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송도 사옥 세울 땐 ‘MB’, 팔 땐 ‘친박’ 개입 의혹
  • 조해수·안성모·조유빈·이민우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9 09:12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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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내부 문건 ‘송도사옥 PJT 현안 검토 보고’ 단독 입수…서희건설에 370억원 수의계약

 

친박(친박근혜)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이우현 의원이 억대 뇌물을 받은 대가로 포스코건설의 송도 사옥 매각과 관련해 포스코 측에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송도 사옥은 2007년 착공 당시부터 비리 의혹에 시달려 왔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전체 공사비의 절반가량인 1000억여원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는데, 이 중에서 서희건설과 370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희건설은 송도 사옥 착공 당시인 이명박(MB) 정부 시절 대표적인 MB 수혜 기업으로 꼽혔던 곳이다. 즉, 포스코건설의 송도 사옥을 놓고 건설 당시엔 MB 정부가, 매각 때는 박근혜 정부의 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송도 사옥과 ‘송도 사옥 PJT 현안 검토 보고’ © 시사저널 자료

 

“수주 실적 뻥튀기하려 꼼수 부린 것”

 

포스코건설 측은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 송도 사옥을 건설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인천시에서 송도국제업무 지구의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인 포스코가 들어와 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포스코가 인천 지역에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인천 지역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포스코건설은 2008년 9월 테라피앤디(Terra P&D)와 피에스아이비(PSIB)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했다. 총자본금 10억원으로 설립된 PSIB는 포스코건설이 4억9000만원(지분 49%), 테라피앤디가 5억1000만원(51%)을 출자했다. 송도 사옥에 대한 경영권을 테라피앤디가 갖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테라피앤디는 2007년 11월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영세 시행사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5억원을 투자해 수천억원에 이르는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의 경영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사저널은 포스코건설 자산관리그룹이 2011년 4월 작성한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송도사옥 PJT 현안 검토 보고’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사업개요, 현황, 문제점 및 해결방안, 향후 추진일정 등 송도 사옥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PSIB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3600억원을 투자하고 시공비·설계/감리비 등으로 491억원의 자산을 양도했다. 반면 송도 사옥에 대한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테라피앤디는 55억원을 예치하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해 당시 포스코건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A씨는 “3600억원의 PF는 포스코건설에서 채무인수보증을 조건으로 사업비를 조달했다”면서 “또한 자산양도로 약 50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실제 계약서에는 사업비 조달과 관련해 ‘지분별 책임조달’이라는 문구가 있다. 따라서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테라피앤비 측에서도 지분에 맞는 금액을 투자해야 맞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의계약 1000억원대…서희건설과 370억원

 

보고서는 이 부분과 관련해 “2008년은 IPO(기업공개)를 위한 수주 증대 및 부채비율 집중관리 시기”라면서 “사업비 조달에 따른 부채비율 증가(20%) 회피 및 수주실적(약 2200억원)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PSIB 경영권 확보 시 계열회사에 편입하게 되는데,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 금지 조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지급보증을 할 수가 없어서 경영권을 테라피앤디에 위임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A씨는 “당시 포스코건설은 10조원 수주액을 달성해 ‘10조원 클럽’에 들어가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때다. 결국 수주 실적을 뻥튀기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투입한 자금과 실제 공사비로 사용된 금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포스코건설은 모두 3600억원의 돈을 투자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총공사비로 사용된 금액은 2620억원에 불과하다. 약 1000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스코건설이 사옥 건축을 위해 금융권으로부터 빌린 돈만 3600억원이다. 이 중 2600억원은 사옥 건설에 투입됐다. 최소한 1000억원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측은 “2600억원은 순수 공사비만을 의미한다”면서 “토지대(114억)·금융비(250억)·설계감리비(163억)·제세공과금(118억)·법인운영비(18억) 등 실제 송도 사옥 건립에 투입된 비용은 약 3328억원”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건설과 테라피앤비가 실제 공사비로 산출한 금액도 큰 차이를 보인다. 테라피앤비는 총사업비가 2658억원, 이 중에서 도급 공사비는 2087억원으로 봤다. 그러나 포스코건설은 총사업비 3279억원, 도급 공사비는 2554억원으로 책정했다. 총사업비에서는 621억원, 도급액은 467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는 공사비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수의발주 및 설계비가 과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의발주 규모는 1148억원에 이른다. 전체 공사비의 절반가량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 중에서도 서희건설에 준 수의계약은 370억원으로, 약 3분의 1에 이른다. 보고서는 “공사업체 수의계약 추진 시 사전 협의키로 했으나 당사(포스코건설) 임의로 진행했다”면서 “이는 PSIB 설립 후 사업약정을 포스코건설이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테라피앤비의 예치금액을 95억원에서 55억원으로 감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은 포스코 공채 2기 출신이며, 1994년 건설업에 뛰어든 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토건정비 공사 등을 맡으며 사세를 키웠다. 서희건설은 MB 정부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력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권 실세들과의 유착설에 휘말렸다. 이 회장은 이 전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2010년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던 2005~06년 서희건설이 박영준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과 접촉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서희건설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4년 동안 매출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건설 측은 “일부 업체와의 수의계약 사유는 공사 품질의 안정성 확보와 원활한 공사 수행으로, 철골과 토목 등 8개 부문에 대해 당사 우수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수의계약했다”고 밝혔다.

