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는 경영 승계, ‘주인 없는 회사’는 고용 승계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7 14:22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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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내부서 ‘고위 임원 자녀의 본사 및 계열사 근무’ 불만 제기

 

포스코 고위 임원 자녀들의 포스코 및 계열사 입사, 근무가 최근 논란이다.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로 불리는 이런 행태는 오너가 있는 대기업에만 주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기업 성격이 강한 포스코에서도 이런 일이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음서제란 고려·조선시대에 상류층 자녀를 특채로 관리에 채용하던 제도를 말한다. 관련 사실은 지난해 12월 한 경제 매체가 포스코 내 15명 임원 자녀가 본사 및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시사저널 역시 당시 비슷한 내용을 토대로 취재를 진행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취재 과정에서 포스코 전·현직 임직원들의 다양한 제보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1월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로 포스코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서류 통과 후 면접에서 가점 주는 방식

 

포스코 고위 임원 A씨는 계열사 사장으로 있던 2014년 자신의 딸을 같은 회사에 입사시켰다. 그리고 문제가 되자 딸을 그룹 내 IT업무를 책임진 계열사로 파견 보냈다. A씨 딸은 이후 A씨가 포스코 본사로 복귀한 뒤 원래 근무지로 돌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그룹장급 직원은 “2010년 포스코는 경영진 자녀가 본사 및 계열사에 입사할 경우 부모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동일회사 근무 금지 원칙’을 만들었는데, A씨는 그런 면에서 스스로 회사 규정을 위반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A씨 딸은 관련 사실이 논란이 되자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A씨는 주변에 억울하다고 항변한다. 자녀 채용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을뿐더러 되레 자신의 자녀가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내부 의견을 종합하면, 최근 5~6년 사이 현직 임원 자녀들이 회사에 들어오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사내 인사 시스템을 점검한 결과,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그렇다면 왜 내부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것일까? 내부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포스코나 계열사에 들어오는 임원 자녀들의 경우 서류상에 눈에 띄는 결격사유는 없다.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토익 등 어학점수가 낮은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계열사에 입사시킨 뒤 나중에 본사로 불러들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인·적성 시험 등을 외부기관에 맡기기 때문에 임원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물론 해당 전형을 외부기관에서 관리·감독한다는 포스코의 설명은 틀린 말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다고 해서 고위 임원들의 고용 세습 논란이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재 포스코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서류전형에서 4~5배수로 뽑은 뒤 면접 과정에서 특혜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뽑으면 채용 심사 서류에는 전혀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계열사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B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딸이 포스코 계열사에 입사한 것은 B씨 자신이 포스코 부사장으로 재직했던 때다. 현재 B사장의 딸은 포스코 계열사에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B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딸은 정상적인 공채를 통해 회사에 들어왔으며, 채용상 어떠한 특혜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스코 고위 임원들의 고용 세습을 바라보는 사내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본사에서 만난 한 직원은 “그룹장(부장급)까지는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힘드나, 상무보부터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녀 입사를 부탁하고 있으며, 전직 임원들의 모임인 ‘중우회’를 통한 인사 청탁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사 청탁은 최근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게 포스코 내부의 공통된 설명이다.

 

대기업 인사담당 출신 한 취업컨설팅 전문가는 “포스코의 경우 예전 공기업 시절에는 감사원과 국회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임원 자녀가 본사나 계열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원칙이 사실상 무너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는 C전무의 딸은 2014년 다른 계열사로 입사했지만, 동일직종 간 계열사 순환 근무라는 명목하에 현재 본사에서 일하고 있다. 포스코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동일회사 근무 금지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이다.

 

청년 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7년 12월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17 공직박람회’ ©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에 임원 자녀 몰려

 

포스코에서 사장급으로 재직 중인 D씨의 아들은 현재 포스코대우에 입사해 있다. E전무의 아들 역시 포스코대우에 입사했다. 이 밖에도 최근 들어 상당수 고위 임원 자녀들이 포스코대우·포스코건설·포스메이트·포스코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는 추세다. 그중에서도 포스코대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포스코대우 입사를 희망하는 이유에 대해 한 포스코대우 전직 임원은 “포스코의 경우 기술직이 많은 데다 상당수 사업장이 지방에 있는 반면, 포스코대우는 종합상사면서 근무성적이 좋을 경우 해외 지사 근무도 가능하기 때문에 고위 임원 자녀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포스코대우는 다른 포스코 계열사처럼 공장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며, 인문계열 졸업생의 입사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한 임원은 “포스코대우의 경우, 과거 대우그룹의 기업 성향이 많이 남아 있어 포스코 내부 문화와는 다소 다른 특혜 문화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단지 임원 자녀라는 이유로 공채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오히려 역차별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전직 포스코 고위 임원은 “다른 입사자에 비해 스펙 등 입사 성적이 뛰어난 사람을 단순히 부친이 포스코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뽑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포스코의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일반 직원들의 시선이다. 자칫 임원 자녀들의 고용 승계가 포스코 내부 조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사장급인 D씨의 아들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포스코의 한 직원은 “사석에서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아느냐’는 말을 서슴없이 하면서 직원들 사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평가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D씨 아들의 경우 입사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근무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한 현장직 직원은 “포스코는 아무리 일을 잘해도 입사 4년 이내 근무자에게 A라는 근무성적을 준 적이 거의 없다”면서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 과연 누가 이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평가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내부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업무평가 성적이 높을 경우 입사 동기들보다 승진이 빠르며 추후 희망 근무처를 정할 때도 유리하다. 최근 포스코 직원들 사이에서 미국·유럽 등 해외지사 근무자 상당수가 인맥을 동원했거나 고위층 자녀 출신으로 채워진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 내부의 감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많아지고 있다. 한 기술본부 그룹장은 “자녀들이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위직일수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하는데, 최근 행태를 보면 ‘주인 없는 회사’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휘 바름정의경제연구소 대표도 “내부 감사를 책임진 ‘정도경영실’이 고위 임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것은 포스코 기업문화를 망치는 요인”이라면서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들의 고용 세습은 시스템이 아니라 정도경영이라는 기업 문화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사내외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턴사원 채용조차 엄격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고용 세습이란 있을 수 없다”면서 “현 경영진을 흔들려는 일부 세력이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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