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병하 경무관 부인 전임순씨 “이제 죽어도 여한 없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7.11.28 09:20
  • 호수 146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 안병하 경무관의 부인 전임순 여사는 엄청난 고통의 세월을 보냈다. 남편이 ‘무능한 지휘관’으로 강제퇴직하자 명예회복을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탄원서를 쓰고 관계기관을 찾아다녔다. 37년이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명예회복이 이뤄졌고, 이제 마음의 큰 짐을 덜었다. 

 

© 사진=정락인 제공

 

경찰영웅 선정과 흉상 제막식 소감이 어떤가.

 

“집에 와서 밤새도록 울었다.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신경 써주시고 마음 써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다. 각계에서 위로금도 받았는데 ‘할아버지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손주가 대학에 들어갈 때 등록금으로 내려고 한다.”

 

 

지금까지 큰 고통을 겪었는데,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나.

 

“너무 억울해서 밤낮으로 탄원서를 썼다. 그런데 아무도 알아주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정권이 바뀌었어도 똑같았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의 무관심에 또 한 번 상처받고 그 억울함이 한이 됐다. 그나마 언론에서 떠드니까 관심 갖게 된 것이다. 이제 명예회복이 되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없다.”

 

 

살아생전 남편의 어떤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

 

“근무에만 너무 충실했다. 애들도 아버지하고 추억이 별로 없을 것이다. 특히 명절 때는 더 바쁘다 보니 온 식구가 모여 제대로 식사 한 번 못했다. 밤샘하고 들어오기 일쑤였다. 경찰관으로서 책임감이 무척 강한 분이셨다.”

 

 

신군부는 안 경무관을 ‘무능한 지휘관’으로 왜곡했다.

 

“그때 나도 광주에 있었다. 그곳에서 있었던 일을 다 알고 있다. 명예롭지 못하게 옷을 벗었는데, 그걸 밝히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하소연도 하고 탄원서도 내고 그랬다. 그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걸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보훈처와의 소송은 현재진행형 아닌가.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명예회복은 됐지만 법적인 것은 우리 가족을 계속 괴롭히고 있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이 하나도 없다. 재판이 잘못되면 그 부담을 자식들이 떠안아야 하는데, 그 생각만 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자기들 먹고살기도 힘든데 그런 짐까지 떠안는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온 가족이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자식들에게는 제대로 해 준 게 없어서 너무 미안했고 또 너무 고마웠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