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 80% 책임진 ROTC, 지원금은 육사 20%도 안됐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7.12.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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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계급장 달고 봉사했지만, 처우 차이는 너무 컸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일하는 최모씨(29)는 학생군사교육단(ROTC) 출신임을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전역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동기들과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씨는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점이 있다. “같은 계급장을 달고 국가에 봉사했지만, 처우에 있어 육사 출신과 너무 큰 차이가 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육군 초급장교의 80%는 ROTC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ROTC 후보생의 품위유지비는 사관생도의 20%도 안 된다. 국가 지원이 소수의 사관생도에게 몰려 있는 셈이다. 

 

2월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이화여대 학생군사교육단(ROTC) 제1기 입단식'에서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장교의 80% 책임지는 ROTC, 하지만 처우는 열악

 

ROTC 중앙회에 따르면, 사관생도는 학기 4년 동안 매달 35만원 이상의 품위유지비를 받는다. 1~2학년 때는 29만~33만원, 3학년 땐 36만9300원, 4학년 땐 46만3800원이다. 그리고 3학년부터 훈련을 받는 ROTC 후보생은 3~4학년 때 월 6만8000원의 품위유지비를 받는다. 이때의 2년을 기준으로 하면 ROTC 후보생의 품위유지비는 사관생도의 14~18% 수준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사관생도만 특별히 품위유지가 더 요구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명분 없는 지원금”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관생도는 4년 동안의 학비를 전액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하지만 ROTC 후보생에겐 학비 지원이 없다. 대신 3학년 때 ‘단기복무 장려금’으로 평균 150만원을 받고, 네 차례의 입영훈련 기간에 ‘훈련비’로 총 148만원을 받는다. 올해 4년제 사립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평균 370만원. 장려금과 훈련비를 합해도 한 학기 등록금엔 못 미친다.

 

 

품위유지비․학비지원 등에서 차별 받는 ROTC

 

전체 지원액을 보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국방부에 따르면, 육·해·공군 사관학교의 장교 1인당 평균 양성비용은 2억4150만원이다. 교육기간 4년을 감안하면 매년 6037만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반면 ROTC 후보생 양성비용은 매년 721만원 꼴이다. 교육기간이 2년으로 짧은 점을 고려해도, 사관생도 지원금의 12%가 채 안 된다. 

 

ROTC 교육을 담당하는 육군학생군사학교의 이찬우 행정부장은 12월1일 시사저널에 “ROTC 후보생은 학기 중에 주 2회 군사훈련을 받고 주말에도 관련 실습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훈련에도 불구하고 ROTC 후보생은 사관생도보다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처우는 불평등한데 임관 뒤 사관생도와 같은 임무를 기대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2월24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육사 73기 졸업식에서 졸업생도들이 도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기 잃은 ROTC…​적절한 지원 필수

 

이러한 가운데 ROTC의 인기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기준 ROTC 모집 경쟁률은 2015년 4:1, 지난해 3:1, 올해는 2.7:1까지 낮아졌다. 그 배경에 대해 ROTC 중앙회 윤준상 사무국장은 “1970~1980년대엔 ROTC 후보생이나 학군장교를 우대 채용하는 기업이 많았다”며 “요즘은 ROTC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ROTC 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최전방을 지키는 초급 장교들의 사기를 함양하기 위해선 적절한 수준의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차관 출신의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월15일 국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 ROTC후보생 장려금 확대 등 국방부 예산 증액을 요청한 상태다. 그 액수는 △간부 확보 장학사업 60억원 △장교 인건비 사업 30억 6000만원 △단기국내외시찰 사업 1억6000만원 등 총 92억 2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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