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모시기'에 열 올린 중・일…한국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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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중국 정부, 오바마 뛰어넘은 파격적 의전행사 준비

한·중·일을 잇달아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북아 세 나라 모두에서 역대급 귀빈 대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첫 순방지로 선택된 일본은 역대 최대 규모로 의전 준비에 한창이다. 방일 이틀 전인 11월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가나가와현에 있는 골프장에서 연습라운딩을 했다. 당초 아베 총리는 올 봄 ‘모리가케 스캔들’이 터진 이래 골프를 자제해왔다. 하지만 ‘골프광’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방일 행사 중 주요 행사로 골프 회동을 준비했으며,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일 첫날인 5일 두 정상은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서 라운딩을 했다. 이곳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골프 경기장으로 쓰일 정도로 일본 내 최고의 골프코스로 통한다. 일본 내에서도 워낙 인기가 높아 일반인은 여간 해선 예약이 힘든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외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라운딩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를 패티로 쓴 햄버거로 점심을 먹었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향후 통상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이 미국산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신 저녁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와규(일본산 쇠고기) 스테이크를 주재료로 쓰는 철판구이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데판야키로 불리는 철판구이는 일본이 개발해 전 세계로 수출한 요리법이다.   

 

만반의 준비를 위해 경호 인력도 최대 규모로 준비 중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트럼트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최대 규모인 2만1000명을 동원해 미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도쿄 미나토구 영빈관, 미국대사관, 골프회동이 열리는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 등에 배치했으며 도쿄에 있는 두 국제공항인 하네다공항과 나리타공항, 그리고 주요 철도역에 대규모 인력을 배치했다. 또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는 7일까지 도쿄 주변 주요 고속도로는 일시적으로 차량 통제가 실시된다.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11월5일(현지시간) 도쿄 근교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CC에 도착, 마중 나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총리, 최고급 골프장에서 트럼프 대접 

 

일본 언론들도 24시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NHK 등 일본 주요 방송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도쿄 요코타 미군 기지에 착륙하는 모습과 헬리콥터를 타고 골프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등을 생중계로 내보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일본정부가 이번 트럼프의 방문에 일본이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를 ‘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노력해 전범국의 이미지를 상당부분 해소했다. 종전 60주년이었던 2015년 4월28일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을 2차 세계대전 패전국에서 ‘안보 우군(友軍)’으로 격상시켰다. 아울러 지금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 국내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키로 합의했다. 이로 인해 유엔 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으로부터 “일본의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선출을 지지한다”는 선물을 이끌어냈다.  

 

중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맞이해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4일 홍콩 '밍바오(明報)'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주석이 자금성 내 건복궁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연회를 베풀고 건륭제의 서재였던 삼희당(三希堂)에서 차를 마시는 일정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삼희당은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으로 특별한 외교 행사가 열릴 때만 사용하는 곳이다. 지난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접대한 이후 중국정부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측 인사를 위해 이와 같은 환대를 한 적이 없다. 외교가에서는 올 4월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리조트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에서 성대하게 환영 행사를 마련한 것에 대한 답례성격으로 보지만,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하면 훨씬 스케일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두 사람이 환담을 나누는 삼희당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자금성의 정전에 해당하는 근정전에 인접해 있어 그 상징적 의미가 크다. 

 

11월5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방한 즈음 시민평화행동 Peace Sunday'의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전쟁반대와 평화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정부, 자금성 하루동안 트럼프에게만 개방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트럼프가 자금성 내부를 관람하는 하루동안 자금성에 대한 일반인 관람을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밍바오는 “만약 이런 일정이 예상대로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국 측의 예우는 '고궁 밤 산책'까지만 허락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초과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로선 트럼프 방문 기간 중 환율조작국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토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1박2일로 비교적 짧은 일정인 한국 방문 기간 중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인상적인 행사를 마련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공식 국빈방문 일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택 미군 기지를 방문하는 것과 청와대 공식 만찬, 국회 연설 등이 마련돼 있다. 청와대는 5일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반 트럼프' 시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간 어떠한 스킨십을 벌일지도 관심이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아베 총리를 가리켜 ‘신조’라고 부른다고 전한다. 외교 관계상 성(姓)이 아닌 이름을 붙이는 것은 굉장한 친근감의 표시다. 그동안 한미 양국간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서로를 예우하는 차원에서 서로를 “프레지던트 문” “트럼프 대통령님”으로 불러 왔다. 일부에서는 9월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인’이라고 불렀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호칭뿐 아니라 한미간 공조가 외부의 우려만큼 취약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방문 일정이 일본보다 짧다는 비판이 나왔을 때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국회 연설을 하는 것은 미국 정부가 한국을 굉장히 배려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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