수·광양·청주·대산 등 국내 대표적인 다른 산단 지역보다 유독 높을까.

 

그 이유는 석유화학 대형 사업장이 몰려있는 남구와 온산공단에서 마구 뿜어져 나오는 벤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벤젠은 주로 석유류에서 발생하는 가연성의 방향족탄화수소로, 대기환경보전법 상 특정대기유해물질 중의 하나다. 

 

사진은 지난해 8월23일 오후 2시36분께 울산 울주군 온산공단 S-Oil 온산공장에서 아황산가스가 누출되고 있는 모습. ⓒ 울산소방본부 제공

석유화학기업, 벤젠 허용기준 40배 까지 배출

 

울산시가 지난 8월7일부터 9월8일까지 한 달간 국가산업단지 내 벤젠 배출 사업장 16개사를 선별해 '특별환경관리 실태점검'을 실시한 결과는 충격적이라 할 만하다. 2015년 기준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시스템(PRTR)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16개 사업장의 연간 벤젠 배출량은 약 4만566kg으로, 전국 배출량의 32.99%를 차지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들 사업장 대부분이 내부 밀폐형 구조로 돼 있어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방지시설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않고 발암물질인 벤젠을 대기중으로 마구 배출했다는 점이다.

 

대형 사업장인 H화학 등 2개사의 경우 방지시설이 설치돼 있으면서도 대기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약품 공급과 흡착제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법에서 정한 벤젠의 배출허용기준을 최고 40배 이상이나 초과, 배출하다가 적발됐다.

 

내부 밀폐형 구조인 S사 등 3개 사업장은 오염물질 제거를 위한 별도의 방지시설을 갖추지 않은 크고 작은 120여개 저장시설에 휘발성이 강한 벤젠, 나프타, 휘발유 등 원료 또는 제품을 저장해 사용하면서 벤젠 탱크의 지붕상부 배출구를 통해 최고농도 199.76ppm(허용 기준 30)을 대기로 배출했다. 또 다른 저장시설은 오염물질인 총탄화수소(THC)가 2596ppm에 이를 정도로 고농도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확인돼 사실상 저장시설 내부 밀폐가 완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대교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야경. ⓒ 울산시 제공

 

  

환경단체 모니터링 강화 촉구에도 울산시 '뒷북행정'


이에 따라 울산시는 환경법규를 위반한 9개 사업장에 대해 해당시설의 조업정지(10일)과 사용중지 그리고 경고 및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가운데 중대한 환경법 위반행위를 한 H화학 등 5개사에 대해서는 울산시에 설치된 민생사법경찰과에 수사 의뢰한 상태다. 이와 함께 울산시는 내부 밀폐형 구조로 된 사업장의 경우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벤젠관리의 제도상 문제점에 대해 상급기관인 환경부에 제도개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11월3일 울산시의 이같은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뒷북 행정'의 극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몇년 전부터 울산지역의 심각한 대기환경 지표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데도 울산시가 극히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4월13일 울산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화학물질배출·이동량정보시스템(PRTR)'(2001~2014년) 자료를 공개하며 울산지역의 심각한 공해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최다 발암물질 배출업체 100대 기업 가운데 울산지역 기업은 총 13개로 전국 배출량의 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젠이나 염화비닐 같은 1등급 발암물질로 따져보면 울산기업이 총 17개사(전국 배출량 9.2%)로 집계됐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1급 발암물질인 염화비닐(VCM) 배출량이 전국 배출량의 31.4%로 여수의 LG화학에 이어 전국 2위로 나타났다.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 등 SK의 벤젠 배출량은 전국 배출량의 14%이었다. 

 

선박 도장 과정에서 발암물질이 섞인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더욱 충격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4년 한해 동안 65만5124㎏(전체의 9.9%)에 달하는 발암물질(국제암연구소(IARC) 지정한 107가지)을 배출, 전국 100대 업체 중 1위에 올랐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07가지 발암물질 가운데 10%가 현대중공업 한 곳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울산환경연합 관계자는 "시민들의 건강을 담보하기 위해 '대기오염·발암물질 안전관리지원센터' 건립을 꾸준히 울산시에 촉구하고 있으나 허공의 메아리"라며 "우선 대기오염 유해물질 측정망을 지금보다 촘촘하게 설치, 모니터링을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2016년도는 대기 중 벤젠농도가 2.82ppb를 기록하면서 대기환경기준인 1.5ppb의 1.9배로 최고 농도를 보였다”며 “앞으로 집중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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