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이러려고 3수 끝에 평창 유치했나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7 13:10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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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양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올림픽 개막 D-’ 행사가 열렸습니다. 앞에 붙은 계절성 수식어는 다르지만, 올림픽을 유치한 한·일 양국의 움직임이 너무 대조적입니다.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일본입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치한 일본은 개막을 1000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교도통신을 인용한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쿄올림픽 D-1000 당일인 10월28일 도쿄 니혼바시(日本橋)에서는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거리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1000일 상징 가마 행렬이 등장하자 박수로 환호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사는 이날 ‘도쿄올림픽 D-1000일’을 맞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한 206개국 국기로 사옥 외벽을 감싸는 이벤트까지 열었고, 도쿄의 상징인 도쿄타워 정상부에는 ‘D—1000’ 문자 전광판이 설치됐습니다.

 

도쿄의 새 명물인 도쿄스카이트리는 이날 밤 올림픽 마크를 상징하는 파랑, 노랑, 검정, 초록, 빨강 등 5색 조명으로 야경을 장식했습니다.

 

지방에서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습니다. 같은 날 오사카(大阪) 상점가에도 도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한 안내판이 설치됐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미 도쿄올림픽 복권도 성황리에 판매 중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올림픽이 1000일이나 남았는데도 당장 내일이라도 올림픽이 열릴 것 같은 분위깁니다.

 

11월1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역 축하행사에서 인천지역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인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성화를 전달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둔 한국은 일본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개막을 불과 100일 남겨둔 11월1일에 열린 성화(聖火)봉송 행사가 잠깐 뉴스를 탔을 뿐입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가 이날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는 평창동계올림픽 모델 김연아와 피겨스케이트 유망주 유영의 손에서 두 번째 주자인 MBC 《무한도전》 유재석으로 이어졌습니다. 유영으로부터 성화를 넘겨받은 유재석은 인천대교 위를 달렸고, 다른 《무한도전》 출연자들도 성화봉송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뉴스가 눈길을 끈 것은 성화봉송 첫날뿐이었습니다. 둘째 날부터는 도대체 누가 주자로 뛰는지 관심을 갖고 일부러 뉴스를 검색해 보지 않는 한 알 길이 없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는 101일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돌다 내년 2월9일 올림픽 개회식장에 입장합니다. 올림픽 개최연도를 기념하는 2018km 구간, 남북한 인구수 7500만 명을 상징하는 7500명의 성화봉송 주자들이 평창을 향해 뜁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은 한국민의 역대급 무관심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명감을 갖고 고독하게 뛸 이들 주자를 보면 애잔한 마음마저 들 정돕니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함께 세계 4대 스포츠 행사의 하납니다. 그만큼 중요한 행사라는 뜻이죠. 우리는 이 행사를 3수 끝에 따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유치하고도 이렇게밖에 못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일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먹잇감으로 노려 분탕질을 했고 이 사실이 드러나 ‘평창동계올림픽=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식돼 국민적 분노와 외면을 샀다는 그럴듯한 이유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마인듭니다. 이런 중요한 행사는 세계인과의 약속입니다. 최순실이 아니라 더한 멤버가 분탕질을 쳤더라도 이 행사를 잘 치르려고 안간힘을 썼어야 했는데, 대부분의 국민이 이와는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이꼴입니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넘사벽 국가인 일본이 미쳤다고 1000일이나 남은 하계올림픽에 전력투구하고 있을까요. 이런 식이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국제행사를 유치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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