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라다이스 카지노, 수익 얻으려 내국인도 출입시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7.11.28 10:21
  • 호수 1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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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외국인 카지노 ‘파라다이스 워커힐’, 영주권 상실한 내국인 출입시켜…손해배상 소송 제기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카지노가 있다.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내국인 카지노와, 외국인들만 출입할 수 있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다. 그런데 최근 해외 영주권이 상실돼 내국인이 된 사람을 출입시킨 외국인 전용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파라다이스)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이 제기됐다. 국내 1위 외국인 전용 카지노인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법령으로 정해진 출입 자격을 확인하지 않고 내국인을 출입시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카지노가 고객을 유치하고 수익을 얻기 위해 내국인 출입을 고의적으로 규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5년 전 영주권 만료됐지만 출입제한 없어

 

A씨는 2007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면서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했다. A씨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파라다이스 워커힐에 출입했다. 당시 카지노 측은 A씨의 영주권과 여권 확인 절차를 거친 후 멤버십카드를 발급해 줬고, A씨는 이 멤버십카드를 이용해 카지노에 출입해 왔다. A씨의 영주권 만료 기한은 2012년 4월. 기한이 지나면서 A씨는 캐나다 영주권을 상실했다. 영주권이 상실됐지만 A씨가 VIP 고객으로 카지노를 출입하는 데 대한 제한은 없었다. 이후로도 A씨는 2017년 8월까지 카지노에 출입하면서 큰돈을 잃었다. 카지노 측이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출입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진 2012년 5월부터 2017년 8월까지 A씨가 잃은 금액은 37억6865만원에 이른다.

 

A씨는 “카지노 측은 영주권이 만료된 사실을 알고서도 영업이익을 위해 이를 묵인했다”며 “카지노는 영주권 연장 여부를 확인해 출입자격이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했지만 하지 않았고, 카지노를 계속 출입하게 해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게 했다”며 지난 8월 파라다이스를 상대로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카지노 입구 안내판에는 관광진흥법에 의거해 고객 신분을 확인한다는 공지가 돼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임준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관광진흥법 28조 1항에 따라 내국인을 입장시킬 수 없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등록 자체가 취소되거나 일정 기간 동안 영업이 정지되는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해외이주법에 따른 내국인은 예외다. 해외에 이주해 영주권 등을 취득한 경우에는 출입이 가능하다. 어떠한 사유로 인해 영주권을 상실했을 때는 더 이상 출입할 수 없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고시 카지노 영업 준칙에 따라 카지노 사업자는 모든 카지노 입장객에 대해 신분을 확인해야 한다. 이때 여권, 영주 자격이 확인되는 재외국민국내거소신고증, 영주권 카드, 국제운전면허증 등 신분증명서를 각인별로 확인하도록 돼 있다.

 

파라다이스 측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A씨에게) 영주권 유지 여부를 문의했지만 A씨는 한 번도 영주권이 상실됐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며 “소송이 제기되고 나서야 내국인으로서 카지노에 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반박했다. A씨가 카지노를 속이고 입장해 도박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면서 입은 손실을 배상할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또 “고객 관리대장 및 고객 관리용 전산장치에 등재돼 있는 단골고객의 경우는 (신분증명서) 직접 확인을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A씨는 단골고객으로 고객카드를 제시하면서 출입했기 때문에, 우리가 신분 확인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씨에게 처음 멤버십카드를 발급했을 당시에는 A씨가 2019년 3월20일까지인 해외거주여권을 소지하고 있었고, 이를 기초로 멤버십카드를 발급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 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파라다이스 측은 유효 기간이 2019년으로 기재된 A씨의 여권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파라다이스 측 “단골고객이라 직접 확인 생략”

 

파라다이스 측의 주장처럼 고객 관리대장 및 고객 관리용 전산장치에 등재돼 있는 단골고객의 경우에는 각인별 직접 확인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각인별 확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더라도, 출입 고객이 내국인임이 확인된 경우에는 관광진흥법령에 규정된 제재를 받게 된다. 카지노에 대한 신분 확인 책임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캐나다 영주권은 5년이 유효기간이다. 거주여권 만료가 2019년이고 영주권 만료는 2012년까지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출입할 수 있는 기한은 2012년까지”라고 언급했다. 또 “파라다이스 측이 영주권 유지 여부에 대해 문의한 적이 없다”면서 “(처음에) 카지노 측으로부터 해외거주여권과 영주권카드 두 종류의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고, 이를 제출한 뒤 멤버십카드를 발급받았다”며 “파라다이스 측은 유효기간이 2019년까지인 여권 자료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지만, 2012년 4월까지인 영주권 자료는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내가 제출한 영주권의 유효기간이 이미 만료됐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업장 내에는 관광진흥법에 의거해 고객 신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공지가 돼 있다고 한다. 실제로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입구의 안내판을 통해서도 ‘해외 영주권자(PR여권 소지자) 여권 확인의 건’ 공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르면 ‘당사는 관광진흥법 제29조에 의거하여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이 출입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고객 신분을 확인할 계획’이라며 ‘신규 입장 고객은 신규 등록 후 1년이 경과되는 시점에 고객 신분을 확인할 계획이며, 기존 입장 고객은 연 1회 여권과 재외국민등록부등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고객은 출입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도 고지돼 있다.

