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경영 공백 장기화로 SK E&S 실적 반 토막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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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매출 ‘1조 클럽’ 가입 후 4년 연속 하락…최 부회장 리더십 부재 우려

 

SK그룹 에너지 분야 계열사인 SK E&S의 턴어라운드는 언제가 될까. 관세청은 최근 SK E&S에 대한 1619억원의 과세를 확정했다. 이 회사가 2005년부터 약 10년간 들여온 LNG의 가격을 낮게 신고하면서 부가세를 탈세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같은 기간 가스공사가 수입한 LNG 가격이 탈세의 근거였다. 

 

SK E&S 측은 “신고 가격에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스공사보다 가격 협상력이 높아 LNG를 저렴하게 수입한 것일 뿐, 고의적으로 가격을 낮게 신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SK E&S는 올해 4월 과세 전 적부심을 신청했다. 관세청은 이달 초 과세 전 적부심사위원회를 열었고, 7개월 만에 SK E&S가 제기한 신청에 ‘불채택’ 처분을 내렸다. 

 

SK E&S는 조만간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행법상 광세 통보 후 90일 안에 심판청구를 하면 된다”며 “모든 자료에 대한 입증이 가능한 만큼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심판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6개월, 늦으면 1년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3년 9월27일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10배 이상 과세 불가피

 

주목되는 사실은 관세청이 부과한 과세 금액이 1700억원대로 천문학적이라는 점이다. SK E&S는 2013년 처음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매출은 1조1834억원, 영업이익은 6253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의 경우 47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성기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6253억원에서 지난해 121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9월 말 기준으로 SK E&S의 순차입금은 3조원대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3분기까지 이 회사는 4415억원의 매출과 3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218%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발전소 두 곳을 추가로 설립하면서 매출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이 최근 SK E&S 발목을 잡은 것이다. 조세 심판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조세심판원에서 패소할 경우 SK E&S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배 이상을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청이 과세 전 적부심사위원회를 통해 과세를 확정한 만큼 올해 재무제표에 1719억원의 손실을 반영해야 한다”며 “3분기까지 SK E&S의 당기순이익이 1216억원인 만큼 올해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 부회장은 SK그룹의 대표적인 ‘글로벌 통’으로 꼽힌다. 그는 2004년 SK E&S의 전신인 SK엔론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탁월한 수완을 인정 받았다. 2005년 SK E&S 대표에 취임한 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해 왔고, 실적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2011년 복병을 만났다. SK텔레콤 등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그래 12월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동반 기소된 최태원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014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 됐다.  

 

최 부회장의 경우 1심에서 횡령 및 배임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서 법정 구속됐다. 이후 최 부회장은 SK E&S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했고, 현재는 유정준 대표 체제로 SK E&S가 운영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만기 출소를 3개월 정도 앞둔 2016년 7월 가석방됐다. 하지만 사면을 받지 못한 만큼 SK E&S를 포함한 계열사의 등기이사직 복귀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SK그룹 안팎에서는 SK E&S의 형 집행률이 94%에 이르는 만큼 그해 8월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최 부회장의 이름이 특사 명단에 빠졌다.  

 

SK E&S와 터키 국영발전회사 EUAS가 2012년 2월 터키 압신-엘비스탄(Afsin-Elbistan)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당분간 최 부회장 경영 복귀 힘들 듯”

 

그러는 사이 SK E&S의 실적은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1415억원에서 121억원으로 10분의 1토막이 났다. 당기순이익 역시 5855억원에서 498억원으로 급감했다. 최 부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이 SK그룹 안팎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부회장의 경우 검찰에 구속되기 전까지 그룹에서 다양한 역할을 했다. SK E&S의 실적 악화 배경에 최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행법상 사면을 받지 못하면 5년간 등기이사직을 맡을 수 없다. (최 부회장의) 경영 복귀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SK E&S의 한 관계자는 “2013년 전후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한전에 납품하는 전기 도매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최근의 실적 악화는 민간 발전사가 공통으로 겪는 문제”라며 “SK E&S는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실적 악화를 (최 부회장의) 경영 공백과 연결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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