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건’ 70주년, 제주도가 아물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는 법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 연구실 연구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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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도시문화기행 (9) 제주시]

 

겨울의 제주도는 매력적이다. 삼다도란 이름에 걸맞게 바닷바람이 거세게 불지만, 그래도 서울처럼 살을 에는 추위는 아니었다. 그런 한편 멀리 보이는 한라산의 눈 덮인 산봉우리는 장관이었는데, 마치 제주도 땅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가 지천에 널려있었고 식당에서 파치귤들을 공짜로 한 움큼씩 얻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게다가 유채꽃밭이 펼쳐진 풍경이 더해지니, 우리가 잘 아는 제주도의 모습은 이 계절에서야 비로소 제대로 볼 수 있구나 싶었다.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도의 모습’이란 한라산과 귤, 유채꽃, 갖가지 형태의 오름들, 현무암으로 만든 돌담 같은 것들이다. 온갖 테마의 뮤지엄(musium)들과 트렌디한 음식점들이 제주도에서의 경험을 많이 바꿔놓긴 했지만, 제주도 자연풍경의 전형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2018년이 제주에 좀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진 ‘4.3사건’이 70주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눈 덮인 한라산과 귤나무, 유채꽃밭이 어우러진 12월의 제주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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