 

A씨는 “파라다이스 측은 기존 입장 고객에 대해 연 1회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업장 내에 공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파라다이스 측에서 확인 서류를 요구한 적도 없었다”며 “구두로 확인했다고 하지만 그런 적도 없었을뿐더러, 내국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카지노가 구두로만 영주권 유지 여부를 물어본다는 것도 절차상 말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설창일 변호사는 “문체부 고시에 따라 카지노는 입장객의 신분을 확인하게 돼 있다. 고객 관리대장 등에 등재된 단골고객의 경우 확인을 생략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출입고객이 내국인으로 확인된 경우 업장은 관광진흥법령에 규정된 제재를 받게 돼 있다”며 “파라다이스 측은 업장 내에도 매년 신분을 확인하겠다는 내용의 고시를 하고 있는데, 업장을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대외적으로 표방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다이스 측은 법원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A씨의 영주권 유지 여부와 카지노에 출입해 돈을 잃은 것 사이에는 어떠한 인과관계도 인정될 수 없다”며 “카지노 출입 여부를 비롯해 게임과 베팅은 A씨의 자유의사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카지노는 손님을 얼마나 유치하느냐 여부에 따라 이득에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영주권이 상실된 이후 출입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면 카지노 출입으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파라다이스 카지노가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불법 여권을 취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형사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그 사례는 고객 유치가 곧 매출과 연결된다는 인과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A씨가 언급한 사례는 지난 2008년 일어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고객 불법 유치 사건이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직원들이 강원랜드 카지노 VIP 고객인 내국인들에게 접근해 남미 영주권을 만들어주고 고객들을 유치한 것이다. 당시 회사 측도 조직적으로 개입하면서 1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 시사저널 박정훈

 

파라다이스, 과거 불법 고객 유치 사건도 주목

 

파라다이스 직원들은 강원랜드 VIP들에게 “남미 국가 영주권을 만들어줄 테니 강원랜드까지 가지 말고 서울의 외국인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라”며 “영주권 발급 비용은 우리가 대겠다”고 고객들을 유인했다. 이들은 브로커를 통해 영주권이 있는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고, 이를 통해 거주여권(PR)을 발급받게끔 했다. 2011년 해당 직원들은 관광진흥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등을 선고받았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법인에도 벌금 2000만원이 선고됐다.

 

이들에게 발급받은 파라과이 여권으로 남미 교포 행세를 하며 카지노를 드나들다 6억원 이상을 잃은 C씨는 파라다이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했고, 법원은 1억9300만원의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파라다이스 측은 카지노 출입과 도박이 C씨의 자유의사라 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직원들이 한국 국적자인 김씨에게 영주권을 얻어주며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곳에 김씨를 입장시켜주는 등 도박을 부추긴 측면이 있어 손해를 일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출입제한 조치와 관련해 카지노의 책임이 일부 인정된 적도 있다. 바로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사례다. 강원랜드에서 231억원을 잃은 B씨는 도박 중독 상태에 있었던 자신의 출입을 제한하지 않고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 것은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행위라며 293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출입제한 규정 위반한 강원랜드… 11억9000만원 손해배상

 

B씨는 스스로 도박 중독이라고 여겨 출입제한을 요청하고 다시 출입제한 해제를 요청하는 것을 반복했다. 카지노 출입 관리 지침에 따르면 첫 요청 시 출입제한일부터 3개월 이상, 두 번째면 출입제한일부터 1년 이상 지나야 출입제한 해제가 가능하다. 그러나 강원랜드가 이 규정을 세 차례나 위반해 김씨의 출입제한 해제 요청을 들어줬기 때문에 카지노에 계속 출입하게 됐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금액을 잃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강원랜드가 출입제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만 도박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B씨의 과실을 고려해, 강원랜드가 규정을 위반한 기간 동안 B씨가 잃은 돈 59억5600만원 중 20%인 11억9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당시 강원랜드 관련 소송을 전문적으로 대리했던 정해원 변호사는 “영주권이 만료됐거나 자격이 없는 사람을 출입시켰다면 쌍방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피해액과 규정 위반 기간이 입증될 경우 카지노 측에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지노에 출입하는 한 VIP 고객은 “카지노에서 출입제한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철저히 불법이다. 자신이 출입제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계속 출입하는 사람들도 있다. 카지노가 불법 출입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라며 “규정에 어긋나더라도 출입시키고, 여권 유효 기간으로만 출입 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문제다. 불법으로 출입시킨 사람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카지노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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