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이어 채용비리 전수조사…경남도 출연기관장 물갈이 '신호탄’
  •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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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정당 및 시민단체 “홍준표 전 경남지사 적폐청산 계기”

 

경남테크노파크 이태성 원장이 11월13일 임기를 1년 6개월여 남겨두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원장은 경남도의 채용비리 전수조사 직후 사의를 표명한 첫 번째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장이다. 

 

공공기관 채용비리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3일 “필요하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채용비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지시는 공공기관장을 명시적으로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적발된 다수의 채용비리가 공공기관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됐다는 점에서 공공기관장의 책임 추궁도 가능할 것으로 해석돼왔다. ​

 

그런 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낙하산’ 인사로 일컬어지던 이 원장이 이번에 스스로 물러나면서 지역 공기업·출자​출연기관장에 적지 않은 압박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월22일 경남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의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경남지역 시민단체. ⓒ 이상욱 기자


“스스로 물러나야” VS “인위적인 교체 안돼”

 

경남도는 11월1일부터 올 연말까지 계획으로 산하 13개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 정부의 인사로 경남도정을 이끌고 있는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은 홍준표 전 경남지사 재임 때 임명된 경남도 산하 공공기관장들에 대한 인위적인 물갈이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이번 전수조사 결과 채용비리가 드러나면 사퇴 압박 여론은 전방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경남도 관계자는 “인위적인 물갈이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채용비리 전수조사는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정정국 조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는 경남도의 확대해석 경계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낙하산’ 공기업·출자출연기관장을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남의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11월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가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된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전면감사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홍준표 전 지사가 전문성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측근들을 경남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장으로 임명해 개인 세력을 구축하고 공공기관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경남도의 전면감사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열망하는 국민적 요구”라면서 “한경호 경남도지사 권한대행도 좌고우면하지 말고 공정하고 깨끗한 경남을 만드는 일에 더 과감하게 나서달라”고 했다.

 

 

 

경남도 측 “사정정국 조성 확대해석 말아야” 


정의당 여영국 경남도의원도 11월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출자출연기관장은 홍 전 지사가 사퇴한 만큼 정치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홍 전 지사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한 출자출연기관장들이 그 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은 새로운 경남도 수장과 불편한 관계로 도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남도의회 의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한경호 권한대행이 출자출연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인위적인 교체를 단행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판용 도의원은 11월 23일 기자와 통화에서 “경남도가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정기감사를 실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용비리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기관장 거취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기가 보장된 출자출연기관장들을 도지사 권한대행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할 경우, 내년 6·13 지방선거 이후 같은 파동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경남도에는 1개 공기업과 12개의 출자출연기관이 있다. 이 가운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기관장은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 백상원 경남항노화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성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장, 조영파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유성옥 전 경남발전연구원장은 10월21일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장 재직 시설 국내 정치공작에 가담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 금지 위반)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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