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 비리 악몽’ 한수원, 신한울원전 직원 무더기 징계
  • 박동욱 기자 (sisa5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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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바닥판 납품 적발…시공사 현대건설, 바닥판 교체에 100억 날려

현재 시범 운전되고 있는 신한울원전에 용접 불량인 바닥판(그레이팅)이 설치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지역본부 직원 7명이 무더기로 징계조치를 받았다.

 

1월1일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 감사실은 지난 7월 ‘미끄럼 방지 바닥판(그레이팅)’이 시공 기술규격서를 어긴 제품으로 설치됐다는 제보에 따라 감사를 실시, 이를 사실로 확인했다. 이어 내부 검토작업을 거쳐 지난 12월말에야 관련 직원에 대한 징계수위를 확정했다.  

 

한수원은 지난 9월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대해 신한울 핵발전소 1·2호기에 이미 설치된 바닥판을 전량 교체토록 통보했고, 현대건설은 내년 8월까지 교체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교체되는 바닥판은 무려 1900여톤으로, 100억원을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4월23일 신한울원전 1호기에 설치될 APR 1400 원전이 원전건물로 이동되고 있는 모습. ⓒ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자료사진

 

 

 

2013년 원전 비리 업체 제보로 발각 

 

‘그레이팅’은 도로 하수구에서 볼 수 있는 철제 구조물로, 발전소·공장에서 내부 수증기 등이 원활하게 빠져나가도록 일반 바닥재 대신 사용된다. 

 

이 바닥판은 핵발전소의 원자로 운영과 관련한 핵심 부품에 해당하는 ‘안전성 품목’(Q등급)은 아니다. 하지만 발전소 시운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외부 제보를 받고 부랴부랴 대대적인 교체작업에 들어간 한수원의 ‘허술한 부품 관리’가 과거의 아픈 교훈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특히 한수원의 이번 바닥판 전량 교체 사안은 다른 원전에 바닥판을 전문적으로 공급해 왔던 경쟁업체가 제보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지난 2013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 비리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신제품(NEP) 인증을 받아 지난 2007년부터 고리·월성·울진·영광원전 등에 수의계약으로 논슬립 그레이팅을 납품하던 이 업체의 사장은 지난 2013년 원전 비리에 연루돼 2년여 동안 철창 신세를 졌다가 만기출소했다. 해당 업체는 올들어 신한울원전에 한수원의 시공기술규격서와 다른 바닥판이 납품된 사실을 알게 된 뒤 이를 한수원 등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의 자체 조사 결과,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납품된 바닥판은 시공기술규격서의 규격(전체 접합부 용접)과 달리 용접이 50%만 된 제품으로 확인됐다. 또 시공사는 납품자재에 대한 외부기관의 시험성적서만 믿고 공장검사를 임의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한수원 직원 "시험성적서만 믿었다"

 

신한울원전 건설을 감독하고 있는 한수원 현장 직원들의 업무 태만은 시공사 그 이상이었다. 신한울원전 공사 현장 직원들은 2014년 6월부터 2016년말까지 그레이팅을 납품받아 현장에 설치되는 공사를 지켜보면서도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수원 감사실은 “그레이팅 용접부위가 하부에 위치해 있어 용접부 모두를 일일이 육안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렵다고 할 수 있지만, 최초 인수 검사 때 계약요건 만족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만 했다면 조기에 문제점을 확인 조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수원 감사실의 뒤늦은 진상조사 끝에 차장급 간부 2명을 비롯해 모두 7명의 한수원 직원이 주의부터 경고, 견책 등 징계를 받았다.

 

바닥판 교체는 시공사의 막대한 공사비 손해에 그치지 않고 원전의 당초 준공일에도 영향을 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한수원은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현재 시운전되고 있는 신한울원전 1, 2호기의 상업운전 시기를 2018년 4월과 2019년 2월께로 홍보했지만, 바닥판 교체 공사 시기 이후에는 준공 시기를 각각 8개월씩 늦췄다고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수원 관계자는 "바닥판 공사는 상업운전되는 상황에서도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그같은 해석은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려면서 바닥판 납품 오류와 관련, “모든 접합부에 대해 용접을 하도록 정해둔 시공 기술규격서와 달리 시방서(제품 사양 등을 적어둔 공사지시서)에는 그런 내용을 반영해두지 않은 데서 비롯된 직원들의 실수"라며 “납품 업체의 품질과 관계없이 기술규격서와 달라 모두 교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북 울진군 북면 덕천·고목리에 조성된 신한울 제1발전소는 지난 2010년 4월에 착공된 최초의 국산화 원전(APR-1400)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수출원전에 적용된 APR-1400은 신고리 3호기와 같은 모델의 3세대 원전으로, 기존 한국형 원전인 OPR-1000과 비교하면 발전용량이 1000MW에서 1400MW로, 설계수명이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됐다. 내진 성능 또한 0.2g(리히터 규모 6.5)에서 0.3g(리히터 규모 7.0)으로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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