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암치료' 중입자가속기치료센터 부산서 가동된다
  • 정하균 기자 (sisa514@sisajornal.com)
  • 승인 2017.12.0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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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군, "4년 뒤 암 환자에겐 부산 기장이 희망봉 될 것"…세계 첫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기대감

 

지난 정부 4년 내내 표류하던 부산시 기장군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기 위한 전환점을 맞았다. 부산시, 기장군, 서울대병원 등이 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맺음으로써 2021년부터 부산을 포함한 인근 지역의 암 치료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10년 시작된 중입자가속기 개발사업은 1950억원(국비 700억원, 지방비 500억원, 원자력의학원 750억원)을 투입해 2017년부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에 있는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암 치료를 시작한다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사업주관 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사업 초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됐다. 지난해 5월 지하 2층, 지상 2층, 전체 면적 1만2879㎡ 규모의 치료센터 건물이 완공됐으나, 핵심 시설인 중입자가속기는 발주도 못 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혈세 낭비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오규석 기장군수 © 기장군청 제공


서울대병원, 동남권원자력의학원서 운영...암 환자 부담 경감

12월7일 기장군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이 '꿈의 암 치료기'인 중입자가속기를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 운영한다. 독일에서 사용되는 싱크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가 도입돼 2020년까지 시운전과 성능 검사를 마무리하면 2021년 하반기부터 환자 진료가 이뤄질 것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예상하고 있다.


부산시·기장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서울대병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연구재단은 지난 9월2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중입자가속기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나흘뒤 인 25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중입자가속기사업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서병수 부산시장, 자유한국당 윤상직 (부산 기장) 의원,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최창운 한국원자력의학원장, 오규석 기장군수, 문일 연구재단 본부장, 양광모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김미숙 원자력의학원 의료용중입자가속기 사업단장 등이 참석했다.

중입자가속기센터 조감도 © 기장군청 제공


서울대병원 750억 투자...2021년부터 치료 가능 '기대'

서울대병원은 지난 3월 원자력의학원이 '750억 원의 분담금을 내면 중입자가속기와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운영권을 모두 준다'는 공모에 응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금까지 6개월간 실무 협상을 한 끝에 이날 정식 사업자 자격으로 MOU를 맺은 것이다.

유 장관은 "750억원 투자를 결정한 서울대병원에 감사한다"며 "부산지역 의료계도 중입자가속기 사업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이 배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 병원장은 "원자력의학원 종사자들이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연구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나 성공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 사업이 끝까지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중입자 치료장비를 해외에서 도입하면 2021년부터 환자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중입자가속기 사업의 정상 추진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중입자가속기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재추진되는 중입자의료센터 사업은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과 함께 원자력 발전소 옆에서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진행된다.

조용우 민주당 기장군위원장은 "이 사업은 영남권역의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함과 더불어 비수도권 영남지역의 의료 발전을 한단계 더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입자가속기 원리 © 기장군청 제공


암환자 5년 생존률 22.3% ...평균 치료 시간 '30분'


중입자가속기를 가동 중인 일본과 유럽, 중국 등의 통계에 따르면, 기존 암치료보다 암환자의 5년 생존률이 평균 22.3%나 향상됐다. 다만 중입자가속기로 치료할 수 있는 암은 폐암,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으로 모든 암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한 의료 전문가는 "평균 치료 시간은 약 30분으로 기존 방사선 치료와 비교하면 치료 기간 역시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중입자 가속기를 이용하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의 경우 3주 이내 치료를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일본 등으로 중입자 가속기 치료를 받기 위해 원정 치료를 떠나는 환자들의 비용 부담도 경감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에이전시를 통해 독일에서 중입자 가속기 치료를 받으면 1억원, 일본의 경우 8000만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입자가속기란 정상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며 암세포를 공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치료시스템이다. 탄소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해 나오는 에너지를 암환자에게 쬐어 정상세포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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