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에도 돌아온 폴크스바겐·아우디
  • 김성진 시사저널e. 기자 (star@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10 11:27
  • 호수 14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환경부 허술한 리콜 승인이 문제” 소송 결과 따라 판매 제동 걸릴 수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가 ‘디젤게이트’ 논란이 채 식지 않은 가운데 올해 국내 판매 재개를 앞두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폴크스바겐·아우디는 디젤게이트 이후 미국과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 보상해 국내 고객들에게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니만큼, 판결 결과에 따라 판매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지난 2016년 8월 인증서류 위조 혐의가 적발돼 환경부로부터 대규모 인증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부분 모델의 판매가 정지되며 사실상 개점휴업에 돌입했다.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두 브랜드는 일부 차종의 재인증을 마무리하며 판매 재개 돌입을 예고했다. 다만 국내외 소송 및 임원 재판 불출석 등 디젤게이트 리스크가 향후 판매 성적을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수입차 대표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외서 압박받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는 이르면 1월말 판매 재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폴크스바겐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 중형 세단 ‘파사트’, 쿠페형 세단 ‘아테온’ 등 3개 모델을 우선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차량은 배출가스 인증은 모두 마친 상태며, 제원과 연비 인증만 남겨놓고 있다. 아우디는 중형 세단 A4, 준대형 세단 A6와 함께 본격 영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복귀와 함께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올해 수입차 등록대수가 지난해보다 약 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전년에 비해 2% 성장에 그쳤는데,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부재가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끝나지 않은 디젤게이트는 향후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5년 터진 디젤게이트는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며 폴크스바겐과 아우디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는 폴크스바겐그룹을 대상으로 한 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승소 사례가 쌓이며 그룹 전체가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스위스에서 약 6000여 명의 소비자가 추가 집단소송을 걸기도 했다. 아울러 폴크스바겐그룹 경영 리스크도 가중되고 있다. 그룹은 소액주주연합(DSW)이 신청한 배출가스 조작 독립검사 임명에 위헌 신청을 했으나,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2월29일 이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임명될 독립검사는 그룹 임원 및 이사회가 배출가스 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도 폴크스바겐 판매 재개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전(前)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7월에 이어 11월에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타머 전 사장은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지만, 지난해 7월 출국한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타머 전 사장이 사실상 도피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 재판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판매 재개는 파렴치한 처사”라며 “이는 한국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국내 소비자 차별도 해결되지 않았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미국에서 17조원 규모의 배상액을 책정했지만, 국내에서는 개인당 100만원 상당의 바우처(일종의 쿠폰)를 제공하는 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느슨한 기준으로 리콜을 승인한 탓에 폴크스바겐의 국내 판매 재개에 걸림돌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의설정 여부 조사, 국내 소비자 차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지만, 환경부가 이를 사실상 눈감아줬다는 비판이다.

 

 

국내서 진행 중인 환경부 상대 소송 관건

 

국내에서는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관련 두 가지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나는 국내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한 소송이고, 다른 하나는 환경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두 소송의 대리를 맡고 있는데, 폴크스바겐 소송은 오는 3월부터 재개돼 올 여름께 1심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환경부 소송은 현재 공판 진행 중이다. 이 중에서 특히 환경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환경부가 승인한 폴크스바겐·아우디 리콜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패소할 경우 기존 리콜 승인된 12만6000여 대의 아우디·폴크스바겐 차량 리콜은 취소됨은 물론이고, 차량 교체나 환불도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헐거운 기준으로 폴크스바겐 리콜을 승인해 줬기 때문이 현재 일이 꼬인 상황”이라며 “환경부가 배출가스 조작 차량 환불·교환 명령을 할 수 있음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미국처럼 배출가스 초과분의 80~90% 정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 징벌적 의미를 가미해 배출가스 저감 기준을 높인 만큼, 한국 정부 역시 그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경부는 배출가스 20~30%를 줄이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는 위법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환경부의 배출가스 측정 시험 과정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리콜 승인을 위해 기존 NEDC(유럽기준) 방식으로 연속 4회에 걸쳐 배출가스 시험을 실시했는데, 지난 2015년 배출가스 조작 적발 당시에는 5회째에 대량으로 질소산화물이 배출된 바 있다. 하 변호사는 이를 놓고 “환경부가 5회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급증한다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4회에서 시험을 멈췄다”며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검증을 축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철저한 검증을 위해서는 7~8회까지 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국내 폴크스바겐도 문제지만 본질적으로는 환경부 탓”이라며 “이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리콜이 부품 내구성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대로 시험이 안 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내구성 시험은 차량 부품을 강제적으로 퇴화시키는 등 물리적 방식으로 시행될 수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NEDC 시험 수치에 특정 계수를 곱하는 방식을 통해 실제 시험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3일 행정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이에 대한 반박을 내놨다. 환경부를 대리하는 변호인 측은 규정상 NEDC 시험 1회를 만족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배출가스 70~80% 저감 역시 규정에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