 

2010년 5월 인천송도국제도시에서 열린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준공 및 입주식’에서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 내빈들이 축하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송도 사옥 매각, MB-최순실-박근혜 합집합”

 

MB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이양된 이후 테라피앤디 측에서는 송도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이때 PSIB로부터 포스코 송도 사옥의 임대용역 및 매각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위임받은 박아무개씨가 개입했다. 박씨는 2014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 때 서청원 의원 측에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2017년 12월26일자 ‘[단독]서청원 불법자금 수수 정황 녹취 공개’ 기사 참조). 또한 박씨는 서 의원의 최측근인 이우현 의원에게 공천헌금 등 수십억원의 뇌물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1월8일자 ‘[단독]“이우현, 서청원 내세워 용인시장 공천헌금 받았다”’ 기사 참조).

 

박씨는 이 대가로 포스코 송도 사옥 매각을 청탁했다(1월4일자 ‘[단독]이우현 “이 XX, 안 되면 쳐버리든지”…뇌물 대가로 대기업 압력’ 기사 참조). 박씨는 이 과정을 모두 녹음했는데, 본지가 단독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서 의원과 이 의원은 물론이고 포스코 최고위층의 육성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우현 의원은 송도 사옥 매각을 밀어붙이기 위해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다음은 이 의원의 육성이 담긴 녹취록의 일부다.

 

 

이 의원: 내가 전화 문자까지. 벌써 세 번 (황 사장에게) 보냈잖아요, 문자를. 두 번 보냈고, 그때 또 한 번 보냈고. 포스코에서 당연히 해 줘야 될 거고.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문자를 보냈다). 우리 경찰 애들하고 이렇게 했는데, 밥 먹다가 점심 때 그 문자가 다 잘못되면, 지금 포스코 같은 데는 다 체크하니까, 될 수 있으면 문자로 그런 거 하면 나까지 (기록이) 남아 있으니까. 전화는 해도 관계가 없는데, 문자는 안 하는 게 좋겠다고.

 

이 의원: 어제 만나본 친구는 제가 전화를 받았어요. 국정원에서. (국정원 직원이 황 사장에게) “이렇게 좀 정보망에서 안 좋은 것 같다. ‘포스코가 해야 될 일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러냐” 그러니까 (황 사장이) “지금 빨리 정리하려고, 그거 때문에 여러 군데서 정리하려고 지금 거의 인제 좁혀나가고 있다”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그러더라고요. (국정원 직원이) “저희까지 보고되면 더 안 좋고, 이런 게 자꾸 금방 보고된다. 정리해라” 그랬더니 황 대표가 “아이고, 알았다”고, “중요한 사람이 연락 와서 지금 잘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권오준 포스코 회장)한테도 자기가 보고를 했대요. 먼저 사람들이 잘못한 거에 대해서 보고를 했고.

 

이 의원은 서청원 의원이 포스코 송도 사옥 매각을 위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났다고도 말했다.

 

 

이 의원: 지금 막 식사하고 한시 반에 헤어져가지고. 대표님(서 의원)하고 (권 회장과) 같이 셋이서. 대표님이 인제 뼈 있게 한마디 그냥 하시고, 나머진 제가 나오면서 추가로 더 좀 했고요. 대표님이 또 ‘피해가 안 가고 억울하지 않게 잘 끝냈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했어요. (서 의원이) “빠른 시일 안에 좀 해라, 이게 시간도 없고 또 산다 그랬을 때 얼른 해야지. 먼저 같은 걱정을 좀 덜어드리는 거 아니냐. 인제 이렇게 하면(팔면) 오히려 더 부담이 없는 것 아니냐” 그랬더니 (권 회장이) “잘 알겠다”고 그랬어요. 앞으로 자기(권 회장이)가 많은 부탁을 드리겠다고 헤어졌어요. 

 

이후 포스코건설은 송도 사옥을 부영주택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3000억원이다. 이는 포스코건설이 송도 사옥을 위해 투자한 3600억원보다 무려 600억원 덜 받은 것이다. 다스 지분을 사들여 MB가 실소유주임을 밝히겠다는 ‘플랜다스의 계’ 프로젝트를 추진한 안원구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사무총장(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확실한 것은 포스코건설 (송도) 사옥 판매에 있어서는 이명박 정부와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공통 합집합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포스코는 이명박 정부 때 부실회사를 비싼 돈을 주고 사는 등 전 정권과 특징적 관계에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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