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분담률 놓고 '진보 대립'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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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인사 “분담률 갈등, 내년 지방선거 의식한 정치적 치적 싸움”

 

경남지역 중학교 전면 무상급식 사안이 내년 6·13 지방선거와 맞물려 정치적 도구처럼 휘둘리고 있다. 경남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별로 급식비 분담 비율을 놓고 제각각 셈법을 달리하고 있어 경남교육청 무상급식 예산안 처리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간의 합의로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됐다. 2015년 한해는 선별적 복지 정책을 편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급식비 지원 거부로 무상급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후 2016년 2월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은 우여곡절 끝에 경남교육청 50%, 경남도 10% 시·군 40% 비율로 급식비를 분담해 현재까지 읍·면 지역의 경우 초·중·고교생, 동 지역에선 초등생까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11월 3일 내년 경남지역 무상급식 분담 비율에 합의한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관계자. ⓒ 경남도 제공

 

 

도의회 “교육청은 洞지역 중학교 급식비 분담 빠져라”

 

잠시 순항하던 경남지역 무상급식은 내년 급식비 예산의 기관 간 ‘분담 비율’ 문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11월 1일 경남도의회와 경남도, 경남교육청 등 3개 기관 대표는 내년엔 동(洞) 지역 중학생 5만9000여 명을 무상급식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洞

 

하지만 이날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은 내년 급식비 예산을 경남교육청 30%, 경남도 30%, 시·군 40% 분담할 것을 제안한 반면 경남도의회는 기존 '5대 1대 4' 분담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동(洞) 지역 중학생 급식비를 경남도 60%, 시·군 40%만 분담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마디로 경남도의회의 입장은 내년 동(洞) 지역 중학생 급식비 분담에서 경남교육청은 빠지라는 것이다. 

 

3개 기관이 무상급식 분담률 조정 합의에 실패하자 경남도와 경남교육청은 불가피하게 예산안 편성 마지막 날인 11월 3일 내년 급식비 예산을 경남교육청 40%, 경남도 20%, 시·군 40% 분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경남도의회는 기존 '5대 1대 4' 분담률 적용을 고수하고 있어 예산 심의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박동식 경남도의회 의장은 11월 4일 기자와 통화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정책 기조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며 “무상급식 기존 틀을 바꿀 수 없다. 내년에도 현재 분담률을 그대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상급식 분담률은 내년 6월 새로운 도지사가 결정하면 된다”며 “한경호 권한 대행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를 넘어선 무상급식 분담률 조정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남도의회의 이같은 입장에는 도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진보 출신의 박종훈 교육감과 현 정부의 인사로 도정을 이끌고 있는 한경호 권한대행의 협치에 동참할 수 없다는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의회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오는 11월 7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급식비 분담 비율 문제를 놓고 의원 간 토론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대다수 도의원들은  경남도와 경남교육청 제안보다는 경남도의회의 '5대 1대 4' 분담 비율 적용이 우선이라는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경남교육청 등이 낸 급식 예산을 삭감하거나 증액 요청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남도의회 의석 55석 가운데 50석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같은 논의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경남도의회 청사 ⓒ 이상욱 기자


지역 정가 “무상급식 카드가 지방선거 전략으로 전락”

 

이렇듯 경남도 등이 무상급식 분담률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대해 지역 인사들은 “이번에도 정치인 치적 행보에 이용되고 있는 무상급식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지역 정치인은 “실제 경남교육청 입장에서 보면 분담률을 4대 2대 4로 하거나 5대 1대 4로 해서 동 지역 중학생 몫을 내지 않는 것과 비교해도 21억 원 정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면서 “생색은 경남도의회가 내고 부담만 여전히 진다면 경남교육청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은 내년 지방선거 공천 때문”이라며 “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분담률을 관철시켜 공천은 공천대로 받고 무상급식 확대 카드도 선거 명분으로 쥐려는 속셈”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지역 야권의 한 인사는 “진보 세력은 여태까지 아이들 밥그릇인 무상급식 카드를 선거 전략으로 이용해왔다”며 “이번 경남교육청의 분담 비율 주장도 그런 맥락”이라고 경남도교육청의 중학교 무상급식안을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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