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의 '전략 공천' 칼 끝에 선 서병수 부산시장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7.11.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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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朴' 서병수 낮은 지지율에 홍준표 연일 '공박'

현역 단체장의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경선에서 배제하겠다. (서병수 시장은) 중앙당 말고, 부산시민이나 신경 써라. (홍준표 대표의 11월17일 부산 기자 간담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당의 대표의 권리를 포기하고 사당화하겠다는 의미다. (서병수 부산시장의 9월21일 국회 기자 간담회)

20년 가까이 같은 당에서 정치를 같이해오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서병수 부산시장이 '친박 청산' 문제에다 내년 지방선거의 '전략 공천'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넘어 되돌아 올 수 없는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 마치 정적(政​適)끼리 삿대질하듯 갈수록 표현 강도를 높여가며 서로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격의 주도권은 '공천 칼자루'를 쥐고 있는 홍 대표다. 하지만 '친박' 출신인 서 시장도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듯 홍 대표에 명확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내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 시장이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홍 대표가 내세운 인물이 당선하지 못한다면, 두 사람의 정치 생명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여당 후보군이 이름 알리기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의 상대방 깎아내리기식 '설전'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보수진영은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11월17일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김영삼을 이야기하다’ 토크콘서트에 참가해 통로 바로 옆에 앉은 서병수 시장과 어색한 인사를 나눴다. 축사를 한 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역 단체장의 재신임을 묻고 당선 가능성이 낮으면 경선에서 배제하겠다"며 또다시 서 시장을 자극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10월2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자유한국당 제공 자료사진

 

 

홍준표 "지금 상태라면 경선하지 않을 것"…'代案​' 거론 

 

그러면서 "서 시장은 중앙당 말고, 부산시민이나 신경 써라"며 "친박을 학살한다고 하는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여론이 좋다. 지금 상태라면 경선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 시장을 힐난했다. 현재 서 시장의 지지율을 감안할 경우 경선에서 배제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날인 11월16일 울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그의 발언은 더 노골적이다. 홍 대표는 이날 열린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울산은 걱정되지 않는데 부산이 걱정이다. 부산시장이 좀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서 시장을 훈계했다. 이어 "부산에는 똑똑한 사람이 많고 대안이 있다"며 "당에 불평하지 말고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중앙당에 신경 쓰지 말고...' 발언은 서 시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조치가 내려진 지난 11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속도 모자라, 구속 연장도 모자라, 이제는 출당이라는 그 잔인한 징벌 앞에 도저히 마음잡기 힘든 고통의 밤"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3월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 열린 긴급확대간부회부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 부산시 제공 자료사진

 

 

서병수 "공천 관리 책임자가 사당화하겠다는 의미"

 

서 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 9월21일 국회를 방문해 부산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청, "공천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사당화하겠다는 의미"라며 홍 대표를 직접 비난했다. 이날 서 시장의 작심 발언은 전날 부산지역 유력 매체가 '부산시장 후봇감, 현직은 없다'는 한국당 최고위 인사의 말을 크게 보도한 데 대한 것이다. 

 

서 시장은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답답한 심정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보수를 규합하고 당의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 이 중요한 시기에 왜 이렇게 저를 두고 뒤흔들고 깎아내리는 것에만 혈안이 된 것인지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승적 차원에서 이해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측근의 입을 빌려 수차례에 걸쳐 현직 부산시장은 경쟁력이 약해서 자격이 안된다는 둥 그런 언행들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는 것을 보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서 시장은 지난 11월13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 변화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큰 화를 당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 보수는 뜨뜻한 물 안의 개구리다. 현 정권의 노골적인 칼날에도 제 죽는 줄 모른다."며 홍 대표를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홍 대표 거론 '부산시장 대안​' 누굴까…지역 정치권 '촉각' 

 

이러한 홍 대표와 서 시장의 '설전' 속에 홍 대표가 염두해 둔 '부산시장 대안'이 누군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한국당 소속 부산시장 후보로는 서 시장 이외 박민식 전 의원, 이종혁 최고위원이 출마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은 부산시장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홍 대표는 이와 관련, 11월17일 부산에서 박민식 전 의원에 대해 "자기 지역구나 관리 잘 해라"며 평가절하했다. 한국당 입당 가능성이 제기되는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에 대해서는 "문을 닫았다"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같은 홍 대표와 서 시장의 이전투구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를 놓고 지역 정치권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한국당의 당헌당규에 명시된 '우선추천제'에 따라 홍 대표는 '추천 신청자들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는 지역의 경우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할 수 있다. 시·도지사 우선추천지역과 관련해서는 중앙당 공천관리위가 선정하고 최고위원회가 의결하지만, 공천관리위는 최고위원들의 의견을 물어 당 대표가 구성한다. 현행 한국당 최고위는 '친홍(친홍준표)' 일색이어서, 홍 대표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부산시당에서조차 "서 시장이 무작정 홍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를 모르겠다. 일종의 자살행위다"는 반응과 함께  "선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현재, 부산시장에 생각이 없다는 신인들의 공천이 거론되는 것은 이길 생각이 없다는 말"이라는 상반된 얘기가 흘러나온다.

 

야권 진영 한 정치인은 "서 시장이 '공천 경쟁' 배수진을 치고 홍 대표의 부정적인 독선 이미지를 한껏 북돋우며 대립각을 세워나가면서 지역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파악한 뒤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여권 후보로 누가 나오느냐가 또다른 큰 변수"라고 진단했다. 

 

한편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0월27~28일 부산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부산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22.1%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에 반해 서 시장은 10.6%를 기록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8.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7.6%,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6.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6.5%), 김영춘 해수부장관(5.6%), 박민식 전 의원(2.6%)의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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