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을 산으로 돌려보내 전략산업 육성해야
  • 김형운 탐사보도전문기자 (sisa211@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2 09:23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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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자생식물] 방목이나 중국 자생 다래 활용해 소고기나 키위 대량생산하는 뉴질랜드 주목

 

[편집자 주]

우리 금수강산에서 조상과 숨결을 같이해 온 겨레 자생식물이 최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미 다가온 종자 및 식물유전자 전쟁에 대비해 겨레 자생식물을 보전하고, 농산물 개방과 물질특허 등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취재하고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 보호 및 육성의 당위성, 우리 자생식물에 대한 외국의 밀반출 실태, 외국의 자생식물 보호 사례 등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제대로 보전하고 키워나가는 대안과 방향 제시의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지난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림녹화 정책으로 우리나라 산림은 민둥산에서 이제는 울창한 산림이 됐다. 그러나 녹화사업에만 치중한 산림정책이 잘못돼 그저 울창하기만 하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정책은 전무하다. 지나치게 나무와 잡목이 밀집해 햇볕이 들어가지 못하고, 낙엽이 쌓여 본래 산지에서 자라던 귀중한 약초와 산채, 야생화가 멸종돼 가고 있다. 이로 인해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나 고라니 등 동물들이 산에서 살지 못하고 인가나 도심까지 목숨을 걸고 나오고 있다. 산지에 이들의 먹이인 풀이 없기 때문이다.

 

간벌을 통한 산농사 추진이 시급한 가운데, 경기 용인 한택식물원의 자연생태원을 찾은 시민들이 산나물을 포함한 자생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 시사저널 김형운

 

자생식물 활용한 산(山)농사 전환 필요성

 

허브를 흔히들 향기 나는 식물로 인식하고 있는데 잘못된 이해다. 허브는 향기 나는 식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 변이를 하지 않고 자연에서 자라는 식물 중 먹어서 우리 몸에 약이 되는 식물을 지칭한다. 즉 야생식물이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를 식용했는데 서양의 음식문화가 육류 중심이어서 주로 향기 나는 식물을 조미료로 사용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우리 조상들은 산나물을 단순히 끼니 해결용으로만 활용했다. 이제는 이 산나물을 포함한 자생식물을 산업 전략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시급하다. 현재 우리나라 산림은 잡목과 교목 등 나무들이 엉켜 있는 울창한 잡목 그 자체일 뿐이다. 활용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간벌을 하지 않은 탓에 나뭇잎이 너무 많이 쌓여 약용이나 식용 가능한 우리 자생식물들이 자라지 못하고 점차 명맥을 잃어가고 있다. 농촌과 산촌의 앞산과 뒷산을 간벌해 귀중한 우리 자생식물을 산에서 육성해야 한다.

 

또 우리 자생식물을 산(山)농사와 병행하는 정책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산에서 키우면 농약과 비료가 필요 없어 유기농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웰빙시대에 걸맞은 식문화를 위해 간벌 정책을 통해 자생식물인 산나물과 약초를 활용하자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트레이드 마크인 인삼농법도 이제는 산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의 화삼(인삼 종류)에 밀려가는 인삼산업도 산림을 활용해야 할 때다. 농약에 의존하는 밭재배 인삼산업이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토가 산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삼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 산삼씨를 밭에서 재배하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산으로 돌려줘야 할 시점이다. 뉴질랜드가 방목이나 중국 자생 다래 등을 활용해 소고기나 키위를 대량생산하듯 산양삼(장뇌삼)을 우리나라 산마다 키워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특화하는 추진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무공해 유기농 인삼인 산양삼을 전략산업으로 키워 인삼대국의 업그레이드와 고려인삼의 융성화가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벌의 중요성이 다시 전제돼야 한다.  수입에 의존하는 우드펠릿을 간벌한 나무로 국산화하고, 파쇄해 낙엽과 함께 썩혀 유기질 비료로 만들면 일석이조다.

 

우리 자생식물의 융성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간벌을 해 약초와 산나물을 자연 상태에서 키워 산나물 약초 수확체험, 종자 채종과 파종, 심기 등을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농촌과 산촌 고향마을에 쉴 공간이 많아져 도시민들의 훌륭한 체험관광이 가능하다. 농촌민박과 연계관광에 이어 간벌 지역에 길을 내면 그 자체로 둘레길과 올레길이 자연히 생기게 된다. 여기에다 마을마다 정자를 하나씩 만들면 훌륭한 문화공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도농 간 문화교류로 어려운 농촌 경제에 도움이 되고 도시민들의 정서 함양이나 문화교류 역시 활발해질 것이다.

 

우리 자생식물은 기본종이 3500종이다. 변이종까지 합쳐 약 4900종 중 2300종이 약초이고 1200종은 식용 가능하다. 간벌을 통해 약용식물을 자연 상태에서 키워 산업화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도농 간 문화교류를 증진하는 동시에 이 사업을 통해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얘기다. 현재는 중금속이 가득한 중국산 한약재로 인해 폐해가 큰 실정이다. 안전한 우리 한약재를 산에서 키워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무공해 한약재를 생산해야 한다. 또한 웰빙 먹거리인 산나물을 대량생산함으로써 비료와 농약 성분이 많은 채소 위주에서 벗어나 무공해 산나물 공급을 통해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하고 웰빙 산채를 수출도 할 수 있다.

 

산채로 활용 가능한 ➊ 모싯대 ➋ 더덕 ➌ 도라지 ➍ 곰취 ➎ 울릉미역취 ⓒ 시사저널 김형운


 

활발한 도농 간 문화교류 기대

 

우리 자생식물 중에는 전략작목들이 많다. 인삼·삼지구엽초·당귀 등 약초와 곰취·곤달비·모싯대·도라지·더덕·울릉미역취·참나물·취나물 등은 유전자원이 뛰어나다. 나물을 말리거나 삶아 냉동시키면 연중 공급이 가능하다. 여기에다 내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산나물을 활용한 말린 나물(묵나물)과 부각 산업도 육성할 수 있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산채비빔밥 수출도 가능한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택주 한택식물원 원장은 “산림청은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간벌과 숲 가꾸기를 농촌마을과 협조해 마을 단위로 시행하면 된다”며 “약초와 산채의 종묘 생산과 공급은 환경부와 농림부가 맡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올레길과 둘레길을 정비하고 신설해 마을마다 정자 1개씩 건립하고 민박을 육성하면 좋은 도농 교류 휴양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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