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터져 나오는 '이건희 회장 사망설', 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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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주가 조작 세력 조사…기업과 시장 소통도 필요

 

‘홍라희 여사, 이부진․이서현 사장 삼성서울병원 도착 확인’ ‘삼성 11시 이건희 회장 사망 발표’ 

 

1월10일 오후 9시30분경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설이 카카오톡 등 주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빠르게 퍼져 나갔다. 이후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확인된 내용”이라며 “밤 11시 삼성이 이 회장 사망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돌았다. 당사자인 삼성에도 언론들의 확인 전화가 빗발쳤다. 이 회장 사망설을 담은 증권가 사설정보지(지라시)가 전방위로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삼성의료원과 가족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삼성 측에 따르면 증권가에 이 회장 사망설이 유포된 것은 이번이 열 번째다. 또다시 회장 사망설이 흘러나오면서 삼성전자와 주요 계열사의 홍보 등 대외협력 부서는 이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자본 시장의 충격도 상당했다. 증시가 문을 닫은 후 벌어진 일이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팍스넷 등 주요 증권 정보 사이트에는 이 회장 사망 사실을 묻는 투자자들의 글이 빗발쳤다. 한 투자자는 네이버 주식 게시판에 “삼전(삼성전자) 주가는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이 회장이) 당장 오늘이라도 사망하면 주가가 정말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 사망설이 돈 다음날인 1월11일 삼성전자 주가는 하루 전 보다 주당 3만원 떨어진 241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과 비교해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거래량은 전일보다 35.3%가량 늘어났다.  

 

2011년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사장과 사옥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LG그룹도 작년 말 구본무 회장 위독설로 홍역

 

LG그룹도 지난해 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12월29일 SNS를 통해 ‘구본무 LG그룹 회장 위독하다’는 내용의 문자가 급속도로 퍼진 것이다. 물론 관련 사실은 허위로 판명 났다. LG그룹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이 얼마 전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게 와전된 것 같다”면서 “간단한 수술이라서 잘 끝났고 현재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증권가 사설 정보지를 통해 대기업 회장 위독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반기에 한번 꼴로 허위사실이 터져나오고 있다. 2016년 6월30일에는 한국거래소가 이 회장 사망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삼성전자는 “상기 풍문은 사실무근임을 밝힌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룹 총수의 건강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그 배경에는 가족 경영 형태로 운영되는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그만큼 총수 개인에게 기업경영의 권한이 집중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스마트폰 등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총수 건강 이상설은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경찰 수사결과 이건희 회장 건강 이상설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의 최아무개씨가 처음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최씨는 '일간베스트(일베)'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회장 허위 사망 사실을 올렸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번 이 회장 사망과 관련한 허위 소식에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돼 있는지 조사 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기업과 시장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요 대기업들이 총수 일가와 관련한 모든 소식을 감추고 있다 보니 근거 없는 소식에 시장이 과열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삼성은 이 회장이 상대방과 대화만 원활하게 하지 못할 뿐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입원이후 단 한 장의 사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근거 없는 풍문을 없애기 위해서도 일정부문 시장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줄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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