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올해의 인물-최악] 전 세계 상대로 한판 승부 벌이는 ‘로켓맨’ 김정은
  • 이민우 기자 (mwlee@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8 15:17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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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미사일로 전 세계 위협…영변 폭격 위기 이후 위험 수위 최고조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최악의 인물로 꼽혔다. 올해에만 18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지난 9월초에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차 핵실험도 진행했다. 이는 김정은 정권 들어 4번째이자 작년 9월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이다. 전 세계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김정은의 핵 집착은 그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하나로 만들었다.

 

2017년은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위기 이후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다다른 해다. 북한은 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언급하며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북한의 김정은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북·미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은 현 단계에서 북한과의 대화가 어렵다고 보고, 대북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상황이다.

 

© 사진=AP 연합·조선중앙통신 연합

 

주민 빈곤 아랑곳 않는 김정은의 핵 집착증

 

김정은은 2011년 권력을 물려받은 뒤 6년 동안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전력을 다했다. 집권 이후 최근까지 4차례 핵실험을 포함해 총 81차례 핵·미사일 실험을 했다. 김정은은 11월29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다.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15형은 4475km 고도까지 상승해 950km를 날아갔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됐을 경우, 1만3000㎞를 날아 미국 동부 워싱턴DC까지 도달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개최한 군수공업대회에서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등을 모아두고 “오늘의 대성공을 더 큰 승리를 위한 도약대로 삼고 계속 박차를 가해, 국가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ICBM 실전 배치까지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그 사이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와 압박에 직면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올해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주요 광물과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대북제재 결의안 2371호, 섬유제품 수출 전면금지와 대북 유류 공급 제한을 담은 결의안 2375호 등을 결의했다. 이로써 북한의 외화 수입 차단 효과는 정부 추산 총 20억 달러에 달한다. 북한 연간 대외 수출액(30억 달러)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연히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 따르면, 이미 북한 인구의 약 70%가 배를 곯고 있는 상태다. 또 어린아이 4명 중 1명이 성장 저해를 겪고 있다. 그는 “이것은 그저 통계 수치가 아니라 북한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이 북한 주민의 삶을 외면한 채 핵무장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정권의 생존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인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의 촘촘한 제재망에 둘러싸여 있다. 외국과의 정상적인 통상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다. 과거 파키스탄의 사례처럼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뒤 추가 도발 등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정 등을 약속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짙게 깔려 있다. 핵실험을 했거나(인도·파키스탄) 핵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이스라엘) 3개국은 현재 핵 때문에 국제사회나 개별 국가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는 북한이 기술적으로 완성이 검증되지 않은 화성-15형 발사를 마친 뒤 서둘러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배경이기도 하다.

 


 

“2018년 한반도 정세도 요동칠 것”

 

북한과 미국은 최근까지도 긴장관계를 풀지 않고 있다. 12월15일 유엔 안보리 장관급 회의에서도 설전을 벌였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며 “북한과의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sustained cessation)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례적으로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해 “우리는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히면서 “비확산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움직임에 한반도 주변국의 반응도 매우 민감하다. 일본은 북한 도발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를 두텁게 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북핵으로 인한 대북 관계에 이상 신호가 켜졌지만, 여전히 북한의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쌍중단’ 해법을 내세우고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북한 관련 단어가 단연 ‘올해의 한자’로 꼽혔다. 중국의 어언(語言)자원검측연구센터 등이 발표한 ‘올해 주목받은 단어’와 ‘올해의 국제부문 한자’에 ‘조핵위기(朝核危機)’와 ‘핵(核)’이 꼽혔다. 선정위원회는 “조핵(북핵)으로 한반도 정세가 답이 없는 블랙홀로 빠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일본 한자능력검정협회의 ‘올해의 한자’ 투표에서도 ‘북(北)’이 선정됐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실험발사와, 그에 따른 과도할 정도의 대피훈련 등이 부각됐다.

 

한국 정부의 대응은 위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의 도발 억제와 함께 미국의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미국이 문 대통령의 제안에 동의하고 북한도 호응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단을 참가시킨다면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넘어가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호응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만약 미국이 문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하거나 계속 난색을 표명할 경우, 대북 대응에 있어 한국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은 북핵 문제의 해법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고립을 자처하면서 잇단 도발을 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요동치게 된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내년 국제사회는 대북제재를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북한의 대응에 따라 제재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새로운 타협의 접점을 만들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는 어렵고 유동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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