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뭣이 중헌디?
  • 박영철 편집국장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8 13:21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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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참사가 잇따르고 있다.

 

1월26일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21일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에서 불이 나 수십 명의 희생자가 나온 게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또 대형 참사가 터졌다.

 

민심이 들끓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국가란 게 뭔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게 국가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인재성 대형 참사에 국민은 공포에 떨고 있다. 자연재해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포항 지진을 보자. 지난해 11월에 발생한 포항 지진은 천재지변이지만, 그보다 1년2개월 전인 2016년 9월에 경주 지진이 예고편 격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지진 발생 시 구호대책을 세우는 등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책 미비 탓에 무방비 상태에서 지진에 강타당했다.

 

1월27일 오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조문객들이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식이면 또 다른 대형 참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정부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10일 출범 후 적폐청산 기치를 내걸고 올인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 정부들의 비리가 하나씩 밝혀졌다.

 

그러나 적폐청산 올인은 예기치 못한 문제를 낳고 있다. 우선, 적폐청산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정치적 논란이 커지면서 우리 사회가 더 쪼개지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정권은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적폐는 놔둔 채 박근혜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적폐만 건드림으로써 편파 논란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일반 국민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검찰을 예로 들면 검찰인력의 상당수가 적폐청산 수사에 투입됨으로써 일반 형사사건을 비롯한 다른 사건의 처리가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특수수사 향방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내가 관련된 형사사건 처리가 빨리 되는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해는 된다.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도 좋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다. 지난 한 달 동안 제천 화재 재발 방지책 수립 및 시행에 매진했으면 밀양에서 이런 황당한 사고는 안 일어났을 것 아닌가. 소방 점검과 개선은 누가 정권을 잡든 정부의 기본 임무 중 하나다. 이제부터라도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폐 청산보다 민생적폐 청산에 더 비중을 두기 바란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일 때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비난만 해도 됐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지금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집권세력이다. 더 이상 사과만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고, 전 정권의 적폐 탓이라고 변명할 수도 없다. 이제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뭣이 중헌디?”

 

영화 《곡성》의 명대사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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