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스 관절염인가, 퇴행성 관절염인가?
  •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3 17: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재욱 칼럼] 류머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 이렇게 구분한다

 

“혹시 내가 류머티스 관절염이 아닙니꺼?” 김해에서 오신 아주머니가 내민 손이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고 억수로 아파서 잠을 못자겄어예.” 아주머니는 김해에서 가지농사를 지으시는 분인데 매일 손가락으로 가지를 따신단다. 수십년 간 가지농사를 하셨다니 손이 성치 않은 것도 당연하다. 

 

내민 손을 보니 두 번째 손가락 끝마디(원위지관절)가 튀어나와있고 변형돼있다. 이렇게 손끝관절이 붓고 튀어나오면서 아프면 다들 류머티스 관절염이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퇴행성 관절염의 전형적인 소견이다. 18세기 영국의 의사 헤버든은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에 생기는 이 변형을 자기 이름을 따서 헤버든 결절(Heberden's node)이라 이름 지었다. 

 

© 사진=유재욱 제공

 

“이건 퇴행성 관절염이에요” 

 

사실 류머티스 관절염은 퇴행성 관절염에 비해 그리 흔하지는 않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성인의 0.5% 정도에서 발생한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60대 이상 성인의 70~80% 정도가 갖고 있다고 하니, 무릎통증 환자 100명이 오면 1명 정도가 류머티스 관절염이고 나머지 99명은 퇴행성 관절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류머티스 관절염이 드물기는 해도 한번 생기면 오래가고 잘 낫지 않은 병이라 완전히 배제 할 수는 없다. 관절염마다 특징이 있으니 의심할만한 증상이 있다면 간단한 검사로 확인을 해보는 것이 좋다.  

 

 

류머티스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  

 

(1) 한 개의 관절이 아닌 여러 관절이 동시에 양측성으로 아프다.

 

류머티스 관절염이 편측만 아픈 경우는 거의 없다. 주로 양측 똑같이 아픈데, 양측 손목, 손가락, 무릎이 붓고 빨갛게 변하면서 통증이 있다. 반면에 퇴행성 관절염은 많이 쓴 쪽이 먼저 아픈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로 많이 쓰는 관절, 체중이 많이 실리는 관절에 많이 발생한다. 

 

(2) 손가락, 손목 등 작은 관절이 주로 아프다.

 

손가락이 아프면 무조건 류머티스 관절염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손가락 끝쪽 관절(원위지관절)이 아프고 붓고 튀어나오는 것은 퇴행성 관절염일 가능성이 크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손가락의 손바닥 쪽 관절(근위지관절이나 중수지관절)이 붓고 변형이 되는 경우가 많다. 

 

(3) 아침에 관절이 뻣뻣하고 통증이 있다가 움직이면 조금씩 나아진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아침에 뻣뻣하고 통증이 있는 조조강직이 특징이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낮에는 그나마 활동하기가 괜찮다가 저녁이 될수록 통증이 심해져서 밤에 아픈 경우가 많다. 

 

 

류머티스 관절염 진단

 

만약 류머티스 관절염이 의심된다고해도 처음부터 여러 가지 검사를 다 해볼 필요는 없다. 간단한 피검사를 통해 혈액에 류머티스 인자가 있는지 없는지, 염증 치수는 올라갔는지 정도의 스크리닝 테스트만 해보면 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류머티스 질환이 의심된 후 좀 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해봐도 늦지 않다.

 

 

관절염의 치료 

 

퇴행성 관절염과 류머티스 관절염은 증상은 서로 비슷하지만 근본 원인은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노화로 인해 연골이 닳고 염증이 생겨 관절이 파괴되는 병이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우리 피 속에 관절을 파괴하는 항체가 생겨서 면역 체계가 관절을 파괴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근본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적 접근도 달라야 한다. 퇴행성 관절염은 많이 써서 생기는 병이므로 최대한 아끼고, 충격을 줄이는 쪽으로 치료를 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이므로 염증에 대한 치료도 하지만 면역을 조절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