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물량 공세에 LG전자가 살아남은 비결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9 14:24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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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치비퉁 공장 르포] “LG 기술력, 소비자가 먼저 알고 찾았죠”

 

지금까지 인도네시아는 단순히 국내 기업의 생산지로서 매력만 주목받아왔다. 이러다 보니 진출 업체들도 의류·신발·가방 등 경공업 생산업체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1990년대 들어 임금 등 생산원가가 오르자 서둘러 해외로 떠난 업종들인데, 당시 이들이 선택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인도네시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생산지가 아닌 소비지로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병삼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 자카르타무역관장은 “급속한 도시화로 중산층이 성장하며 구매력이 커졌으며, 자동차·TV 등 고가의 소비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면서 “특히 한국 브랜드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갈수록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서부 브카시(Bekasi) 인근에 위치한 치비퉁(Cibitung)은 우리로 치면 수원 정도 거리에 있는 중소도시다. 평소 같으면 자카르타에서 1~2시간 걸리는 이곳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고속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이동 시간이 1시간 이상 늘어났다. 2019년까지 고속도로를 ‘2층화’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은 아직 체감하기 힘들다.

 

인도네시아 치비퉁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TV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 시사저널 송창섭

치비퉁에서 LG전자는 TV와 모니터를 생산하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다른 백색가전은 자카르타 북서쪽 탕그랑(Tangerang)에서 생산된다. LG전자의 백색가전은 인도네시아 중산층에게 ‘꿈의 가전’으로 불린다. 2016년 기준 인도네시아 중산층 가구 수는 1960만 가구로 세계 4위 규모며, 2030년에는 2390만 가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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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LG는 소니·샤프 등 일본 가전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던 프리미엄 시장을 완전히 석권했다. 이 시장에서 경쟁자는 같은 한국계 기업인 삼성전자뿐이다. 두 회사의 프리미엄TV 부문 시장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윤동효 LG전자 인도네시아법인 책임연구원(관리담당)은 “산요(중국 하이얼)·샤프(대만 홍하이)·도시바(중국 하이센스) 등 일본 가전 브랜드가 범(汎)중국계 자본에 팔린 이후 중저가 브랜드로 전락한 것이 우리 기업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요즘 생산 프로세스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싸지만 점차 오르고 있는 최저임금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일부 생산 공정에 자동화가 도입된 것이다. 임금이 싼 인도네시아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가전 시장은 성장이 정체돼 있다. 우선 이곳 역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무리해서 가전제품을 구입해야 할 필요성이 많지 않다. 또 인도네시아는 TV를 제외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계층이 실제 구매자가 아니다. 가사 도우미 문화가 남아 있어 세탁기·냉장고에 비싼 돈을 들이지 않는다. 중국계 가전제품들이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LG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형 양판점 일렉트릭시티의 SCBD점에서 근무하는 가전 판매원 시아플은 “가령 LG가 만든 스마트TV는 장시간 시청해도 눈의 피로도가 덜하다는 것을 소비자가 우리보다 더 정확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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