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관리 실패한 MB, 검찰 포토라인 앞에 설까
  • 송창섭·유지만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2 16:36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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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정국에 영향 미칠 MB發 '5대 변수' (下)

※ '향후 정국에 영향 미칠 MB發 '5대 변수' (上)' 편에 이은 기사입니다.

 

 

■ 3. ​MB 부인·아들 등 가족 수사로 번질까

 

MB 진영이 강공 모드로 바꾼 이유는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으로 해석된다. 현 상황에서 보면 검찰 칼날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더 나아가 이 전 대통령 가족으로까지 확대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리 써온 회견문을 읽는 도중 이 전 대통령은 몇 차례 심하게 기침을 해 눈길을 끌었다. 기침에 대해 측근들은 “마지막에 울컥해서 목이 멨다”고 설명했다.

 

다른 각도로 보면 이날 기자회견 요지는 ‘모든 책임을 나에게 넘기되,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MB 진영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이번 사태가 아들 이시형씨와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현재 국세청은 해외자금 거래를 추적하는 국제거래조사국을 동원해 다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1월4일 경북 경주의 다스 본사와 충남 아산의 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현재 세무당국은 다스가 해외법인과의 거래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집중 따져본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아들 이시형씨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 현재 이시형씨는 다스 중국법인 중 몇 곳의 대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최근 김희중 전 실장이 검찰에 나가 국정원 특활비 중 일부가 부인 김윤옥 여사의 명품 구입에 쓰였다고 진술한 것도 MB 진영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기자회견을 한 결정적 배경에는 국정원 특활비가 방미를 앞둔 김윤옥 여사 측에 달러로 환전돼 전달됐다는 김 전 실장의 진술이 컸다”고 주장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전 실장이 “특활비 1억원을 지시에 의해 받았고, 그것을 달러로 환전해 김 여사를 보좌하던 제2부속실 쪽에 줬다”면서 “그 돈이 김 여사 명품 구입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2월25일 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내곡동 특검에 출두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4. ​MB 죽기 살기 ‘진흙탕 싸움’ 노리나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대적인 사정 바람에 격앙하고 있다.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반격을 예고한 상태다. 이 전 대통령 주변에선 “노무현 정권 시절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반격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현재까지 이 전 대통령 측의 대응은 두 갈래로 나뉜다. 문재인 정권 검찰의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보수 세력 결집을 촉구하는 한편, 노무현 정부 시절로까지 전선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2인자’로 군림했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권 시절 사람들이 지난 정권의 모든 공과(功過)와 비리, 부패에 대한 자료들을 갖고 있지 않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문제가 불거지자 친이계 측은 “노무현 정부의 특활비도 캐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의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1월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문제는 왜 안 하나? 검찰수사를 더 지켜보자. 전전 정부, 전전전 정부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며 우회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벌써부터 이 전 대통령의 참모들 사이에선 ‘노무현 파일’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비위(非違)가 담긴 ‘파일’을 갖고 있고 언제든지 공개해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표적으론 과거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수사했던 수사파일이 꼽힌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집권이란 그 모든 사정기관의 정보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왜 우리들이라고 아는 게 없겠나”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의 ‘뒷얘기’를 언론에 흘릴 수밖에 없다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이 전 대통령의 친정인 자유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부터 엄호에 나섰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대중 정부의 국정원 특활비,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특활비, 권양숙 여사의 640만 달러에 대해선 왜 한마디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MB가 의논해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사후보고 받은 것은 아무 범죄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및 사정당국 안팎에선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세력 일각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나왔던 의혹들을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저쪽(보수 세력)에서 지저분하게 나오려고 한다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함부로 얘기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1월13일 김희중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5. MB, 검찰의 포토라인에 설까

 

“국정원 특활비가 MB 발목까지 잡을 줄은 몰랐다.” 요즘 사정당국 안팎에서 한 번씩 나오는 얘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국정원 특활비 상납’이 전전 정권인 MB 정권에까지 직격탄을 날릴 줄은 몰랐다는 의미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로 인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 전 대통령은 지금껏 한 차례도 사정당국의 직접 수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수사의 칼끝을 피해 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은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 서 있었다. 우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구속되게 한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에서도 직접 보고를 받고 수시로 지시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여태껏 검찰수사를 직접 받지 않았다. 또 포스코와 관련된 비리로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이 징역형을 선고받을 때도 “위에는 MB가 있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왔지만 결국 아무 탈 없이 지나갔다. 측근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청탁과 민간인 불법사찰 등으로 구속됐지만 결국 이 전 대통령의 직접적 연관성은 증명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기류가 느껴진다. 그동안 이 전 대통령과 관계된 의혹들은 BBK나 다스, 포스코, 측근 인사 등 많이 알려져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았다는 것은 새롭게 등장한 의혹이다. 게다가 이 전 대통령의 비위를 알고 있는 이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고 있는 상황이다.

 

의혹의 또 다른 축인 ‘다스 실소유주 문제’도 당시 내부자들이 입을 열고 있다.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은 과거에 정호영 특검 조사 당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다스 소유주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라서 대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스의 실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김성우 전 다스 사장도 이번 수사에서 새로운 진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모든 눈과 귀는 이 전 대통령에게로 향하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상황이 점점 이 전 대통령에게 불리해지고 있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직접 검찰에 나와야 많은 의혹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이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상당히 크다. 현재 검찰 내부에서도 ‘MB만큼은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예전처럼 대충 하다 끝내기엔 너무 많은 길을 지나쳤다.

 

그다음 문제는 구속 여부다. 정두언 전 의원은 “우병우(노 전 대통령 수사 당시 대검 중수1과장)가 말을 안 들어서 그렇지, MB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구속까지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구속으로까지 이어질 경우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정무·사법적 판단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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