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사법개혁, 성과 낼 때 됐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9 15:01
  • 호수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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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성호 위원장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의 비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최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까지 들추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정치보복’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수사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청와대는 1월14일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검찰·경찰·국가정보원에 대한 수사권 조정과 각 기관별 견제 및 전문성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독재시대가 끝나고 민주화시대가 열린 이후에도 권력기관은 각 기관의 조직 이익과 권력의 편의에 따라 국민의 반대편에 서왔다”며 “촛불시민혁명에 따라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위원장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시사저널은 1월22일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정 위원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정 위원장은 “그동안의 사개특위가 성과를 잘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뭔가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정성호 위원장 © 시사저널 박은숙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은 상황에서 사개특위 위원장이 됐다.

 

“부담감이 굉장히 크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국민이 ‘이게 나라냐’며 일어나 촛불을 들어 권력을 바꿨다. 또 박근혜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사법당국이 얼마나 국가권력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는지 목격했다. 이 때문에 사법기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사개특위가 만들어졌다. 국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어떤 진전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위원장으로서 성공시켜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압박을 느끼고 있다.”

 

 

“기득권 저항에 국회 대응 못해 왔다”

 

사개특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의 사개특위는 어떤 한계가 있었나.

 

“많지는 않지만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했고, 국민참여재판이 도입되기도 했다. 지난 정부 시절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갖는 등 약간의 성과를 봤다. 하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데에는 해당 기관들이 기득권을 여전히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또 기득권의 저항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사실 현재 제기되는 사법개혁 관련 이슈들은 과거에 이미 논의가 시작된 것이 많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만 해도 16대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는 법안이다. 또 지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은 다수당이었다. 이때 공수처 설치 법안만이라도 제대로 처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검경 수사권 조정에 실패했다.”

 

 

이번 사개특위의 최대 이슈는 공수처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다른 이슈들은 또 뭘 꼽을 수 있을까.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찰과 경찰 간 수사권을 조정하는 문제도 중요해질 것이다. 현행 헌법에 의하면 영장은 검사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영장 청구에 대해 검찰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제한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에 보면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내용도 있다. 경찰의 힘이 너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개특위 설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문제가 사개특위 논의 대상인지는 현재 불분명하다. 그것을 논의하려면 여야 간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또 6월말까지의 짧은 기간 안에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지 조금 회의적이긴 하다. 청와대가 얘기한 것은 사법개혁과 관련된 대통령 공약, 법무부, 경찰, 국정원 등 각 개혁위원회에서 온 것을 종합한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반발이 좀 거센 듯하다.

 

“여당 출신 위원장으로서 특위가 원만하게 진행되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여당 간사에게는 가능한 한 최대한 야당 얘기를 들어주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데 야당에서 사개특위 운영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와 결부시킬 수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검찰수사는 수사대로 하고, 사개특위는 정파적 문제를 벗어나 논의했으면 한다. 그동안 사법기관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사법기관의 제 역할을 찾아줘야 한다. 이는 결코 여당에 유리한 것이 아니다. 집권당이면 오히려 마음대로 권력기관을 휘두르는 것이 편하지 않겠나. 하지만 국가의 장래를 위해 이들이 제 역할을 하고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고민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야당이 적극적으로 위원회 운영에 참여했으면 한다.”

 

 

국회 사개특위 정성호 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1월12일 여야 사개특위 간사와 인사하며 대화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원 개혁은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바람직”

 

법원 개혁에 대한 내용이 빠졌다는 지적이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안팎에서 개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가능한 한 사법부는 독립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재판의 독립과 법관의 독립은 보장돼야 한다.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는 법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법원의 의견이 나오게 되면 국회에서 여러 관련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같이 모아서 (개혁을) 진행해야지, 정부에서 사법부의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 ‘사법’은 사법기관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수사 절차, 사법 절차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법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많다.

 

“블랙리스트라는 것이 특정 인물이나 단체의 리스트를 만들어 불이익을 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런 리스트는 법원에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법원행정처는 법원 내 최고 엘리트들이 모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문건을 만들었겠나. 다만, 전임 대법원장께서 약간 보수적이고 친정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보수정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건의 동향에 대해 행정처를 통해 파악하지 않았나 싶다. 적절치 않은 행동이다.”

 

 

“공수처 설치, 반드시 결정짓고 싶다”

 

여당은 현재 의석수가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야당의 도움이 필요한데.

 

“솔직히 말하면 막막하다. 다만, 야당이 무엇인가를 반대하겠다면 (협의에) 들어와서 반대하기를 바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경우에는 공수처에 대해 ‘망나니 칼춤에 칼을 하나 더 주는 격’이라고 표현했는데, 그럴수록 검찰을 이대로 둘 수 없는 것 아닌가. 오히려 홍 대표에게 묻고 싶다. 홍 대표 표현대로 검찰이 칼춤을 추도록 내버려둘 거냐고 말이다. 검찰이 죽은 권력만 부관참시한다고 생각하는데, 공수처 설치의 목적은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기 위함이다. 현직 고위직 공무원이 대상이다. 검찰이나 경찰이 그 부분을 제대로 손대지 못하니 손을 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한다 해도 살아 있는 권력에 손을 대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공수처로는 가능하다. 여당으로서는 야당이 우려하는 부분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또 그런 의견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다.”

 

 

국민의당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얼마 전에 만났는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더라. 야당에서 내세우는 임명권 문제 등은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에서는 어떤 입장을 낼지 모르겠지만 공수처장의 경우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정당’의 의견을 존중해 임명하는 방안은 논의될 수 있지 않겠나. 또 국회가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 여러 가지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야 한다.”

 

 

지방선거 이슈 때문에 특위 활동이 제약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을 만하다. 선거를 앞두고 소위 ‘광이나 파는’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도 지방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자세를 버리고, 진정성 있게 논의해야 한다. 국민이 보면 다 안다.”

 

 

사개특위에서 반드시 합의를 보고 싶은 사안이 있다면.

 

“역시 공수처 문제다. 야당에서는 공수처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수사권 조정을 할 경우 검경의 상호견제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는다. 공수처 설치 문제는 수사권 조정과는 별개의 문제다. 미래를 위해서도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공수처 문제는 꼭 결정짓고 싶다. 사개특위에서 첨예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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