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광주시-광산구, 인사 갈등 재연되나
  • 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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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부구청장 '자체 임명' 파장…광주시 대응 주목

 

광주 광산구가 광주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구청장 '자체 임명'을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이는 광주전남의 지방자치 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전국적으로도 극히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광주시와 광산구 간 하위직 인사교류 중단 등 인사 갈등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인사는 평소 자치분권 전도사임을 자임해 온 민형배 광산구청장의 법에 따른 자치권 확보 시도의 하나로 보인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구청장 임명권을 '지키려는' 광주시와 이를 '탈환하려는' 광산구의 도발(?) 모양새다. 하지만 각종 정책을 두고 민선 6기 내내 광주시와 광산구가 얽혔던 구원(舊怨)을 떠올리면 남다른 측면이 있다는 지역정가의 시각도 있다. 

 

광주시청 전경 ⓒ 광주시 제공

광주시 "인사 관행 어겼다" vs 광산구 "자치권 확보 시도다"

 

광주 광산구는 9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광산구 지난달말 명예퇴직을 한 윤기봉 부구청장 후임으로 광산구에서 잔뼈가 굵은 이성수 주민자치국장(4급)을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시키고 부구청장에 임명했다. 광산구는 신임 이 부구청장이 1978년 공직 입문 후 광산구에서 감사관, 기획관리실장, 총무과장 등 요직을 역임했으며 주장보다 경청에 중점을 두는 리더십으로 조직 안정과 갈등 조정에 뛰어나다고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이 부구청장은 10일 오후 구청 7층 대회의실에서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광주와 전남에서 기초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부단체장을 임용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단체장을 시민이 직접 뽑는 1995년 이래로 기초지자체, 특히 자치구 부구청장의 경우 광역지자체가 소속 공직자를 자치구로 보내는 '관행'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부시장이나 부군수, 부구청장을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임명한 곳은 극히 드물다. 서울 도봉구, 영등포구 등 4개 구청과 대전 대덕구가 부단체장을 자체 승진한 사례가 있다. 도 단위에서는 강원 속초시와 춘천시가 부단체장을 자체 승진·임명했다가 광역-기초 지자체간 갈등으로 원대 복귀하기도 했다. 광주시와 광산구의 갈등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의 배경에는 법과 현실 간의 괴리가 우선 꼽히고 있다. 법에 따른 자치권 확보와 광역과 기초단체 간 인사교류를 앞세운 관행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법과 원칙에 비추어 보면 광산구 입장이 맞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110조 4항은 "시의 부시장과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시장과 군수, 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따라서 법조문에 충실한다면 당연히 부구청장 임명권은 해당 단체장인 광산구청장이 갖는 것이 맞다. 

 

그러나 광주시는 2015년 광주 5개 자치구와 체결한 부구청장 교류 등을 담은 인사 협약을 들어 부구청장 자체 승진이 협약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시가 부단체장 자체 승진에 인사교류 중단까지 예고한 바 있어 인사갈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광산구의 부단체장 자체 승진에 따라 광산구와 부구청장 잔류를 고수하는 동구를 제외하고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기존 협약을 지키기로 한 나머지 자치구에 대해서는 인사상 혜택을 최대한 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부단체장 인사교류를 거부한 광산구와 동구에 대해 광주시는 하위직 인사교류 중단, 신규 직원 교육비 지원 등 인사상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부구청장 자체 승진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며 "인사교류를 원하지 않은 구청과는 인사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시의 일관된 입장이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청 전경 ⓒ 조현중 기자

민선 6기 내내 충돌···​구원이 작용했나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 현실적인 인사운영과 지방자치법이 달리 적용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는 게 지역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광주시와 광산구의 신경전은 민선6기 내내 끊이질 않았다. 2014년 말 광산구 부구청장 임명권을 놓고 시작된 대립으로 상당기간 인사교류를 '끊었던' 게 대표적이다. 광산구는 지난 2015년에도 임명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윤기봉 부구청장이 내정 후 3개월 여 임명이 늦어지는 사례까지 있었다. 

 

또 광산구가 나름의 '혁신 성과'로 자부했던 정책을 둘러싸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중금속 범벅' 학교 우레탄 트랙 철거는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조치에 나선 것으로, 동장주민추천제는 인사에 있어 '직접민주주의'를 반영한다는 혁신정책으로 광산구는 자부해왔다. 그런데 광주시 감사위는 "법 절차를 어겼다"며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급기야 학교 우레탄트랙 철거비 집행 감사 처분에 대한 광주시와 광산구의 갈등은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차기 광주시장 선거에서 잠재적 경쟁상대로 꼽히는 민형배 광산구청장에 대한 "광주시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또다른 일각에서는 반대의 해석도 내놓고 있다. 차기 광주시장선거를 의식한 민형배 청장의 존재감 부각차원의 공세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 구청장은 손 사례를 쳤다. 그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참여정부시절 윤장현 시장을 비롯한 광주 시민단체 원로들의 추천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비서관으로 일할 정도로 가깝다"며 윤 시장과의 불편한 사이라는 일부의 억측에 선을 그었다. 

 

민 구청장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자치·분권이며 이를 강하게 추진하겠다"며 "이번 구청장 자체 임명도 자치·분권에 반하는 낡은 관행을 없애는 차원에서 시도한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광산구가 이번 자체승진을 '관치 관행'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치행정'으로 가는 길을 개척했다고 보도자료를 내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일찌감치 올 광주시장 지방선거에 출마를 선언했고, 윤장현 광주시장도 재선 도전이 유력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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