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역대 대통령들의 '사저'
  • 구민주·김지영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2 17:25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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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상도동 사저, 장손에게 소유권 이전

1월17일 시사저널이 문재인 대통령의 홍은동 사저 매각과 관련해 보도한 후, 역대 대통령들의 사저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들의 사저는 그 자체로 한국 정치사가 담긴 상징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사저는 수년 간 크고 작은 변화를 맞으며 꾸준히 세간에 오르내려왔다. 수차례 소유권이 바뀌는가 하면, 때로는 정쟁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서울 상도동에 위치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저는 2016년 말 압류 위기에 처하는 곡절을 겪었다. 사저의 소유주인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가 기념도서관 건립 과정에서 부채를 떠안아 2016년 12월 사저에 압류 조치가 내려진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재산 환원을 약속하며 2011년 자신이 갖고 있던 사저 소유권을 사단법인 ‘김영삼 민주센터’에 넘긴 상태였다.

 

 김 전 대통령 가족들은 그의 정치 역사가 깃든 사저를 지키기 위해 매매가 11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십시일반 모았다. 그리고 2017년 2월 사저 소유권은 김 전 대통령의 장손 성민씨에게 이전됐다. 성민씨는 김 전 대통령의 장남 은철씨의 맏아들로 올해 29세다. 사저 매입 과정에서 손자 성민씨가 본인 명의로 7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사저는 2013년 9월16일 검찰로부터 압류 조치를 당했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결정이었다. 본채와 별채로 이뤄진 연희동 사저는 현재 각각 부인 이순자 여사와 며느리 이윤혜씨(3남 전재만 부인) 명의로 돼 있다. 별채는 2003년 추징금 징수를 위해 경매 처분됐을 때 처남 이창석씨가 매입해 전 전 대통령 부부에게 사실상 돌려줬다. 10년 후인 2013년 4월 며느리 이윤혜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같은 해 9월 압류당했다. 사법당국의 압류 결정에 이순자 여사는 지난해 3월 출간한 자서전에서 “수십 년째 살던 집을 압류당할 땐 극단적 선택까지 고심했다”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왼쪽부터 전두환·김영삼·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 시사저널 고성준

 

가장 최근 세간에 뜨겁게 오르내린 곳은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다. 정계 입문 후 박 전 대통령이 줄곧 거주했던 이곳은 지난해 탄핵국면을 거치는 동안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집 안에 거액의 돈뭉치가 은닉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때 압수수색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나와 서울구치소로 향하기 전까지 박 전 대통령은 이곳에서 칩거생활을 했다. 지지자들과 경찰들은 연일 자택 주변을 에워싸며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던 중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 수감 전 돌연 삼성동 사저를 팔고 28억원 상당의 서울 내곡동 주택을 사들였다. 경호동 마련과 변호사 비용 마련 등의 이유로 이사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전에 살던 서울 논현동 집으로 돌아갔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연면적 약 661㎡(200평) 규모의 3층 건물을 새로 지었다. 임기 말 내곡동에 새 사저를 지으려 부지를 매입했지만 그 과정에서 특혜 매입 의혹이 불거져 백지화됐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 앞에선 연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곧장 낙향해 생활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은 한때 ‘아방궁’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약 4262㎡(1289평)에 달하는 넓은 대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지 구입비용은 2억6000만원, 건물 설계비와 공사비 등을 포함해도 12억원 정도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봉하마을은 연평균 방문객 70만 명 이상의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해당 사저는 2016년부터 시민들에게 공개됐으며, 부인 권양숙 여사는 지난해 자신 명의로 돼 있던 사저를 노무현 재단에 기부했다.

 

서울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과 더불어 걸출한 정치인을 다수 배출한 상징적인 곳이다. 김 전 대통령은 1961년 강원도 인제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 이곳에 입주했다. 군부 독재에 맞서던 시절 55차례나 가택연금을 당한 곳이기도 하다. 해당 사저는 1999년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씨에서 부인 이희호 여사로 소유권이 이전된 후 현재까지 이 여사 명의로 돼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사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집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1996년 두 사저는 나란히 국가에 의해 가압류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2013년 미납추징금 230억원을 모두 납부해 같은 해 9월25일 사저 압류가 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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