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는 각 교회마다 교황이 있다”
  • 박혁진 기자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7.11.08 10:02
  • 호수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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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교회 만들기 운동’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역사적으로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는 사람들이 있었죠. 마틴 루터 킹 목사나 간디 같은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의와 사랑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면 그건 계란이 깨지는 게 아니라 바위가 깨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독교를 자정하려는 일련의 움직임과 관련해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인 박득훈 목사가 한 대답이다. 기독교 시민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교회의 행태를 가장 먼저 꼬집고 나서는 기독교 내 비주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세습을 하는 교회 앞에 가서 시위를 하고, 목사들의 세금납부를 종용하면서 칭찬보다 욕을 더 많이 듣는다. 명성교회 세습 현장에서 반대시위를 하다 폭행도 당하고 감금도 당했다. 모두가 “한국 기독교는 틀렸다”고 말할 때, 그들은 500년 전 마틴 루터 이야기를 꺼내며 “마틴 루터도 비주류였으나 결국에는 성공한 개혁가가 됐다”고 말한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나 다름없는 한국 기독교를 자정하겠다고 나선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교회 개혁을 하는지 박득훈 목사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박 목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5인 중 한 명으로 오랜 기간 건강한 교회 만들기 운동, 종교인 소득세 신고 운동, 세습 반대 운동을 해 온 기독교 내 대표적 개혁주의자 가운데 한 명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종교는 기본적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한국 기독교가 그런 집단인지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다.

 

“일반 사회가 교회에 대해 하는 비판은 기꺼이 받아야 한다. ‘우리가 잘한 것도 있는데 사회가 몰라서 그렇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 지금은 달게 받아야 할 때다. 대한민국 교회는 500년 전보다 더 타락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일정 정도 맞다. 그 당시엔 교황이 하나였는데, 지금은 교황이 각 교회마다 있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대형 교회는 물론이고 작은 교회도 교황 노릇하는 목사가 적지 않다.”

 

 

권력집단이라 할 수 있는 기독교가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은 물론이고,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한국 사회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500년 전 종교개혁이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마틴 루터는 성공한 개혁자다. 그러나 그보다 100년, 50년 전에 얀 후스나 윌리엄 틴델 같은 사람들이 종교개혁을 주장하다 화형당하는 희생이 없었다면 마틴 루터가 나오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들도 성공한 개혁자다. 어두운 시대에도 희망은 있다. 그래도 교회가 결국은 자정한 거다.”

 

 

“MB는 한국 기독교인의 잘못된 표상” 

 

교회의 대형화나 세습을 보면 목사들의 욕망이 도를 넘어선 것 아닌가.

 

“입술로는 하나님, 하나님 하는데 가면을 벗겨 놓으면 그 안에는 돈의 신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교회가 이렇게 성장에 집착하고, 물량적으로 성장하지 않은 교회를 실패한 교회라고 무시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그게 탐욕이다. 기독교의 가장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의 본질은 자기를 비우는 것이다. 자기의 권력을 주장하면 사랑이 아니다.”

 

 

기독교인이면서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신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교회가 더 비난받는 것 같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표상이다. 시장 돼서 서울을 바쳐버렸다. 하나님 나라가 그런 식으로 전파된다고 믿고 있는 거다. ‘시장이 돼서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하나님 나라가 서울에 이뤄지나. 오히려 시민들이 얼마나 분노했나. 한국 교회는 목표가 잘못됐다. 큰 건물 짓고 사람 많이 모이고, 모인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야 그걸 성공이라고 보는 목표 말이다. 어떻게 그리스도인이 부를 축적하는 것을 자기 인생의 목표로 삼나. 이명박 장로는 대통령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과 신뢰가 아니고 경제라는 것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했다. 그걸 한국 교회가 지지했다. 장로니까. 장로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을 교회가 문제 삼지 않았다.”

 

 

기독교는 저항정신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데, 한국 기독교는 권력과 유착하며 성장해 왔다. 더불어 목사들도 교회 내에서 권력이 됐다.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세습을 하면서 이런 말을 교인들에게 한 적이 있다. ‘교인에게 3대 중심이 있다. 하나님, 교회, 담임목사.’ 하나님과 교회, 담임목사가 거의 동격임을 스스로 말한 것이다. 목사가 교황이라고 하는 것을 자기 입으로 선언한 셈이다. 명성교회뿐만 아니라 많은 교회에서 목사가 신격화되고 있다. ‘하나님의 종이 잘못하면 하나님께 맡겨야지 안 그러면 저주받아.’ 이런 얘기를 지금도 한다. 담임목사가 성폭력을 했어도 간음을 했어도, 교회 돈 몇 십억을 해먹었어도 이건 건드려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 벌하실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교회가 사회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집단임을 드러내는 것이 종교인 소득세 신고 문제다.

 

“종교인 소득세 신고를 반대하는 그들의 주장 내면은 목사들을 일반인들과 똑같이 대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성직자로서의 아우라 내지 권위를 존중해 달라는 것이다. 그게 어디 종교개혁 500주년에 할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얘기를 개신교 지도자들이 하고 있다. 세상에 무슨 차이가 있나. 일반 기독교인과 목사들이…. 아무런 차이가 없다. 목사도 여러 직업 중 하나일 뿐이다. 자기들이 교회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노동자 취급을 받는 것은 당연히 여기고, 자기들이 노동자 취급을 받는 것에 대해선 분개하고, 이런 양심 불량이 어디 있나. 그런 사람은 목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부끄러운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끈질기게 이 문제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신교에선 이것을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로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를 속이는 일이다.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면 세금을 내야 하는 기준이 되는 소득을 자기가 결정한다. 그런데 이 소득엔 사실상 자기 마음대로 써도 되는 비용이 빠져 있다. 즉 교회 카드나 실비 정산을 할 수 있는 돈을 말하는데 대형 교회일수록 담임목사가 쓸 수 있는 이런 돈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10년 전 소망교회 간접세습을 할 때 한 장로가 기자들 앞에서 ‘우리 교회는 전체 예산의 20%는 담임목사가 알아서 쓰도록 책정해 놓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돈이 10년 전에 80억원이었다. 명성교회 세습을 노회의 다른 교회들이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아나. 명성교회를 통해서든 명성교회나 김삼환 목사에게서 돈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게 권력이다. 종교인 과세는 권력을 차단한다. 자발적으로 낸다고 했을 때 그걸 자기 소득으로 잡겠나. 그게 걸리는 것이다. 그게 걸리니까 종교인 과세를 이렇게 물고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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