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과 고용부의 악연 어디까지 갈까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1.3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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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가처분 신청 각하되면서 해묵은 악연 재조명

 

고용노동부는 9월 파리바게뜨를 상대로 “가맹점에 불법 파견돼 근무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5300여명을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행정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파리바게뜨 측에 통보했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서울행정법원에 고용부 시정명령 집행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함께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가 가맹사업계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행정지시를 내렸다”는 게 파리바게뜨 측의 주장이었다. 가맹업계의 관심은 자연스레 법원으로 쏠렸다. 파리바게뜨 소송 결과에 따라 제2, 제3의 파리바게뜨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격에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명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다.   

 

9월25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이성기 차관이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파리바게뜨 소송 결과에 가맹업계 관심 집중  

 

쟁점은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지 여부였다. 파리바게뜨 측은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와 함께 회사 형사입건 되는 만큼 행정처분이 맞다”고 법원에 주장했다. 고용부는 “과태료 부과와 형사입건에 앞서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준 만큼 ‘행정처분’이 아니라 ‘행정지도’가 맞다”고 맞섰다. 

 

법원은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는 11월28일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시정지시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신청은 부적법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파리바게뜨는 코너에 몰렸다. 당장 거액의 과태료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 제빵기사 한 명 당 1000만원씩, 과태료는 최대 53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65억원과 551억원을 기록했다. 과태료를 내고 나면 사실상 올해 장사는 남는 게 없는 셈이 된다. 

 

파리바게뜨는 법원 결정 직후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가 2시만 만에 취하했다. 본안소송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회사 관계자는 “직접고용 마감 시한이 12월5일이기 때문에 아직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과태료가 부과되면 이의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후 본안소송에 대비해 법무법인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고용부와 파리바게뜨의 법정 다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되는 사실은 파리바게뜨와 고용부의 악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고용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7월 말 2017년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으로 파리크라상을 포함, 16곳을 선정했다.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고용부의 정기근로감독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조달청 입찰시 가점, 금융기관 대출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공단은 발표 하루 만에 파리크라상을 우수기업 선정 대상에 뺐다. 당시 파리크라상이 노동 관계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돼 고용부로부터 근로감독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장애인 고용 우수업체 선정 하루만에 취소되기도

 

파리크라상은 당시 가맹점 불법 파견이나 근로시간 축소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고용부 산하 6개 지방노동청은 본사와 협력업체 11곳, 가맹점 44곳, 직영점 6곳에 대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것이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불법 고용 논란을 빚었던 고용부의 근로감독으로 장애인 고용 우수사업체 지정도 무산된 것이다. 

 

파리크라상 측은 “(우수기업 선정 취소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자체 판단에 따른 것으로 회사에서는 관여한 바 없다. 큰 충돌도 없었다”며 “장애인 고용 우수기업 선정이 취소되면서 혜택이 사라진 것은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당시 공단의 갑작스런 조치로 적지 않게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회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이 당시 사회적 이슈가 됐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까지 나서 자정을 외칠 정도였다”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파리크라상은 장애인 고용을 확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우수사업체 선정에서 제외되면서 난처했던 게 사실이다. 파리크라상이 근로감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경우 득보다 실이 많아 제대로 반박도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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